[2024 경기도 박물관·미술관 다시보기] 7.경기대학교 소성박물관

경기일보 2024. 5. 9. 13:58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원특례시 영통구에 위치한 경기대학교 소성 박물관은 문화유산을 조사, 발굴, 수집, 보존하고 정리, 전시함으로써 학술연구에 이바지하고 대학 구성원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1983년 10월27일 개관했다. 사진은 박물관 전경. 윤원규기자

 

광교산 자락에 터를 잡은 캠퍼스는 오월의 신록에 둘러싸여 있다. 버스에서 내려 잠시 걸으니 경기대 소성박물관이 나타난다. 특별전 ‘다시, 새가 날아든다’를 알리는 그림과 소성박물관의 활동을 소개하는 현수막을 살펴보며 박물관에 들어선다. 경기대 소성박물관(관장 신혜경)은 1983년 문을 열었다. 2006년 지하 2층, 지상 3층의 현재 건물이 완공돼 재개관한 소성박물관은 특성화된 대학박물관으로 유명하다. 국내 대학 최고 수준의 5개 전시실과 민화, 농기구, 옥공예 작품과 국가귀속발굴품 등 총 5천859점의 소장품을 바탕으로 매년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는 소성박물관은 다른 대학박물관과 견줘 보면 파격적인 것이 한둘이 아니다. 대학의 역사를 알려주는 1층 홍보관을 휴식과 만남의 장소인 휴게공간으로 개방한 것도 신선하다. 박물관 구성원들의 탁월한 기획력과 성실한 실행력이 국내 최정상의 대학박물관으로 성장한 비결이다.

2층 특별전시실에선 ‘다시, 새가 날아든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물관 소장 민화 31점과 국립생물자원관이 소장한 조류 박제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윤원규기자

■특별전 ‘다시, 새가 날아든다’

배대호 학예팀장의 안내로 박물관 탐방을 시작한다. “옥장 장주원 옥공예실은 국가무형문화재 100호 옥장 장주원 선생의 옥공예품을 전시하는 공간입니다.” 경기대 석좌교수를 지낸 장주원 옥장의 섬세한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계로 찍어 만든 것처럼 보이는 사슬이나 푸른 용의 입에 든 여의주도 입안에서 깎아 만든 것이라니 놀랍다. 영상을 통해 옥을 제작하는 명인의 숙련된 몸짓을 잠시 살펴본다. 기획전시실에서 ‘2024-비교과프로그램 展See하자! 스니커즈’라는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을 만난다. “기획전시실은 전시를 희망하는 학과와 동아리, 학생들은 비교과 프로그램 ‘展See하자!’를 통해 신청할 수 있지요. 지금 전시된 것은 학생들이 만든 작품입니다.” 반지와 목걸이, 귀걸이 같은 장식품이다. ‘때로는 출구가 없어서 돌아가야 된다’, ‘변화는 두려움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 작품을 소개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청춘의 발랄함과 참신함이 느껴지는 학생들의 작품을 다시 들여다본다.

경기대학교 소성박물관 내부 모습. 윤원규기자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 세운 솟대가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2층 특별전시실에서 진행되는 특별전 ‘다시, 새가 날아든다’는 참신한 전시 기법으로 놀라움과 즐거움을 함께 선사한다. 6월14일까지 이어지는 이 흥미로운 전시는 감탄의 연속이다. 매를 그린 병풍 앞에 박제로 된 매가 있다. 도자기와 모니터를 이용해 평면적인 그림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다. 함께한 작가의 생각을 목소리로 들을 수도 있다. 쇠기러기도 보고 두루미와 제비도 만난다. 국립생물자원관의 도움을 받아 이런 특별한 전시를 연출한 것이다. “새를 주제로 박물관 소장 민화 31점, 조류 표본 10점과 이지양, 인세인 박 작가의 작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특별전과 연계한 프로그램도 충실하다. 작가와의 대화, 새 그림 이해, 새 관련 다양한 읽을거리가 있는 박물관 속 도서관, 관람객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해 주는 흥미로운 이벤트까지 마련해 관람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1층 전시실엔 국가 무형문화재 제100호인 옥장 장주원의 옥공예품이 전시돼 있다. 윤원규기자

■지역 속으로 세계 속으로

경기대 소성박물관의 모토가 ‘대학 속으로 지역 속으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활발하다. 유치원생들에게는 ‘경기대박물관에서 재미있게 놀자’를, 초등학생들에게는 ‘찾아가는 박물관’을 운영하는 등 지역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프로그램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초·중학생 대상의 ‘우리 동네 대학박물관, 1교시’, 중학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꿈을 잇는 박물관’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수원지역 초중등 학생을 대상으로 기획한 교육프로그램의 제목만 훑어봐도 열정과 사명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나눌수록 커지는 박물관’, ‘스마트하게 박물관에서 놀기’, ‘자유학기제 박물관 Do Dream’, ‘자유학년제 꿈을 잇는 박물관’, ‘우리 동네 대학박물관, 1교시’처럼 흥미로운 주제로 가득하다.

