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절대 잊지 않겠다"는 중국대사관 폭격…25년전 무슨일이
中 민족주의 불붙으며 군사예산 증강 신호탄 돼…
추락 미 스텔스기 기술 유출 차단 조치 해석도
"우리는 25년전 오늘(5월 7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무지막지하게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을 폭격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 인민들은 평화를 귀하게 여기지만, 절대 역사적 비극이 재연되지는 않게 하겠다."
프랑스에 이어 EU(유럽연합) 순방 두 번째 국가로 지난 8일(현지시간) 세르비아를 찾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 전 폭격 기념일을 맞아 내놓은 기고문은 말 그대로 결연하다. 중국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국가이자 '일대일로' 참여국이며, 지난 2021년 유럽 최초로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받은 대표적 친중국가 세르비아에선 25년 전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 중 1998년 발생한게 바로 코소보 내전이다. 미군은 이에 개입해 1999년 3월부터 6월 10일까지 총 829대의 항공기를 4만여회 비행하는 폭격 등 공중작전을 펼쳤다. 그러던 5월 7일 폭격기에서 베오그라드의 유고슬라비아군 시설로 발사됐던 합동직격탄 3발(중국측 주장 5발)이 중국 대사관에 그대로 명중했다. 중국인 3명, 세르비아인 14명이 사망했다.
미국은 해당 공격에 대해 "오래된 지도를 사용해 작전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명백한 실수"라고 밝혔지만 중국 내에서는 당장 대대적인 반전 시위가 일었다. 중국 대사관 폭격의 정치적 의미가 상당했음은 이후 미군과 나토군의 베오그라드 폭격이 2주간 완전 중단됐다는 사실이 잘 보여준다.
그럼 당시 중국 상황은 어땠을까. 퇴역 중국인민해방군(PLA) 대령이자 군사전문가 유에강은 "중국 지도부는 당시 1991년 걸프전에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선보인 첨단 무기에 큰 충격을 받고 군대를 현대군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막 시작하던 상황이었다"고 회고했다. 군의 규모는 컸지만 여전히 재래식 무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중국으로서는 서방의 발전된 무기들이 놀라움을 넘어 공포로 다가왔다.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군사전문가 니 레시옹은 "유엔군의 걸프전 해상공격과 나토군의 유고슬라비아 융단폭격을 통해 중국은 '항공전력만으로도 한 국가가 완전히 제압되는 상황'을 처음 목도했다. 중국 수뇌부가 큰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던 와중에 미국의 스텔스 폭격기가 대사관 상공을 날아 지하실까지 파고들어 파괴하는 첨단 폭탄을 떨어트렸던 거다.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사건 발생 직후 발언도 당시 중국의 상황을 잘 보여준다. 그는 중국 지도부 내부 회의에서 "우리는 패권주의에 반대해야 하지만, 미국과의 관계도 발전시켜야 한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중국은 경제발전과 개혁개방 정책에서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사절단을 맞아 피해 보상에 합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사관 폭격은 중국의 민족주의에 불을 제대로 붙였다. 유예 대령은 "폭격은 우리의 육체를 찔렀고, 굴욕감은 이내 용기로 바뀌어 군개혁이 크게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반미 시위가 일었고 중국 군부엔 기회가 왔다. 세르비아 IIPE(국제정치경제연구소) 네나드 스테키치 연구원은 "베오그라드 중국 대사관 폭격이 중국의 군사예산 증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1999년부터 중국의 연간 국방 예산은 10년간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증액됐다. 중국 GDP가 성장하면서 국방예산도 꾸준히 커젔다. 올해도 중국은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7.2% 증액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세계 2위 국방비 지출국이 된 중국은 얼마 전 세 번째 항모를 진수했다. 한때 600만을 헤아리던 병력은 200만명까지 줄이며 첨단·정예화했다.
해당 전투기 잔해는 당시 농부들이 수집해 기념품으로 삼았고, 일부는 지금도 베오그라드 항공박물관에 공개 전시돼 있다. 그런데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9일 "당시 중국이 회수된 잔해로부터 스텔스 도료 등 기술을 연구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소문이 돌았으며, 대사관이 핵심 부품의 임시 보관소 역할을 했기 때문에 공습 표적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사고가 있었던 해 말 영국 일간지 더 가디언은 "중국 대사관이 유고슬라이바 군통신을 전송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나토가 확인, 고의적으로 폭격했다"며 "또 중국이 추락한 F-117 스텔스 기술을 대가로 (세르비아 대통령이 된) 밀로셰비치를 돕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사고 10여년 후인 2011년 첫 스텔스기인 J-20을 공개했다.
중국은 당연히 이 내용을 완전히 부인했다. 유예 대령은 "대사관이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물리적 공격에 노출될 수 있는데 그런 선택을 하기는 어렵다"며 "F-117 관련설이 사실이라면 미국이 이를 공격 명분으로 삼아 자신의 입장을 방어했을 텐데, 미국은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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