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핵심 '국립대'의 반란…정부, 당혹감 못 감춰
정부 "의대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사안" 강경 입장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의대 증원 정책의 핵심으로 꼽혔던 지역국립대에서 학칙에 새 정원을 반영하기 위한 절차가 잇따라 부결됨에 따라 정부의 의료개혁이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국립대의 경우 사립대보다 증원 폭이 크고, 총장의 영향력이 사립대 교수 임명권자인 재단 이사장에 비해 제한적이어서 학칙 개정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교육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지만, 의대 정원의 경우 학교가 아니라 '정부'가 결정하는 사안인 만큼 절차대로 학칙을 개정해 정부 정책을 따라야 한다는 입장이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의대 정원이 늘어난 32개 대학 가운데 12개 대학은 새 정원을 반영해 학칙 개정을 완료했다.
나머지 20개 대학은 개정 작업을 진행 중인데, 이 가운데 국립대인 부산대·제주대는 개정안이 학내 심의 과정에서 부결됐다.
학칙 개정을 마무리 한 12개 대학 가운데 11개 대학은 사립대다. 학칙 개정 작업이 끝난 국립대는 전남대뿐이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이번 의대 증원 추진 과정에서 지역 필수의료체계 강화를 위해 국립대에 정원을 많이 배분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대가 사립대에 비해 증원 폭이 크기 때문에 학내에서 의대 교육여건 악화나 의정 갈등 심화에 따른 의대생 집단유급 우려가 크고, 이러한 기류가 학칙 개정 부결로 나타났다는 해석이다.
이번에 정원 배분을 받은 32개 의대 가운데 국립대는 9곳으로, 학교 수로만 따지면 전체의 28.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 의대에 배분된 증원분은 806명으로 전체 증원분 2천명의 40.3%에 달한다.
9개 국립대 가운데 강원대·제주대를 제외한 7개 의대의 경우 정원이 200명인 '메가 의대'가 되면서 서울대보다도 몸집이 커지게 됐다.
강원대·제주대의 경우 총정원은 나머지 의대에 비해 비교적 적지만, 강원대는 정원이 49명에서 132명으로, 제주대는 4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나 증원 폭 자체가 현 정원의 1.5배 수준이다.
이에 비해 사립대의 경우 비수도권 일부 대학과 경인권 소규모 의대를 제외하면 국립대만큼 증원 폭이 크지 않다.
연세대 분교·인제대는 각 7명, 한림대·고신대는 각 24명, 조선대는 25명이 늘어난다. 차의과대와 계명대·영남대·대구가톨릭대 등은 40명 안팎, 가톨릭관동대·건양대·동아대·원광대·순천향대 등은 50명 안팎이 증원된다.
사립대의 경우 교수 임명권자인 '학교법인 이사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데 비해, 국립대는 임용권자이면서 선출직인 총장의 영향력이 다소 제한적이라는 점도 현실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의대 규모는 대학의 인지도나 평판과 직결되므로 국립대든 사립대든 대학 입장에서는 의대 증원을 선호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학칙 개정을 위해 교무회의에 참석하는 교수들이 의대 증원에 대한 우려를 얼마나 강하게 표출하는지는 '국립대인지 사립대인지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다소 당혹스러운 표정이지만 학칙 개정이 학교별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고등교육법 32조와 고등교육법 시행령 28조 3항은 '대학의 학생 정원에 관한 사항은 학칙으로 정하도록 하되, 의료인력의 양성과 관련되는 모집 단위별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사항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고등교육법 60조는 '대학이 학사, 수업 등에 관해 교육 관계 법령 또는 이에 따른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하면 교육부 장관이 총장, 설립자 등에게 시정 명령을 할 수 있고, 일정 기간이 지나도 대학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교육부 장관은 정원 감축, 학과 폐지, 학생 모집정지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긴급브리핑에서 "고등교육법 제32조, 동법 시행령 제28조 제3항의 취지를 봤을 때 대학별 의대 정원은 교육부 장관이 정하는 사항에 따라야 한다"라며 "앞으로 교육부는 대학별 학칙 개정이 법령의 범위 내에서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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