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알리 '짝퉁 패션' 여전한데…에이블리 투자로 '트렌드 카피' 빨라지나

이혜원 기자 2024. 5. 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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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리 통해 여성 패션 트렌드 정보 캐치 가능
"투자로 '밀월 관계' 되면 국내 시장 장악 가속화"
국내 데이터 확보 관측에 에이블리 "사실무근" 입장
알리익스프레스(왼쪽), 에이블리(오른쪽) 앱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국내 시장에서 'C커머스'로 불리는 중국 직구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형국이다.

현재 검토 중인 에이블리에 대한 투자가 성사될 경우 여성 패션 트렌드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 국내 시장을 겨냥한 디자인 카피 및 짝퉁 상품이 범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기존에도 보세 패션 시장에서는 샘플 생산부터 도매까지 중국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돼 국내로 디자인 카피 ‘짝퉁’ 상품이 대거 유통되고 있었다.

최근에는 알리가 한국 패션앱 ‘에이블리’에 대한 지분 투자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통해 한국 패션 유통 시장에서 유행하는 스타일과 인기 브랜드에 대한 노골적 디자인 도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9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에서의 섬유류 누적 수입 규모는 17억454만달러로 집계됐다.

전체 섬유류 수입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38.67%에서 2023년 39.57%로 상승해 국내로 들여오는 해외 섬유류의 약 40%가 중국산인 셈이다.

품목별로는 원재료인 ▲섬유원료(인조·재생섬유) ▲섬유사(천연 및 인조) ▲섬유직물(견직물·모직물 등) ▲의류 완제품 등이 포함된다.

실제 중국은 원자재 공수부터 디자인, 기획, 샘플 생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 패션 유통과 관련해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한국 섬유산업의 근간이 되는 인력이 빠져나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섬유산업연합회가 발표한 '2023년도 섬유패션산업 인력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13만6741명에서 지난해 12만8516명으로 2년새 8000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에서 생산되는 의류는 한국 도매업체를 거쳐 개인 쇼핑몰 중심의 소매 셀러까지 빠르게 유통되고 있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정가 1만1600원에 판매 중인 여성용 반소매 티셔츠와 똑같은 상품이 국내 여성 패션앱 에이블리에서 다수 셀러들에 의해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에이블리에서 각각의 셀러들이 판매하는 제품은 똑같지만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보세 패션을 책임지던 동대문의 기획, 디자인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이 많은 상품을 조달하고 있다"며 "샘플을 보내고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주문할 때에 짧으면 일주일 이내에 똑같은 상품을 카피해 시장에 유통시킬 수 있는 게 중국"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생산된 상품을 한국의 여러 셀러들에게 유통시키는 것 뿐만 아니라 역으로 한국에서 유행하는 브랜드와 디자인을 불법적으로 카피하는 행태도 빈번하다.

알리 앱에서 검색했을 때에 ▲마뗑킴 ▲마르디 메크르디 ▲마리떼 등 소위 ‘3마’로 불리며 국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 브랜드 디자인을 무단으로 카피한 ‘짝퉁’ 상품이 유통되는 것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문제는 최근 알리가 패션앱 에이블리 측에 1000억원대 지분 투자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자본의 패션 제조·유통·소비 시장 장악의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알리가 에이블리에 투자를 단행한 이후 양사간 협력이 강화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이를 통해 에이블리가 한국 패션 시장의 유행과 트렌드를 발빠르게 캐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가뜩이나 값싼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워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판매 동향과 업계 트렌드 같은 고급 정보도 손쉽게 얻게 되면 시장 대응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점쳐진다.

일각에선 알리가 에이블리에 대해 지분 투자를 검토하는 목적이 영업 지표, 판매 업체 정보 등 민감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에이블리 측은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에이블리는 플랫폼 사업자로서 이용자가 신뢰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환경을 조성하고, 적법한 권리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에이블리는 입점 셀러를 대상으로 한 약관 및 운영정책상 '타 브랜드 디자인 모방 및 변형 등 디자인권 침해행위', '정품 라이선스 미기재 또는 권리 침해 상품 판매행위', '타인의 이미지 또는 성명(초상권, 성명권 등) 무단 사용행위' 등 위법한 권리침해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안내, 계도에도 불구하고 적법한 권리자로부터 침해 의심 상품 신고가 접수될 경우 관련 부서에서는 침해 예방을 위해 즉시 피신고 상품의 노출을 중단하고 소명을 요청하는 등 약관과 운영정책에 따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소명 등의 결과 약관 위반이 확인된 경우, 해당 셀러에게 재발 방지를 위해 권리 침해 관련 상기 정책에 대한 재안내 및 내부 운영정책에 따른 단계적 페널티를 부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현재도 알리에서 한국 패션 업계 인력을 빼내는 시도를 통해 국내 패션 시장을 잠식하려는 야욕을 내비치고 있다"며 "한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시장 정보에 보다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 국내 시장의 종속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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