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 인터뷰] “대표직 사퇴했으면 ‘책임론’ 끝나야…한동훈, 사심 없이 잘했다”

변문우·박성의 기자 2024. 5. 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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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우여 신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2년 새 당대표만 7번째 바뀌어…‘빨리빨리’도 좋지만 ‘좋은 대표’ 선출도 중요”
“‘정치복원’이 쇄신안 1호…여의도연구원 통해 ‘보수 메니페스토’ 규정 만들 것”
“오는 5월18일 당연히 광주 기념식 간다…다쳐서 아픈 다리라도 이끌고 갈 것”

(시사저널=변문우·박성의 기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22대 총선 참패로 여전히 혼란에 빠진 상황이다. 여소야대 상황이 이어지는데다 거대 야권이 각종 특검법 정국까지 예고한 만큼 사정이 녹록치 않다. 여기에 당정관계의 핵심 축인 윤석열 대통령도 국정운영 지지율에서 코너에 몰리며, 국민의힘도 그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결국 새로 꾸려지는 비상대책위원회의 어깨가 무겁다. 비대위는 당내 위기 수습과 올바른 당정관계 정립까지 각종 산적한 과제를 떠맡았다.

시사저널은 당 구원투수로 등판한 황우여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을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황 위원장은 차기 전당대회와 관련해선 "본인만 해도 2년 새 6번째 당대표"라며 "'빨리빨리'도 좋지만 좋은 대표 뽑을 준비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전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대표직에서 사퇴했으면 '총선 책임론'은 끝나야 한다"며 "한 전 위원장은 사심 없이 몸을 던져 잘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약 8년 만에 '중앙 정치'로 복귀했다.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을 때의 심정은.

"'노마식도(老馬識道·늙은 말이 길을 안다)'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물론 젊은 현역이 위기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직을 맡아도 좋겠지만, 만약 비대위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본인에게 흠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젊은 분들을 아끼고 늙은 말을 풀어놓는 것이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겠다고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말했다. 처음엔 발이 다친 걸 핑계로 '못 맡겠다'고도 했는데, 윤재옥 원내대표가 '시간이 없다'며 해달라고 부탁했다."

과거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일 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 당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정치는 '사랑'인 만큼 애정 없인 못 한다. 과거엔 끈끈한 동지애가 강했는데, 지금은 시대가 달라져서 이런 부분들이 좀 약해진 것 아닌가 싶다.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지금 당의 문제점으로 '보수 정체성', '약해진 동지애', '나라사랑 민족사랑' 등을 밝혔는데, 결국 동지 간 전우애를 회복해야 당이 돌아간다. 또 야당과의 관계도 너무 냉랭한 만큼, 이를 회복해야 나라가 돌아간다."

최근 '제1 보수당' 대표들이 대부분 임기를 못 채우고 그만두는 잔혹사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만 2년 새 6번째로 대표직이 바뀌었고, 차기 전당대회로 뽑히는 당대표는 7번째가 된다. 평균적으로 3~4개월마다 수뇌부가 바뀌면 무슨 일을 하겠나. 당 일각에선 대표직 선출이 급하니 '빨리빨리' 하자는데, 물론 빨리 선출하는 것도 좋지만 '좋은 대표'를 뽑아내는 정치 작업도 필요하다. 그런 부분들에서 인식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총선 참패 책임론'을 두고 당내에서 설전이 이어지는 부분은 어떻게 보는지.

"이러면 안 된다. 옛날엔 당대표가 사퇴하면 그걸로 끝이 났다. 책임론은 개인이 아닌 당에 대한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책임론과 관련한 가장 큰 이슈는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총선에서 왜 꺼냈는지 등이 있다. 한 전 위원장도 처음엔 그렇게 방향을 설정하지 않았다가 중간에 바뀌었다. 제가 볼 때는 한 전 위원장의 판단도 없을 수는 없었겠지만 당의 결정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당대표나 개인이 아닌, '당 전체'의 책임으로 봐야 한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결국 우리 당이 책임론의 '주어'가 돼야 한다. 저도 새누리당 대표 시절에 선거를 6번 치렀는데, 선거의 전술전략은 당이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짜고 대표는 단순히 집행하는 역할이었다. 대표는 당 얼굴 이상의 역할은 없었다. 그렇다고 전략을 짜는 사람의 책임도 아니다. 개인적 책임은 대표가 '나 이외의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취지에서 당대표직을 물러나 당을 안정시킴으로써 해소된다고 본다."

