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합성니코틴 담배 시장… 청소년도 자판기로 손쉽게 구매

김호준 기자 2024. 5. 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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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가게 안에는 지키는 사람이 없었고, 별다른 인증 없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복숭아·레몬 맛 등 다양한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들이 자동판매기에서 마치 음료수처럼 판매되고 있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액상 전자담배 중 92.2%는 합성니코틴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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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담배 아냐 ‘규제 사각’
무인매장 84% 출입문 상시개방
성인 인증 장치도 없이 판매 중
제품 10개 중 9개 ‘합성니코틴’
불법 ‘니코틴 추가’ 행위도 성행
‘알록달록’ 액상 전자담배들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대로변에 있는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자동판매기에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가 진열돼 있다. 매장은 별도 인증 없이 출입이 가능했고, 판매기에 주민등록증만 넣으면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전수한 기자

지난 8일 오후 서울 마포구의 한 무인 전자담배 판매점. 가게 안에는 지키는 사람이 없었고, 별다른 인증 없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 복숭아·레몬 맛 등 다양한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들이 자동판매기에서 마치 음료수처럼 판매되고 있었다. 판매기에는 “신분증을 넣고 카메라를 바라보고 얼굴 인증을 하라”고 안내돼 있었지만, 이는 눈속임인 듯 실제로는 주민등록증을 넣자마자 곧바로 결제창이 떠 신용카드로 손쉽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매장 근처를 자주 다닌다는 중학생 A(15) 군은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위험하게 느껴져 매장 앞을 지날 때마다 호기심에 자꾸 쳐다보게 된다”고 말했다.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합성니코틴 액상 전자담배가 청소년 사이에서 무차별적으로 확산하면서 정부의 청소년 흡연 예방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중에서 유통되는 액상 전자담배 10개 중 9개는 합성니코틴으로 만든 제품이다. 화학물질로 만든 합성니코틴 담배는 현행법상 ‘담배’에 해당하지 않아 무인 매장이나 온라인 등을 통해서 마구잡이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9일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국 무인 담배판매점 62곳 중 52곳(83.9%)은 출입문이 상시 개방돼 있었고, 성인 인증 장치(신분증·신용카드)도 부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39곳(62.9%)은 출입문에 ‘19세 미만 출입 금지’ 문구가 붙어 있지 않았다. 또 실제 제품 구매 시도 결과 절반에 가까운 48.3%(30곳)는 성인 인증 장치가 부착돼 있었음에도 다른 사람 신분증을 이용해 제품을 살 수 있었다.

규제가 허술한 틈을 타 합성니코틴 담배에 니코틴 원액을 추가해 농도를 높이는 ‘니코틴 샷 추가’ 같은 인체에 치명적인 행위도 성행하고 있다. 통상 니코틴을 1% 이상 함유한 액상은 ‘유독 물질’로 분류되고, 2%를 초과하는 액상을 팔려면 반드시 별도의 영업허가를 받아야 해 보통 전자담배 매장에서 이뤄지는 니코틴 추가는 불법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날 홍대입구역 근처 한 전자담배 매장에 들러 ‘니코틴 추가가 가능한지’ 묻자 “대다수 합성니코틴 담배는 니코틴 농도가 1% 미만이지만, 최대 3%까지 늘려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합성니코틴 담배 유통은 온라인에서 더욱 심각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액상 전자담배 중 92.2%는 합성니코틴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e커머스에서는 청소년들이 성인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손쉽게 계정을 생성해 제품을 주문할 수 있다. 일반 담배는 불법인 ‘1+1’ 판촉 행사나 할인 쿠폰 증정 등 마케팅도 활개를 치고 있다. 유튜브에서 ‘액상’을 검색하면 각종 합성니코틴 담배를 추천하는 동영상이 넘쳐나고, SNS에는 청소년들이 제품을 ‘댈구’(대리구매)하고 남긴 후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일반 담배는 SNS나 공공장소 등 지정되지 않은 매체에서 광고가 금지돼 있지만, 합성니코틴 담배는 이런 규제를 모두 피해가고 있다.

김호준·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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