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교수 책 보며 검정고시 시작… 이젠 수능 도전”

김선영 기자 2024. 5. 9.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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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줄이 넘어 105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책을 읽으며 '어떻게 잘 살다 죽을까'를 고민하다가 검정고시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9일 서울시교육청이 2024년 제1회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 합격자를 발표한 가운데, 최고령 합격자인 정월명(84) 씨는 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독학으로 4년간 유튜브 무료 강의와 책만 보고 중·고교 검정고시 시험에 붙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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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세 최고령 합격 정월명 씨
“어렵게 살며 공부에 늘 갈망
보람있는 여생위해 더 배울 것”

“여든 줄이 넘어 105세의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책을 읽으며 ‘어떻게 잘 살다 죽을까’를 고민하다가 검정고시에 도전하게 됐습니다.”

9일 서울시교육청이 2024년 제1회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 합격자를 발표한 가운데, 최고령 합격자인 정월명(84) 씨는 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독학으로 4년간 유튜브 무료 강의와 책만 보고 중·고교 검정고시 시험에 붙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늦깎이 수험생 생활에 힘이 된 건 김 교수의 책이었다. 정 씨는 “홀로 공부하다 지칠 때마다 틈틈이 김 교수의 칼럼과 책을 찾아보면서 나도 이렇게 세상을 떠날 게 아니라 계속 도전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졌다”고 밝혔다. 강원 양구군에 본인 묫자리를 마련해뒀다는 김 교수의 글을 읽고 정 씨 역시 본인 묫자리를 마련해 둘 정도로 석학의 글은 그의 삶에 큰 나침반이 되었다. 그 결과, 정 씨는 3년 전 중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붙었고, 이번 고졸 검정고시에서는 최고령으로 합격하게 됐다. 그는 “내가 김 교수처럼 큰 선생도 아닌데, 인터뷰하는 게 부끄럽다”며 기사에 얼굴 사진 게재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그는 “서대문 인쇄소에서 일하다가 교학사로 이직해 10년 근무하는 등 늘 책 주변에서 살았는데, 늘 공부를 하고 싶다는 갈망이 컸다”며 “그래서 자식들은 모두 대학원까지 공부를 시켰다”고 말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건 20여 년 운영해온 홍보 디자인 업체를 자식들에게 넘겨주고 은퇴한 뒤인 70대 후반부터다. 정 씨는 “6·25 전쟁과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먹고살기 급급하다 보니 공부의 때를 놓쳐 배우지 못한 아픔이 컸다”며 “공부를 하면 치매 예방도 되고, 남은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정 씨의 다음 목표는 수능을 봐서 4년제 대학에 가는 것이다. 그는 “자식들은 내가 대학 교육과정을 따라가기 힘들 거라며 만류하는데, 더 늦기 전에 만학도의 꿈을 불태우고 싶다”고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 정 씨는 기자에게 “사는 동안 대학 문턱은 꼭 밟아보고 싶은데 이 늙은이를 받아줄 데가 어디 있을지 몰라 막막하니, 방법을 알아봐 꼭 좀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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