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 앞 부끄럽기 싫어" 시작한 검정고시 준비…반년 만에 합격

정유선 기자 2024. 5. 9. 10: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손녀가 자라서 할머니 이거 뭐야? 저거 뭐야? 물어볼 것 아니에요. 부끄러운 할머니가 되지 않으려면 공부를 해야겠구나, 마음을 먹었죠."

2024학년도 서울 제1회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 중 한 명인 정미경(59)씨는 전날(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같이 전했다.

정씨는 "(학업을 중단한 뒤) 47년 만에 졸업장을 받은 것"이라며 특히 "딸과 활동지원사한테 고맙다"고 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1회 초졸 검정고시 합격자 정미경씨
인터넷 강의로 독학…하루 최대 7시간 공부
'찾아가는 서비스' 이용해 집에서 시험 봐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합격…감격해 눈물"
[서울=뉴시스] 2024학년도 서울 제1회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 중 한 명인 정미경(59)씨. (사진=본인 제공) 2024. 5. 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손녀가 자라서 할머니 이거 뭐야? 저거 뭐야? 물어볼 것 아니에요. 부끄러운 할머니가 되지 않으려면 공부를 해야겠구나, 마음을 먹었죠."

2024학년도 서울 제1회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 합격자 중 한 명인 정미경(59)씨는 전날(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이같이 전했다.

어릴 적 뇌성마비가 온 정씨는 초등학교 5학년까지 학교를 다니다 통학이 어려워지며 학업을 중단했다. 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것이 정씨에겐 "마음의 한으로 남았었다"고 한다.

이에 항상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해 두 딸을 낳아 기르면서 그럴 만한 여유를 찾기는 어려웠다.

일과 가정에 충실하던 정씨. 학업을 향한 열망에 불을 당긴 건 그의 손녀였다.

정씨는 "지금 세 살인 손녀가 자랐을 때 부끄러운 할머니가 되지 않으려면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한 정씨는 가족들의 든든한 지원 아래 반 년도 안돼 검정고시 합격장을 받았다.

딸이 사준 태블릿PC로 집에서 홀로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하루에 많게는 7시간씩 공부한 결과였다.

앞서 운전면허와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에 몇 번 낙방한 뒤 합격했다는 정씨는 "이번 시험에도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한 번에) 붙었다"며 "너무 너무 감격해서 눈물이 흘렀다"고 말했다.

정씨는 "(학업을 중단한 뒤) 47년 만에 졸업장을 받은 것"이라며 특히 "딸과 활동지원사한테 고맙다"고 했다.

뇌병변 장애로 거동이 어려운 정씨는 집에서 감독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험을 치렀다.

고사장이 있는 학교까지 이동이 어려운 중증장애인 응시자가 자택 혹은 복지관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서울시에서 마련한 '찾아가는 검정고시 시험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

정씨는 2020년 큰 수술을 세 번이나 받는 등 건강이 좋은 상태는 아니지만, 앞으로도 학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중졸, 고졸 검정고시에 이어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치러 사회복지학과에 진학하는 게 정씨의 바람이다.

이번 서울 지역 검정고시 합격자는 4180명으로 합격률은 90.5%였다. 초졸 449명, 중졸 834명, 고졸 2897명 등이 합격했다.

합격증서는 9일과 오는 10일 양일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교육청 보건안전진흥원 2층 회의실에서 교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