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가 유튜버 살해…범행 뒤 대범하게 유튜브 게시물 올려

경찰 경주서 검거, 앙심 품고 범행 저지른 것으로 파악
경찰 휴대전화 압수 안한 듯

9일 부산 법조타운에서 흉기 살해 혐의로 경찰에 잡힌 유튜버의 유튜브 채널.

부산 = 이승륜 기자

부산 법조타운에서 50대 유튜버가 또다른 50대 유튜버의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용의자는 범행 직후 도주했다가 1시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게시물을 수차례 올리는 대담함을 보였다.

9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52분 112 상황실에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40대 남성이 흉기로 사람을 찌르고 차량으로 도주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범행 현장에 도착한 소방구급대가 심정지 상태인 A(50대) 씨를 심폐소생술(CPR)을 하면서 근처 종합병원으로 옮겼으나 1시간여 만인 오전 11시 4분 숨졌다.

경찰은 용의자와 도주 차량을 수배하고, 형사 인력을 긴급 배치·추적해 경주에서 용의자 B 씨를 검거했다. 용의자와 피해자 모두 자신의 생활상을 소재 삼아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인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는 경기도 안성에서 여행, 먹방 등을 소재로 구독자 4000명 정도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용의자는 경남 양산에서 구독자 8000명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B 씨는 범행 1시간 뒤 도주 과정에서 자신의 유튜브 채널 게시판에 “그동안 저를 아껴주시고 응원 해주신 구독자 님들께 죄송합니다. 하지만 타인의 행복을 깨려는 자를 도저히 용서할수 없었습니다.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저의 행동은 제가 책임 지겠습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B 씨는 경찰에 체포된 직후 “마지막 인사 드립니다. 경주에서 검거 되었습니다. 바다를 못 본 게 조금 아쉽네요. 그동안 고맙습니다”라고 재차 글을 올렸다. 체포 과정이나 직후에 휴대폰을 압수 당하지 않았으며, 이후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것을 경찰이 제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현재 정확한 범행 동기를 파악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일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