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정상영 회장님은 생명의 은인… 또 우승인사 하러 오겠습니다”

이준호 기자 2024. 5. 9. 11:4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KCC 구단이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에게 우승컵을 안겼다.

전 감독은 "정 명예회장님은 세상을 떠나시기 직전까지 구단 체육관에 오셔서 선수들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방역 상태를 세심하게 점검하셨다"면서 "정 명예회장께 보답하는 길은 우승컵을 전해드리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3년 만에, 뒤늦게 약속을 지켜 송구하다"고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전창진 KCC 감독, 묘소 찾아
“팀 연습때 자주 오셔서 격려
빨리 우승해 보답하려 했는데
뒤늦게 약속 지켜 송구스러워”
지난 2004년 KCC가 챔피언 결정전에서 우승했을 당시 선수단이 고 정상영 명예회장을 헹가래 치고 있는 모습.
KCC 구단 최형길(묘소 맨 앞) 단장과 전창진 감독 등이 지난 8일 고 정상영 명예회장의 묘소를 방문해 참배를 하고 있다.
고 정 명예회장의 묘소에 바쳐진 우승 트로피. 연합뉴스·KCC 구단 제공

KCC 구단이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고 정상영 KCC 명예회장에게 우승컵을 안겼다. KCC 구단은 지난 5일 챔피언결정전을 마친 뒤 첫 공식일정으로 8일 정 명예회장의 묘소를 찾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냇동생인 고인은 2021년 1월 30일 별세했다. 최형길 단장, 전창진 감독과 선수단이 정 명예회장을 찾아간 건 우승인사를 하기 위해서다.

고 정상영 명예회장의 농구사랑은 남달랐다. 2001년 현대농구단을 인수한 뒤 선수단을 적극 지원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에 있는 구단 체육관을 수시로 방문하고 격려했다. 코칭스태프도 그대로 인수했다. 당시 신선우 감독은 “정 명예회장께선 워낙 소탈하신 분이고 사전에 아무런 연락 없이 체육관을 찾아오셔서 격려해주셨다”면서 “전날 술을 마시면 (정 명예회장이 언제 방문할지 몰라) 구취 제거제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고 기억했다.

정 명예회장은 프로농구 정규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5차례나 자청했다. 프로-아마 최강전,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챌린지 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선수들이 은퇴하면 KCC 직원으로 일하게 하는 등 복지도 세심하게 살폈다.

정 명예회장은 전창진 감독도 살뜰하게 품었다. 승부조작, 도박 등의 혐의를 벗었지만 어느 구단도 불러주지 않던 전 감독에게 정 명예회장이 손을 내밀었다. 2018년 기술고문을 맡겼고 이듬해 지휘봉을 안겼다. 전 감독은 “정 명예회장님께서 ‘억울한 누명을 벗었고 죄도 없는데 왜 숨느냐. 떳떳하게 네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강조하셨다”면서 “정말 제겐 생명의 은인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전 감독은 정 명예회장에게 마음의 빚이 있었다. 2020∼2021시즌 정규리그 1위를 달렸고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그런데 시즌 중이던 2021년 1월 30일 정 명예회장이 세상을 떠났다. 전 감독은 “2020∼2021시즌 우승트로피를 꼭 묘소에 갖다 드리고 싶었다”면서 “(당시 우승을 하지 못해) 다음에 꼭 우승컵을 들고 정 명예회장을 찾아뵙겠다고 다짐했었다”고 말했다. 당시 KCC는 KGC(현 정관장)에 챔피언결정전에서 4패를 당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진 회장은 선수단 강화에 신경 썼다. 2022년 허웅과 이승현, 지난해 최준용을 영입하며 막강한 전력을 구축했고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전 감독은 “정 명예회장님은 세상을 떠나시기 직전까지 구단 체육관에 오셔서 선수들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방역 상태를 세심하게 점검하셨다”면서 “정 명예회장께 보답하는 길은 우승컵을 전해드리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3년 만에, 뒤늦게 약속을 지켜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준호 선임기자 jhlee@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