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동 걸린 쿠팡의 로켓…‘메이드 인 코리아’로 中커머스에 반격

조유빈 기자 2024. 5. 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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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제품 매입 등에 22조원 투자…품질 경쟁력 강화
中커머스 취약점 ‘신선식품’에도 박차…와우회원 혜택 확대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쿠팡이 1분기 부진한 영업실적을 내놨다. 매출에서 사상 최초로 9조원대를 돌파했지만,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당기순이익이 7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쿠팡의 성적은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진출과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에 따른 손실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로켓의 속도를 다시 올리기 위해 '메이드 인 코리아' 강화 전략을 내놨다. 고품질의 국산 제품과 배송 경쟁력을 갖춘 신선식품을 무기로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반격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쿠팡 서울 잠실 본사 모습 ⓒ연합뉴스

김범석 "中커머스 진출로 유통시장 진입장벽 낮아져"

쿠팡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난 9조4505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531억원으로 61% 급감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2022년 3분기 사상 첫 분기 흑자 이후 처음이다. 당기순손익은 지난해 1분기 1160억원 흑자에서 올해 1분기 319억원 적자로 전환, 2022년 3분기부터 이어져 온 흑자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배경에는 1월 말 인수를 완료한 명품 플랫폼 파페치로 인한 손실(1501억원)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가 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파페치의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연말까지 연간 조정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가 흑자에 근접하도록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오히려 무게를 싣는 부분은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한 대응이다. 김 의장은 "중국 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은 업계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과,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빠르게 다른 쇼핑 옵션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며 '中커머스' 공세로 인한 위기론을 직접 언급했다. 이어 "최고의 상품과 가격, 서비스로 매번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리와 테무 등은 초저가를 무기로 한국 시장에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알리와 테무의 지난달 국내 월간 사용자 수는 1683만 명으로, 쿠팡(3091만 명)의 절반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용자 수에서 쿠팡이 월등히 앞서 있지만,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 속도와 막강한 자본력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의 모회사인 알리바바그룹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70조원, 23조3000억원이다. 매출은 쿠팡의 5.5배, 영업이익은 37.7배에 달한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기 중국 직구액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54%로,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 쿠팡의 프로덕트 커머스 매출 성장률(20%)의 2.7배에 달한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연합뉴스

'한국산' 제품에 힘준다…고품질 전략 드라이브

쿠팡은 적극적인 투자 전략으로 1분기 실적 부진을 만회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전략 중 하나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강화하는 것이다. 김 의장은 "한국 제조업체와 중소기업이 쿠팡의 로켓 인프라를 통해 더 향상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제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7조원 규모였던 한국산 제품의 구매·판매 금액을 올해 22조원으로 대폭 늘린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로 락인 효과가 사라진 상황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다시 끌어오기 위해 '품질'에 집중하는 것이다. 최근 알리와 테무에서 판매하는 장신구 제품에서 카드뮴, 납 등이 검출되고, 어린이 완구와 슬라임 등에서도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나온 바 있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품질·유해성 논란이 연이어 제기되는 상황에서, 검증된 국산 제품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핵심 경쟁력인 물류 투자도 지속한다. 김 의장은 "향후 몇 년간 수십억 달러의 자본 투자를 지속해 풀필먼트 및 물류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며 "배송 속도를 높이면서 도서 산간 지역 등 오지까지 무료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앞서 쿠팡은 2026년까지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북 김천, 광주 등에 신규 물류센터 8곳을 운영하고, 2027년까지 전 국민 5000만 명을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주차장에 세워진 쿠팡 배송 차량 ⓒ연합뉴스

中커머스엔 없는 '이것' 키운다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엔 없는 서비스와 멤버십을 강화하면서 충성 고객 효과도 키우기로 했다. 최근 쿠팡은 로켓와우 멤버십 요금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대폭 인상했는데, 알리 등에 반격하기 위한 실탄을 확보하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이커머스 플랫폼의 매출에는 충성 고객들의 락인 효과가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요금 인상으로 인한 회원 이탈을 막기 위해 멤버십 혜택에 대한 투자도 늘린다. 지난해 4조원이었던 투자 금액을 5조5000억원으로 확대한다.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이 직접 발을 들이기 어려운 신선식품 사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쿠팡에 따르면, 빠른 배송과 신선도를 경쟁력으로 삼은 로켓프레시 사업은 전년 동기 대비 판매 수량이 70% 증가했다. 김 의장은 "신선식품 새벽 배송 서비스인 로켓프레시 사업을 통해 더 다양한 상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고, 중소 제조사에 로켓배송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활용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세가 거세지만, 초저가를 지향하는 알리 등과 빠른 배송을 지향하는 쿠팡의 전략은 차이가 있다"며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과 비교해 배송, 신선도 등에서 경쟁력을 지닌 쿠팡이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고품질'이라는 경쟁력을 추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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