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지염 의심 96%” … 반려동물 질병 AI가 15초만에 잡아낸다[AI 혁명, 현장을 가다]

이예린 기자 2024. 5. 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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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혁명, 현장을 가다 - (3) SK
AI 동물영상 진단 ‘엑스칼리버’
엑스레이 분석하고 수치 보여줘
육안으로 지나칠수 있는 병까지
근골격·흉부 등 47종 판독 척척
수의사 치료·약 처방 수월해져
19개월만에 동물병원 15%도입
日·호주 수의시장에도 보급나서

(::“기관지염 의심 96%” … 반려동물 질병 AI가 15초만에 잡아낸다::)



오이세(왼쪽) 스카이동물메디컬그룹 대표원장과 문종선 인천24시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 지난달 23일 인천24시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 처치실에서 인공지능(AI) 동물 영상 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X Caliber)를 통해 몰티즈 피치의 심장 크기를 자동으로 측정하고 있다. 곽성호 기자

인천=이예린 기자 yrl@munhwa.com

‘기관지염 의심 96.23%’ ‘폐 질환 의심 55.01%’ ‘기관지 허탈(collapse) 의심 50.00%’.

몰티즈 피치(암컷·5)의 기침이 잦아져 걱정된 보호자 김모 씨는 지난달 23일 동물병원 인천24시스카이동물메디컬센터를 찾아 인공지능(AI)이 분석한 반려견의 건강을 확인했다. SK텔레콤이 개발한 AI 동물 영상 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X Caliber)가 엑스레이 사진을 15초 내에 분석해 짚어준 피치의 질환 가능성을 그림과 수치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의사는 엑스칼리버를 통해 피치에 기관지염을 확진, 주사를 놓고 연골 영양제 등 약을 처방했다.

다리를 저는 포메라니안 달콩이(암컷·2)를 지난 2월 병원에 데려온 보호자 이모 씨도 엑스칼리버를 통해 관절염, 고관절 아탈구(부분 탈구) 등 반려견에게 의심되는 병변 총 19개를 확인했다. 이를 통해 수의사는 “허벅지가 두꺼워 체중을 조절하는 게 좋겠다”며 “처음엔 진통제를 쓰지만 운동하면서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는 소견을 냈다.

수의사들이 육안으로 지나칠 수 있는 질환을 AI가 잡아내 오진율이 낮아진 점이 엑스칼리버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다. 개발 과정에 핵심적으로 참여한 오이세 스카이동물메디컬그룹 대표원장은 기자와 만나 “엑스레이 진단 과정이 기존엔 주관식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야 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젠 객관식으로 바뀐 셈”이라며 “수의사의 경험과 AI 기술이 시너지를 내면서 엑스칼리버를 쓰는 동물병원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기존에 엑스레이 사진 위에 병이 의심되는 부위를 손으로 동그라미 쳐 표시하며 설명하던 과정은 한층 깔끔해져 보호자의 이해도 또한 높아졌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을 주축으로 AI 사업을 집중 추진 중인 SK그룹은 국내 반려동물 양육인구 1500만 명 시대를 맞아 관련 기술을 확장하고 있다. 2021년 6월 개발 시작, 2022년 9월 시장에 나온 엑스칼리버를 도입한 국내 동물병원은 지난달 말 기준 600개를 넘었다. 전국 약 4000개 동물병원의 15%가 이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오 원장은 “‘엑스레이 사진 그냥 내가 판독하면 되지’ 했던 의사들도 ‘쓰면 쓸수록 도움이 된다’는 평을 내놓는 게 압도적이라 입소문을 탔다”고 했다.

엑스칼리버는 출시 이후 진단 범위가 지속 확장돼 현재 총 47종의 질환을 판독할 수 있다. 개는 근골격 7종, 흉부 10종, 복부 16종을, 고양이의 경우 흉부 5종, 복부 7종 진단이 가능하다. 심장 크기도 AI로 계측할 수 있다. 판독은 매우 정확한 수준에 육박한다.

SK텔레콤이 엑스칼리버와 국내 대형 동물병원 영상전공 수의사들의 판독을 비교해본 결과 합치 비율이 분야별로 86∼97%를 기록했다.

세계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확장하면서 SK텔레콤은 일본·호주 등에 엑스칼리버 보급을 추진하는 등 해외 수의 시장 공략에도 시동을 걸고 있다. 첫걸음으로 지난해 9월 일본 최대 반려동물 보험 그룹사 애니콤 홀딩스와 협업 계약을 맺었다. SK텔레콤은 자사의 AI 기술과 애니콤 홀딩스가 지닌 반려동물 생애주기별(유아·성년·노년기) 데이터를 활용해 반려동물 대상 AI 헬스케어 연구 협력 및 의료 서비스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또, 애니콤 홀딩스 자회사인 전자 차트 솔루션 기업 애니콤 파페와 손잡고 현지 동물병원에 엑스칼리버를 보급할 예정이다.

올해 2월에는 호주 최대 의료기기 유통기업 에이티엑스와 현지의 엑스칼리버 유통을 위한 상용 계약을 체결했다. 상반기 호주 동물병원 300여 곳에서 엑스칼리버를 활용하게 될 것으로 SK텔레콤은 전망했다. 호주동물의약품협회(AMA)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호주의 반려동물 양육 가정 비율은 69%에 달하며 미국(57%)·영국(40%)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한편, 엑스칼리버 구독료는 1개월 무상 사용 이후 사용량에 따라 최소 월 9만9000원부터 최대 33만 원 사이에서 선택 가능하다. 추후 엑스레이뿐 아니라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사로 엑스칼리버 판독 대상은 확장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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