소성박물관은 옛날과 오늘을 잇는 사업에도 열심이다. 우리의 전통문화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던 박물관은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단오와 동지 같은 세시풍속을 대학생들이 기억하고 즐기도록 한 것이다. 2008년부터 시작한 ‘단오부채 만들기’와 ‘동지팥죽 나누기’는 단오와 동지의 아름답고 넉넉한 풍습을 대학생들에게 전달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해마다 꾸준히 진행하는 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1학기에는 전각 이벤트, 오월 단오에 부채 만들기가 진행되고, 2학기에는 11월에 가래떡데이, 동지엔 책력을 만듭니다.”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흥미와 장학금, 문화 봉사를 하면 이를 인정해 실속도 챙기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대학생 비교과 프로그램 ‘나도 큐레이터’와 ‘수원 뮤지엄 벨트’, ‘展 See하자!’와 ‘수원愛교과서’은 이런 고민에서 시작한 것인데 학생들의 호응도가 높다고 한다.

경기대가 추진하는 ‘경기비전 2024’는 지역사회 연계를 주요한 의제로 설정한다. 시설물을 개방해 지역사회가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주민이 박물관 문화의 생산과 소비 주체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경기대의 비전을 박물관이 앞장서 실현하고 있다.

3층 농경민속전시실에 전시된 농기구 등 다양한 민속품. 윤원규기자

2005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특별전을 개최해 무료 개방하고 있다. 총 11개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사회에 교육기부를 실천하고 있다. 이런 활동으로 소성박물관은 ‘경기도 박물관 미술관 활성화 유공 표창’(2016년)과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을 3회 수상했다.

2006 이전 개관기획전 ‘집들이’를 시작으로 개교 60주년 기념 기획전 ‘환還’(2007년), 경기지역 대학박물관 연합전 ‘새가 날아든다’(2008년), ‘이야기가 흐르는 민화’展(2009년), 경기대 박물관·수원화성박물관 교류전 ‘화성, 그림과 사진으로 만나다’(2010년), ‘용호상박’展(2010년), ‘공부’(2011년), ‘박물관 속 식물원’(2012)년, ‘민화 속으로 들어간 사람’(2013년), ‘도로圖路’(2014년), ‘수수께끼’(2015년), ‘호주매씨가족의 한국소풍이야기’(2016년), ‘The CODE 책거리의 비밀’(2017년), ‘어장관리’(2018년), ‘호주매씨가족의 한국소풍이야기2: 그들의 사진과 기록’(2019년), ‘나비효과’(2020년), 한-호주 수교 60주년 기념 해외 특별전 ‘호주매씨가족의 한국소풍이야기’(2021년), ‘제 말 하니 온, 호랑이’(2022년)를 거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시, 새가 날아든다’까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2016, 2019, 2021년 세 차례에 걸쳐 조명한 ‘호주매씨가족의 한국소풍이야기’는 정말 특별하다. 주요 방송과 언론이 주목한 이 기획전은 우리 역사의 일부분을 복원한 뜻깊은 사업이다. 1910년 우리나라에 들어와 나환자들을 돌보기 시작한 호주 사람 매켄지는 딸 둘을 낳았는데, 이 딸들도 아버지의 뒤를 이었다. 부산에 정착해 병원과 학교를 세우고 전쟁고아들도 거두며 한평생을 우리나라에서 보냈다. 매켄지는 한국어로 매견시라고 읽혀 이 일가의 한국 성이 호주 매씨가 됐다. 호주 매씨 일가가 우리나라에 머물며 찍은 사진 9천장을 소성박물관에서 입수해 학예실이 10년을 연구한 것이다. 신혜경 관장, 배대호 팀장과 호흡을 맞춰 박물관에 생명을 불어넣는 주역은 고예지, 최소현, 장혜지 연구원이다.

지금 대학박물관 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다. 학생과 교직원 중심의 울타리를 벗어나 지역주민들에게 다가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맨 앞에 경기대 소성박물관이 있다. 김준영(다사리행복평생교육학교)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