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이제 부부로 함께하려는 이들을 위한 情談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2024. 5.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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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며칠 전 졸업한 지 10년이 넘은 제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혼한다고,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겠다고. 가뜩이나 연애와 결혼, 출산이 사라져가는 사회 분위기 때문인지 그들의 방문만으로도 설레고 기다려졌다. 전화한 신부도 함께 온 신랑도 모두 제자다. 학교 다닐 적엔 소위 캠퍼스 커플은 아니었으며 졸업 후에야 비로소 좋은 인연으로 만났다고 했다. 똑똑했던 여제자와 착한 미소의 남제자가 어떻게 감정이 싹 트고 서로를 알아 왔는지 묻고 앞으로 살아갈 일에 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었다.

여제자는 서울 어느 대학의 교직원으로, 남제자는 경찰관으로 살아왔다. 나는 물을 끓이고 쓴맛이 나지 않도록 녹차 색깔이 좋을 때 찻잎을 얼른 덜어냈다. 강원도 어느 사찰 주지스님께서 각별한 선물로 주셨던 차였다. 따끈한 찻잔을 비워내면서 우리 사이엔 그간의 세월도 무색해졌다. 신부의 출·퇴근 편의를 위해 신접살림을 대학 근처에 준비한 의젓한 신랑과 대학선배를 남편으로 맞으며 사랑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못하는 신부와의 아찔한 만남에서 나는 덕담을 아끼지 못했다. 나의 강의실에서 그들과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달라진 나를 발견한다. 평생 부부로 함께하려는 큰 결심을 한 두 사람에게 해 줄 말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반려자는 나의 반쪽이 아니란다." 동화 속 왕자나 공주처럼 특별한 누군가를 찾으면 새로운 삶이 열린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결혼만 하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릴 것이라고 너무 믿지는 말라는 말이다. 부부란 홀로 온전한 신랑과 신부의 만남이다. 누군가와의 사랑과 결혼으로 상대방이 자신의 팍팍한 현실을 당연히 고쳐줄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안 된다. 부모 관계와는 달리 부부는 스스로 선택해서 만든 인연이다. 각별하고 각별하다. 부모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만들어 갈 수 있지만, 부부는 그렇지 않다. 신랑과 신부는 이미 성장한 성인으로 만나 그 자체를 좋아했다. 상대방을 다시 무엇인가로 만들고 바꾸어 가려고 하지 말라. 처음 느낌 그대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말아라." 이미 욕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넘쳐나는 광고와 주변의 성공담으로 오히려 위축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남들 따라 쫓기듯 달려가는 삶은 좋지 않은 결과에 남 탓 하기 일쑤다. 당연히 갈등과 싸움이 그칠 줄 모를 것이다. 세상의 시선으로 자신을 가혹하게 몰아붙이지 말라. 남들의 평가보다는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참다운 나의 길을 가라. 그러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저마다 다른 길로 가는 서로에게 진정한 나를 보여줄 용기도 생길 것이다. 서로에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주고 싶을 것이다. 그런 부부이길 바란다.

"현재에 최선을 다해라." 더 이상 과거를 후회하지 말라. 바꿀 수 없다. 동시에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도 말라. 소용없다는 걸 잘 알 것이다.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오로지 이 순간에만 몰두하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명상수업을 권한다. 오로지 코를 스치는 들숨과 날숨에 집중하고 생각을 멈추어라. 망상일 것이다. 이러한 삶의 태도는 너희 부부를 매 순간 일상에 감사하는 착한 사람이 되도록 해 줄 것이다. 지금 바로 눈앞의 서로를 아껴라.

모처럼 희망과 기쁨을 가지고 스승을 찾아온 제자 커플을 축복했다. 우리 사회는 인구절벽을 이야기하기 전에 과연 작고 귀한 이들 사랑이 뿌리내리고 떡잎을 낼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하고 따뜻한 공기와 달디 단 수분을 흠뻑 주고 있는지 먼저 살필 일이다. 경쟁으로 내몰기보다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려는 포근한 마음을 허락해야 한다. 부부로 만나는 것의 시작은 서로 함께하고픈 그 누구를 만나는 일이 아닌가 말이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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