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안받은 돼지가 맛도 좋다 '도축장의 변신'

음성(충북)=정혁수 기자 2024. 5. 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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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스코(검역본부)

동물복지는 유럽은 물론 미국, 브라질 등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축산업의 새로운 흐름이다 . 맥도널드, 버거킹, KFC 등 육류제품을 재료로 사용하는 글로벌 기업들은 이를 위해 자체 동물복지기준을 제정한 바 있으며 '동물복지 사육농장에서 인도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선언(2000년)을 통해 이같은 흐름을 본격화 했다.

국내에서도 농식품부·농림축산검역본부를 중심으로 동물복지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 및 연구들이 추진돼 축산현장의 시설개선 및 동물복지인증 확대 등으로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사육, 포획, 운송, 계류, 도축까지의 전 과정에 동물복지 개념이 확산되면서 생산자는 물론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동물복지 인증제품 소비도 확대되고 있다.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성의 발달 정도는 동물을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마하트마 간디·Mahatma Gandhi)' '인류가 육식동물의 면모를 버릴 수 없고 동물의 생명을 요구해야 한다면 그들에게 행복한 삶과 죽음을 선사해야 한다(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 등과 같은 말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써 동물복지가 왜 주목받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다.

팜스코(검역본부)
팜스코(검역본부)

지난 7일 찾은 충북 음성군 삼성면 '팜스코(Farmsco)' 정문 부근 계류장에는 비 내리는 날씨에도 돼지를 가득 태운 '동물복지 운송차량'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곳은 전국의 도축장 91개소중 동물복지 도축장으로 인증을 받은 4곳중 하나로 인근 지역(충북·경기·경북)에서 온 돼지 1800두(1일 평균)를 도축하고 있다. 입고에서 도축까지 '스트레스 없는' 하나의 시스템으로 완성된 동물복지 도축장으로 유명하다.

팜스코 김영태 박사(식품사업본부 마케팅실 신선식품R&D팀)는 "최근 안전하고 윤리적인 축산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현장에서도 이같은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축산식품 산업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으로 동물복지 도축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느 도축장 이라면 계류장에서 부터 "꽤~액" "끼~애액" 등 돼지의 외침이 난무하는게 일상이지만 팜스코는 달랐다. 설계시부터 동물복지도축 개념을 적용한 이 곳은 간혹 소음이 들릴 뿐 조용했다.

도축장 시설은 돼지의 습성을 고려한 몰이도구, 벽 색깔 적용 등을 통해 돼지의 스트레스를 최소화 했다. 몰이도구의 경우 돼지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색(빨강·파랑)을 사용했고, 벽면 색깔은 돼지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녹색을 적용해 다가서는 부담을 없앴다. 구분이 필요한 곳은 돼지가 쉽게 인지할 수 있는 회색을 사해 쉽게 멈춰 서도록 했다.

팜스코(검역본부)

추락방지벽을 설치해 하차시 돼지들의 추락사고를 방지하는 것은 물론 경사유도로, 일정 각도의 하차대를 마련해 미끄럼 사고도 방지했다. 실내 계류장 시설이 눈·비·직사광선에 차단될 수 있도록 했고, 안정을 위해 조명 및 적절한 계류밀도를 유지하고 있다.

계류장내 조도는 돼지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30~50룩스(lux)를 유지했다. 또 어두운 곳에서 밝은 곳으로, 밝은 곳에서 더 밝은 곳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돼지 습성이 자연스럽게 발현될 수 있도록 빛의 밝기를 관리했다. 하차대에서 계류장으로, 계류장에서 실신로로 이동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관리했다.

돼지가 보통 앞서가는 무리를 따라가는 습성이 있다는 것도 고려했다. 작업 인원이 돼지를 안정적으로 핸들링할 수 있고, 또 돼지가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15마리씩 이동하는 자동몰이 시설도 도입했다. 이동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람과의 접촉도 최소화 하도록 했다.

김 박사는 "돼지 스트레스가 감소하면 근육내 젖산 축적이 억제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이 감소해 산도(ph)저하를 방지하게 된다"며 "이렇게 되면 근육의 탄력과 보수력을 증가시켜 유통중 감량과 조리중 감량발생도 억제될 뿐만 아니라 육질도 부드러워 소비자들의의 만족도가 크다"고 했다.

팜스코(검역본부)

팜스코 하이포크는 동물의 5대 자유(충분한 영양공급, 놀이기구, 치료받을 권리, 쾌적한 환경조성, 자율적 행동보장)에 기반한 돼지의 신체적, 정신적 안정과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최대한의 인도적 도축공정을 지향한다. '동물복지가 완성되는 곳이 바로 도축장'이라는 신념으로 소비자를 위한 고품질의 육류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김정희 농림축산검역본부 본부장은 "동물복지축산은 국민건강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자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될 것"이라며 "소비자에게는 윤리적 소비의 기회를, 생산자에게는 지속가능한 축산기반이 될 수 있도록 동물복지인증 확산에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음성(충북)=정혁수 기자 hyeoksoo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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