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 사방이 지뢰밭"... 재개발 속도 높이자 국토부 중재 올인
전국 공사 현장은 곳곳이 지뢰밭이다. 자잿값·인건비 상승으로 언제 분쟁이 터질지 모른다. 공사 중단이 길어지면서 신뢰할 수 있는 기관에 공사비 검증을 신청하거나 중재를 요청한 건수도 점차 느는 추세다. 정부는 공사비 갈등이 주택난 심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전국 사업장을 모니터링하며 공사비 중재에 올인하고 있다.
8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의 공사비원가관리센터 통계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잠정)는 전년동기(151.22) 대비 2.4% 상승한 154.85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지난 1월부터 계속 상승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치솟은 공사비 갈등에 한국부동산원에 접수된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도 크게 늘었다. 2019년 3건에서 지난해 30건으로 4년 만에 10배 늘었다.
국내 유일의 상설 법정 중개 기관인 대한상사중재원에 지난해 접수된 건설·부동산 중재 건수와 금액 모두 증가 추세다. 지난해 중재 건수는 128건, 신청금액은 1조4286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신청금액이 1년 전과 비교해 4.4배 가까이 늘었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 이익금 분쟁도 있었지만 최근 건설자재 급등,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 등으로 추가 공사대금 청구 사건이 급증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도 이 같은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열린 '도시주택공급 점검 회의'에서 "공사비 갈등을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표준계약서를 활용하고 현장에 전문가를 파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은 총선 전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하는 자리였는데 실제 회의 화두는 공사비 이슈였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회의 참석자들은 건설공사비 상승으로 인한 분쟁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윤 대통령, 박상우 국토부 장관 등 정부 부처 수장들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공사비 이슈로 인한 정비사업 지연 문제가 심각하다며 전 관계부처가 합심해 면밀하게 대응하겠다는 내용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공사비 분쟁으로 갈등을 겪는 정비사업장에 전문가를 직접 파견하며 공사 중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 초 대구시에 전문가를 파견해 단기간 내 중재를 통해 해결된 사례가 있고, 현재 서울시 은평구 대조1 재개발 사업장에도 코디네이터를 파견해 적극 중재하고 있고 추가 파견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제도는 원래 분쟁을 겪는 조합이나 시공사가 지자체에 전문가단 파견을 신청하면 지자체가 파견 필요성 등을 검토해 3~4인의 전문가를 현장에 파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정부 손길에도 실제 갈등 현장에 비해 전문가 파견 접수가 활발한 상황은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재가 들어가면 조합 측에서 공사비가 더 올라간다는 생각이 들어 더 민감한 것 같다"며 "협상 과정에서 양측 생각이 다를 수 있어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국토부는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정부에서 먼저 사업장에 전문가를 파견해 중재하려고 시도 중이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예상되면 거꾸로 정부에서 전문가를 파견하는 것으로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며 "몇몇 사업장은 현재 지자체와 협의 중이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정부는 올 2월 정비사업 표준공사계약서를 도입해 공사비 산출 근거를 명확히 하고 설계변경, 물가 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기준을 마련했다.
표준공사계약서에 강제성이 없어 현장에서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의 표준공사계약서를 적용한 지자체가 늘고 있다"며 "서울시에서도 지난 3월 새로 표준공사계약서를 배포했는데 구속력은 없지만 사업자 입장에서 이렇게 해야 (서울시) 인허가와 공공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간접 구속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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