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번의 실수로 버림받아 야윈 말… 절망적 운명이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889년 토리노에서 니체가 마부의 채찍질에도 요지부동인 말을 껴안고 통곡했다면, 758년 두보는 화주(華州)에서 관군이 길에 버린 야윈 말을 보고 이렇게 슬퍼했다.
시인에겐 말을 노래한 시가 많은데, 이 시는 그중에서도 자신의 삶과 의식이 가장 강렬하게 투영된 작품이다.
어떻게 막을 방법도 없이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버려진 말의 처지에서 시인은 조정에서 쫓겨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벨라 타르 감독의 마지막 영화 ‘토리노의 말’(2011년)은 니체가 끌어안고 절규했던 토리노의 말을 모티프로 삼았다. 영화는 황량한 외딴집에 사는 가난한 부녀의 6일간의 모습을 조명한다. 아침이면 마차를 몰고 나가는 아버지와 우물에서 물을 길어 식사용 감자를 삶는 딸의 단조로운 하루하루가 그려진다. 부녀는 마구간 밖으로 나가길 거부하며 먹지 않는 말을 달래고 어르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간다.
시인에겐 말을 노래한 시가 많은데, 이 시는 그중에서도 자신의 삶과 의식이 가장 강렬하게 투영된 작품이다. 어떻게 막을 방법도 없이 단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버려진 말의 처지에서 시인은 조정에서 쫓겨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한다. 감독 역시 말을 통해 인간의 절망적 운명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에선 우물이 마르고 램프에 불도 붙지 않는 사건들이 이어진 뒤 절망적인 여섯 번째 날을 맞는다. 마치 세상의 종말이라도 온 듯한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아버지는 그럼에도 딸에게 “먹여야만 한다!”고 말한다. 시인은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미래에 대한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 말은 절망의 표상인 동시에 포기할 수 없는 삶과 희망의 상징이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尹-李 ‘골프 회동’에 부부동반 모임이라니”…‘비선 논란’ 당혹스런 대통령실[용썰]
- ‘여자친구 살해’ 20대 의대생 구속…“도망 염려”
- 보건의료 ‘심각’ 단계 시 외국 의사면허자도 진료 허용한다
- 용산-여권, ‘명품백 수사’ 강조 검찰총장에 불만…“2년간 한 게 없어”
- 채상병 사건에 ‘가슴 아픈 일’, 金여사 수사엔 ‘협조’…尹, 회견서 밝힐 듯
- 이철규 “‘악역 맡아달라’ 하곤 불출마 요구”…배현진 “그런 적 없다” 통화 녹취 공개
-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으며 소변을 볼 때 통증이 느껴진다
- 총리실 “의대 정원 배정위 회의록 작성” 교육부 “요약본만 있어”
- ‘잔고 위조’ 尹 장모 가석방 적격 결정…14일 출소
- 민주-조국당 “검사 영장청구권 삭제…개원 6개월내 검수완박 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