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구 칼럼] 경기 분도, 이름 아니라 이유를

김종구 주필 2024. 5.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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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누리자치도’ 괜한 분란
실속 없는 특별자치도 많아
파주LCD, 경기도라서 가능

“100점 만점에 25점짜리입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이다. 무엇을 이렇게 혹평했을까. 강원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이다. 2023년 5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강원도 전역에는 환영 현수막이 붙었다. 요란한 축하연도 곳곳에서 열렸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성대한 축하 행사를 가졌다. 법안 통과에 공(功)이 컸다. 국회의원들 찾아 다니며 부탁했다. 하지만 나 소장의 평가는 달랐다. ‘성과 없는 결과’라고 공개 지적했다.

강원도 잘 살자는 법안이다. 많은 요구가 있었다. 핵심규제 완화도 있었고, 산업도시 조성도 있었고, 과학기술·기후변화 대응도 있었고, 교육특구·자치권 강화도 있었다. 이런 요구가 대거 잘렸다. 상수원보호구역은 강원도에도 한(恨)이다. 대기업 유치를 막았다. 이 완화 요구가 잘렸다. 교육특구 지정이 대단한 수준도 아니었다. 제주특별자치법 정도를 요구했다. 그런데 이것도 안 됐다. 137개 중 53개가 이렇게 잘렸다.

심재범 강원도 고문 변호사가 진단한다. “여러 부처 심의를 거칠 경우 입법·시간 지연이 될 수 있다. 강원도가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 교육부, 산업부, 환경부, 국방부.... 다 돌 수 없었을 거라는 얘기다. 다 얻으려면 시간이 걸리고, 빨리 하려면 많이 버려야 하고. 뭐 이런 거 아닌가 싶다. 강원도가 특별히 뭘 못한 게 아니다. 육지-제주를 뺀-의 특별자치도 실상이 이렇다. 이런 현실을 봐 둬야 할 경기도가 됐다.

김동연 경기북부특별자치도다. 도지사선거 때 낸 공약이다. 취임 후 2년 동안 성실히 밀었다. 4월 총선에서는 ‘공통 공약 캠페인’도 폈다. 국민의힘의 ‘서울 메가시티’와 대척에 섰다. 총선이 끝나자 새 이름도 공모했다. 5만여건이 접수됐다. 전국에서 몰렸다. 최종 심의를 거쳐 하나가 선정됐다. ‘평화누리자치도’. ‘대구 사시는 91세 시민’의 제언이라고 소개됐다. 김 지사가 직접 발표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시작됐다.

반대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경기도 홈페이지에 청원도 떴다. ‘평화누리자치도를 반대합니다’. 이름 발표 하루 만에 1만명이 동참했다. 내용을 살펴보면 두 방향이다. ‘평화누리특별자치도’라는 명칭에 반대하는 요구가 있다. 그럴 수 있고, 그런 면도 있다. 주목할 건 분도(分道) 자체에 대한 반대다. 총선 때도 이렇진 않았다. 정치 공방이 아니라는 얘기다. 지역적 분포가 다양하다는 얘기다. 경기 북부 반대도 있다.

반대 논리엔 깊이도 있다. ‘인구가 주는데 왜 도는 늘리려 하나요’, ‘분도가 북부에 좋을 거라는 근거가 없어 보입니다’, ‘남북 불균형이 도리어 심화될 것이라고 봅니다’. 깊이 있는 답이 필요하다.

어느덧 민선(民選)도 30년이다. 도지사가 7명 째다. 저마다 경기 북부 발전을 약속했다. 모두가 북부 발전 성과를 자랑한다. 그 모든 것 위에 ‘원 톱’이 있다. 민선 3기의 LG필립스LCD 파주 공장 유치다. 투자액 25조원, 단지 면적 110만평, 종업원 수 3만5천명.... 애초에 화성이나 평택으로 가려던 회사다. 국내외 대기업의 선택이 대개 그렇다. 이걸 파주로 끌고 간 게 경기도다.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다.

‘그때 도지사’가 엊그제 말했다. “경기도가 아니었으면 그게 됐을까. 못 했을 거야.” 이 회고에 답이 있다. 광역의 힘은 곧 지자체의 힘이다. 인구 1천300만짜리 힘이 있다. 인구 300만짜리 힘도 있다. 인구 150만의 강원도특별자치도는 때 맞춘 교훈이다. 접경지 규제, 상수원 규제, 산림·농지 규제.... 경기 북부와 닮았다. 그래서 봤는데 얻은 건 별로 없단다. 허울뿐이라는 비난이 들린다. ‘평화누리자치도’는 다를 수 있을까.

지금 필요한 게 이거다. 다르다는 설명을 해야 하고, 다를 거란 믿음을 줘야 한다. 이름 짓는 건 그 뒤의 일이다.

김종구 주필 1964kjk@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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