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전쟁고아 1000명 제주 피신시킨 헤스 대령 9주기 추모식 개최

딘 헤스 대령, 항공작전 불모지였던 韓 공군 훈련
공군총장 주관 제주 항공우주박물관서 거행…한미 공군 추모비행

9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린 ‘딘 헤스 미 공군 대령 9주기 추모행사’에서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이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6·25 전쟁 영웅이자 ‘전쟁고아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故) 딘 헤스 미 공군 대령의 9주기 추모행사가 이영수 공군참모총장 주관으로 9일 제주 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렸다.

추모 행사장에는 한미 전투기 연합편대가 행사장 상공을 비행하며 고인의 업적을 기렸다.

이영수 총장은 추모사에서 "딘 헤스 대령의 도움을 받은 우리 공군은 F-35A와 같은 첨단전력을 운영하고, 우리 힘으로 만들고 있는 국산전투기 KF-21 보라매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을 만큼 세계 속의 강군으로 성장했다"며 "공군은 고인의 무한한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며 자유와 평화 수호의 숭고한 사명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 공군은 6·25전쟁이 발발하자 1950년 6월 한국 공군에 F-51D 전투기를 제공하고, 조종사들의 비행 훈련을 위해 바우트 원(BOUT-1) 부대를 긴급 편성했다. 딘 헤스 당시 소령은 바우트 원 부대를 이끌며 항공작전의 불모지였던 우리 공군이 전투기를 운용하며 적과 싸울 수 있게 했고, 전쟁 초기 1년간은 직접 250여 차례 출격하며 적 지상군을 격퇴했다. 그가 F-51D 전투기에 새겼던 문구인 ‘信念의 鳥人(신념의 조인, By Faith I FLY)’은 한국 조종사들에게 신념과 헌신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자리매김했다.

딘 헤스 대령은 1950년 12월 미 공군 군종목사 러셀 블레이즈델 대령과 함께 미 C-54 수송기 15대, C-47 수송기 1대를 동원해 1000여 명의 고아를 서울에서 제주도로 후송했고, 현지에 한국보육원을 설립하는데 기여했다. 그는 전후에도 수시로 한국을 방문해 고아들을 돌봤으며, 20여 년간 전쟁고아 후원금 모금 활동에 앞장섰다.

정부는 이런 공적을 기려 1951년과 1960년 무공훈장을, 1962년 소파 방정환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소파상을 수여했다.

딘 헤스(맨 오른쪽) 대령을 비롯한 한미 조종사들이 전투 출격 임무에 나서기 전 작전지도를 보며 논의하고 있다. 공군 제공

이영수 총장 주관으로 열린 이번 행사엔 라이언 키니(준장) 미 7공군 부사령관과 김광수 제주도 교육감 등 제주지역 군내·외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6·25 전쟁 당시 딘 헤스 대령과 함께 근무했던 고 계원철 장군(예비역 준장)과 이정보 정비사(예비역 중령)의 가족들도 함께 해 그 의미를 더했다. 계원철 장군은 우리 공군 최초의 비행군의관으로서 제주도 보육원 전쟁고아를 대상으로 한 의료지원에 힘썼다.

이번 행사 중엔 한국 공군 F-35A 3대, KF-16 3대, FA-50 4대와 미 공군 F-16 2대가 추모비행을 실시했다. 특히 F-35A는 고인에 대한 존경을 담아 행사장 상공에서 플레어를 발사했다.

한편 ‘딘 헤스 대령 업적과 인도주의 정신’을 주제로 이번에 열린 제2회 딘 헤스 대령 추모 그림 공모전엔 제주지역 초등학생 147명이 지원, 이중 12명에게 이날 공군참모총장상과 총 20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이 증정된다.

정충신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