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열 "'범죄도시4' 백창기에 폭풍 몰입 후 도망치듯 빠져나왔죠"[인터뷰]

신영선 기자 2024. 5. 9.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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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무열. 사진=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완벽한 빌런의 탄생이다. 배우 김무열은 '범죄도시4'를 통해 군더더기 없는 액션과 서늘한 표정 연기로 보는 이들을 과몰입하게 만드는 악역 백창기를 탄생시켰다.

'범죄도시4'는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빌런 백창기(김무열 분)와 IT 업계 천재 CEO 장동철(이동휘 분)에 맞서 다시 돌아온 장이수(박지환 분), 광수대·사이버팀과 함께 펼치는 범죄 소탕 작전을 그린 작품이다.

앞선 '범죄도시' 2편과 3편이 펜데믹 시기에 쌍천만 관객을 달성하며 명실상부 한국 대표 범죄 액션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시리즈를 거듭하며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을 지닌 빌런이 관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포인트다. 지난달 18일 이번 개봉작인 '범죄도시4'에서 특수부대 출신으로 '육체파' 빌런을 맡은 김무열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한국이 만났다.

김무열의 빌런으로서의 진가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제작자이자 주연배우인 마동석이 알아봤다. 두 사람은 5년 전 개봉한 영화 '악인전'에서 함께 호흡하며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마)동석 형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전화가 와서 요즘 뭐 하냐고 물어보는데 느낌이 왔죠. 바로 하자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생각보다 인물이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는 행동이나 목표, 용병이라는 인물의 콘셉트도 명확했는데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잘 안 읽혔거든요. 그동안 작품을 하면서 이 정도로 안 보이지는 않았는데 흐릿한 뭔가에 가려진 느낌을 받고 연기하기가 쉽지는 않겠다고 생각했죠. 오히려 액션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어요. 촬영한 지 1년이 됐는데, 1년 동안 기대도 걱정도 많았죠. 시사회에서 먼저 영화를 본 지인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많이 이야기를 해 주시고 예상하지 못했던 감상도 나와서 재밌었어요. 관객분들을 만나야 작품이 완성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죠."

극 중 백창기는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부분이 크게 드러나지는 않는다. 대신 살벌하면서도 호쾌한 단검 액션과 카리스마가 스크린을 뚫고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백창기라는 인물은 앞서 명확한 콘셉트에 비해 성격이 모호하다는 김무열의 평가처럼 연기력으로 그 특성을 나타낼 수밖에 없었다.

"용병의 직업 특성이나 일 할 때 마음가짐이 약속을 특히 중요하게 여겨요. 돈을 받고 목숨을 다루다 보니 돈에도 민감해서 선금을 받지 않으면 섣불리 움직이지 않죠. 모든 게 생존과 직결돼요. 그 정도로 사람을 많이 죽였다면 삶의 질이 어떨까 생각한 게 '폭력에 대한 중독'이에요. 생존에 최적화된 덕분에 사이코패스로도 보일 수 있겠다 싶었죠. 그래서 백창기라는 인물을 처음 디자인할 때 마초적인 이미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런데 감독님과 미팅을 하다 보니 오히려 외적인 평범함이 있는 캐릭터였어요. 머리도 마초적인 올백, 스포츠 헤어가 아닌 단정한 스타일에 옷차림도 평범했죠. 그게 연기하는 데 큰 힌트가 됐어요. 폭력에 대한 중독이라는 생각과 맞물리면서 더 명확해졌죠."

'범죄도시' 세계관에서는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빌런의 존재다. '범죄도시'는 매번 빌런의 전투력과 연기력이 회자되곤 한다. 시즌1의 장첸(윤계상 분)부터 시즌2 강해상(손석구 분), 시즌3 주성철(이준혁 분)까지 앞서 공개됐던 빌런들은 매번 주연인 마석도(마동석 분)과 비교 선상에 놓인다. 매 시리즈를 챙겨 보는 관객들은 같은 빌런들끼리 '누가 더 센가'를 두고 비교 우위를 따지기도 한다. 김무열은 빌런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빌런으로 욕을 먹어도 작품은 재밌게 나오겠구나 싶었다"며 천상 배우다운 대답을 내놨다.

"전작 배우들이 빌런을 워낙 잘해주셔서 잘 쌓인 데이터를 토대로 연기를 하다 보니 더 유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캐릭터에 대한 부분이 명확해지면서 상대 배우들과 만나며 나오는 시너지도 기대됐죠. 이동휘 배우도 기존에 재밌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행보 이후에 다른 얼굴을 찾으려는 태도를 여러 작품을 통해 보여왔기 때문에 함께 작업하고 싶었어요. 다른 동료 배우들도 한 장면에 나오지는 않더라도 재밌는 장면이 나올 것 같았죠. 저는 역할에 몰입했다가 빠져 나오는 게 자유로운 편인데도 백창기는 몰입 후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치듯 빠져나왔어요. 나중에 작업들을 돌아보니 힘들었더라고요. 악한 연기를 하다 보니 심리적인 방어도 느껴졌고요. 이번 작품을 찍고 나서는 주변에서 예민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이번에 10kg 정도 증량을 했는데 몸도 커지도 저도 모르게 에너지가 넘치다 보니 평소 상태를 유지하는 건데도 좀 달라졌다고 느끼는 부분도 있는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좋은 배우의 요건 중 하나가 잘 잊어버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같은 연기를 하더라도 새롭게 표현하려고 하죠."

김무열은 '대외비' '보이스' '정직한 후보' 등 여러 굵직한 작품들로 쌓은 연기력과 타고난 액션 소화력으로 빌런 액션 배우로서 정점을 찍었다. 함께 이번 작품을 촬영한 마동석은 "김무열 배우는 연기는 물론이고 액션 자체도 매우 훌륭하다. 액션이 가능한 배우가 필요했는데, 김무열 배우가 그 부분을 잘 소화해 줘서 고맙다"며 김무열의 캐스팅에 만족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원래 운동하는 걸 좋아해요. 기본적인 운동 센스도 있는 편이고요. 상대방이 잘 맞춰줘야 저도 빛나보일 수 있죠. 액션 팀들이 오셔서 저를 잘 띄워주다 보니 잘해 보일 수밖에 없어요. 이번 작품은 특별히 몸 만들 시간은 부족했어요. 상탈(상의 탈의)가 대본에 있었는데 이제 이런 건 하지 말자면서 말렸어요. 스토리 상 장면이 생기지 않으면 안 하기로 했는데 결국 그런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필리핀 현지에서의 막바지 촬영이었는데 옷 잘아 입는 건 자연스럽지 않을까 해서 나온 신이에요. 상탈 전 벌크업 할 시간도 없었죠.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백창기의 다른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제작보고회 때 백창기 최후를 기대해 달라고 말했는데,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죠."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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