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 딱지 떼고 ‘인테리어 중’ 텅 비었던 명동, ‘상권 1번지’로 돌아왔다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24. 5. 9.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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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권 1번지’ 명동 명성 되찾아
패션 브랜드 매장 앞은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로
1분기 명동 상권 공실률 7.6%로 하락
6대 상권 중 가장 낮아
명동 다음 낮은 상권 ‘한남·이태원’

“관광객들의 발길이 넘쳐납니다. 요즘은 MZ세대들이 더 찾습니다. 저기 패션 매장 보세요. 줄 서 있잖아요.”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인 한 의류 브랜드. 사진=김경호 기자
 
지난 8일 오후 4시쯤 서울 명동 거리에서 노점을 설치 중인 한 노점 상인이 이같이 말했다. 평일 낮 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인파로 북적였다. 명동역 6번 출구에서 명동예술극장까지 덕지덕지 붙어 있던 ‘임대문의’ 안내문이 사라지고 ‘공사 중’ 안내문 표시가 눈에 띄게 늘었다.

화장품 매장은 코로나19 이전 모습을 되찾았고, 일본어뿐만 아니라 중국어·영어로 호객하는 상인과 쇼핑하는 외국인 관광객으로 넘쳐났다. 동남아뿐만 아니라 유럽 등 곳곳에서 찾아온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려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각종 음식을 손에 든 채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로 패션 브랜드 매장 앞은 긴 줄이 생길 정도였다. 코로나19 기간 공실률이 절반에 달했던 암흑기를 지나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K 문화를 타고 명동 거리가 되살아나는 모양새다. 중동뿐만 아니라 유럽, 동남아 관광객들의 유입 늘어나게 되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상권 1번지’ 명동의 명성을 되찾으며 활력을 회복한 듯했다.

한 화장품 매장에서 마스크 두 장을 들고 일본어로 호객 하던 한 직원은 “평일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넘치는 인파로 발 디딜 틈도 없다. 어제 다르고 오늘 확연히 다르다”면서 “유럽부터 동남아 그리고 한동안 보이지 않던 중국 관광객들까지도 늘었다. 사람이 많으면 당연히 매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옅은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

명동 거리에 인파가 넘치면서 노점상도 예전 모습을 되찾았다. 과거 한때 300개를 넘었던 노점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었다가 다시 생겨나고 있다.

이날 한 노점상은 “90%는 외국인, 특히 중동이나 유럽에서 가족 단위로 찾는 외국인이 늘었다”면서 “예전에는 일본이나 중국 관광객이 많았다. 이제는 다양한 국가에서 찾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명동 상권이 완전히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명동 중앙 거리와 달리 골목길에는 비어있는 상가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유리문에는 ‘임대문의’ 안내문이 유리창 너머로 어지럽게 널브러진 각종 가구와 ‘목돈이 필요하신 분’ 등 같은 문구가 담긴 명함이 먼지에 쌓여 방치돼 있었다.

북적이는 명동 거리. 사진=김경호 기자
 
한 공인중개사무소는 “골목 상권은 코로나 시기 때와 비슷하지만, 임대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메인 상권은 권리금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부동산 흐름을 설명했다.

내수 경기뿐만 아니라 중국 관광객이 본격적으로 찾는 시점이 돼야 명동 상권 활성화의 시작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부동산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동 메인 거리와 골목길 상권은 다르다. 유동인구에 따라 매출 영향이 너무 크고, 과거처럼 물건을 많이 사는 관광객은 드물다”라며 “명동만의 특색 있는 콘텐츠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없이 침체될 것만 같았던 명동 상권의 부활은 통계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1분기 리테일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명동 상권 공실률은 7.6%로 직전 분기에 비해 1.9%포인트, 작년 동기에 비해 17.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명동 상권은 작년 4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강남, 홍대, 가로수길, 한남·이태원, 청담 등 소위 ‘6대 상권’ 가운데 가장 낮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명동 다음으로 공실률이 낮은 상권은 한남·이태원 상권으로 전 분기 대비 2.6%포인트 오른 12.3%의 공실률을 나타냈다. 그밖에 홍대 14.4%, 청담 19.1%, 강남 20.7%, 가로수길 41.2% 등이었다.

북적이는 명동 거리. 사진=김경호 기자
 
가로수길은 전 분기(36.3%)에 비해 공실률이 5.0%포인트나 오르면서 6대 상권 중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강남은 전 분기에 비해 공실률이 2.6%포인트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20%대에 머물렀다. 6대 상권의 평균 공실률은 19.2%로 전 분기 대비 0.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보고서는 또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작년 10월 외국인 지하철 승하차 인원은 2019년 10월에 비해 한강진·한남·이태원역에서 118%, 성수역에서 350% 각각 증가했다”면서 “최근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 방식이 단체 관광에서 개별 관광 중심으로 바뀌는 추세에 따라 한남·이태원과 성수 상권의 외국인 방문이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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