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일 않고 외유 나선 후안무치 의원들[포럼]

2024. 5. 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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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말 국회의원들의 출장을 빙자한 '해외 나들이' 행태가 다시 극성이다.

언론의 보도를 보면, 4·10 총선 다음 날부터 제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오는 29일까지 49일간 의원들의 출장이 15건이고, 재적 296명 중 57명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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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임기 말 국회의원들의 출장을 빙자한 ‘해외 나들이’ 행태가 다시 극성이다. 언론의 보도를 보면, 4·10 총선 다음 날부터 제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오는 29일까지 49일간 의원들의 출장이 15건이고, 재적 296명 중 57명이라고 한다. 임기 종료 사흘 전인 26일까지 예정된 출장도 있다고 한다.

국회사무처가 승인하지 않거나 일정과 인원 축소 등의 조건부 승인을 했는데도 이 정도다. ‘친환경 자전거 협력 방안 연구’를 위한 프랑스·네덜란드 출장,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현장 방문’이라는 캐나다 출장 등은 국회사무처의 승인을 받지 못했고, 개혁신당의 모 의원은 해외 출장이 너무 잦다는 국회사무처의 지적에 따라 명단에서 제외됐으며, 몇몇 출장에 대해 국회사무처는 일정을 축소하라든가 아프리카의 유명 관광지 마다가스카르를 제외하라는 등의 조건부로 승인받았다고 한다. 국회사무처는 의원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곳이고 예산도 확보됐을 터이므로 웬만해서는 승인하지 않았을 리 없다.

특히 어이없는 일은, 낙선이든 출마 포기든 제22대 국회에 들어가지도 않는 의원들의 출장이다. 의원의 해외 출장은 외국의 의원이나 공직자를 만나 의원외교를 하거나 다른 나라의 제도나 상황을 직접 보고 느낀 바를 의정에 반영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임기가 며칠 남은 의원이 어떻게 의원외교를 할 것이며, 곧 의원 지위를 잃을 의원들이 무슨 수로 출장에서 배운 바를 의정에 반영하겠는가. 이러니 출장이 아니라 ‘졸업여행’이니 ‘말년 휴가’니 하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국민이 뽑은 대표들의 일탈이니 그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겠다.

어떤 직책이든 임기 말은 일을 마무리할 때지 벌일 때가 아니다. 특히, 임기종료와 함께 자신이 발의한 법안이 자동 폐기되는 국회의원이라면 말할 나위도 없다. 제21대 국회에 4년간 법안 2만5830건이 발의돼 9454건이 처리됐고 나머지 1만6376건이 계류 중이라는데, 계류 중인 법안은 제21대 국회 종료와 동시에 폐기된다. 옥석을 가려서 이들 법안 중 처리할 것은 처리한 후 임기 종료를 맞는 것이 국민의 대표가 마땅히 취할 자세다. 여야가 줄기차게 사사건건 대립한 제21대 국회에서 드물게도 여야 합의에 이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특별법안’ 3건이 있는데, 이마저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 법안이 조속히 통과되지 않으면 원자력발전소가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해 가동을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법안도 방치한 채 꼭 가야 할 만큼 긴급하고도 중대한 해외 출장이 있단 말인가.

국회의원으로서 해외 출장의 유혹이 달콤하긴 하겠다. 모든 비용은 나라에서 대주고, 공항 귀빈실로 출국해 도착하면 현지 대사관 직원이 마중 나와 안내와 차량 제공 등 모든 편의를 봐줄 테니 임기가 끝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나가고 싶은 심정,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런 유혹에 넘어간다면 국민의 대표 자격은 없다. 이런 자격 미달 의원이 다시는 국회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유권자가 할 일이다. 어느 당 소속이든 임기 말에 달콤한 외유를 하는 의원들의 이름을 끝까지 기억했다가 적어도 제23대 총선에서는 반드시 떨어뜨려야 한다. 그래야 그 달콤한 유혹이 독(毒)이 든 사과임을 알게 되지 않겠는가.

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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