22대 총선을 이끌었던 한동훈 전 위원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는지.

"한 전 위원장이 취임할 때 우리도 걱정하긴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아주 크고 중요한 인물이지만, 선거는 경험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한 전 위원장이 발전할 때 선거 결과가 경력에 흠이 될까 걱정했다. 하지만 한 전 위원장은 사심 없이 당을 위해 몸을 던지고 총선 정국에서 전반적으로 잘 했다. 정치 선배들도 그렇게 못 한다. 저도 한 전 위원장에게 한번쯤 연락해야 하는데, 지금은 전화가 너무 많이 와서 못하고 있다."

당정관계도 중요한 사안이다. 윤 대통령을 비롯한 대통령실 인사들과는 소통하는지.

"그렇다. 윤 대통령이 오는 13일 (새 비대위 지도부에) 저녁을 베푸신다고 하니 저희가 갈 예정이다. 이번에 새로 선임된 대통령실 인사들도 개인적으로 관계가 깊다. 정진석 비서실장은 정치도 오래 같이 했고 제가 원내대표직을 맡을 때도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참 훌륭한 분이다. 홍철호 정무수석도 7일 오랜만에 만났는데 너무 좋았다. 이들과 각종 현안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하고 소통하는 관계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3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취임 기자회견에서 '혁신'을 강조했다. 어느 정도의 혁신을 생각하고 있는지.

"저는 당헌당규에 따른 비대위원장직의 임무를 충실히 할 것이다. 예전엔 당헌당규에 따르면 비대위가 '관리형' 모드였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면서 두 가지 당헌을 바꿨다. 첫 번째는 비대위원장에게 비상 권한을 부여해 소신껏 활동하는 것, 두 번째는 비대위원장이 대선 출마도 가능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박 전 대통령도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던 것이다. 그 당헌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저도 당대표가 했던 당무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당헌 위반이고 제 임무를 소홀히 하는 셈이 된다.

또 어차피 선거 관리는 선대위가 하기 때문에 비대위는 당무를 해야 한다. 그런데 비대위가 옛날의 구태적인 것들을 다시 한다면 누가 쇄신으로 보겠나. 국민들도 '대표만 갈고 뭐하나'라고 비판할 것이다. 비대위원장은 임기가 두 달이든 새로운 개편을 비롯한 어려운 일들을 후임자를 위해 수행하는 자세로 가야 한다. 그래서 저도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말한 것이다. 예전엔 당명도 바꾸고 했지만 제 임기가 두 달인 만큼, 거기까진 생각하지 않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을 비롯한 당내 일각에선 비대위 방향성에 대한 성토도 나왔다.

"홍 시장이 저한테 '당대표 행세하며 전당대회를 연기했는데 가관이다'라고 발언한 기사를 봤다. 그때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당내 의견들을 잘 중화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만약 관리형 비대위로 간다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아우성을 칠 것이다. 혁신형 비대위를 내세우니 홍 시장이 반발했다. 근데 저는 이런 반응들이 고맙다. 이들의 반응을 '나를 공격하고 반대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대와 비판을 '내 힘'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는 검도의 원리처럼 다른 사람들의 힘, '차력'을 빌려야 한다."

비대위의 '혁신안 1호' 키워드는 무엇인지.

"'정치복원'이 쇄신안 1호다. 지금은 '정치 과잉'이자 '정치 부재' 상황이다. 국민들도 '정치를 좀 하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부분을 복원하려면 정통 보수정당으로서 유일한 우리 당이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을 통해 분명한 색깔의 '당 매니페스토 규정'을 만들어보려 한다. 또 '국회 선진화법'을 살려서, 여야 간 협상 과정에서 서로를 인정하는 분위기도 만드려고 한다."

'당심(黨心) 100%' 비중인 전당대회 룰을 두고도 당내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룰에 대해선 제 의견을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이 부분은 엄정하게 당헌당규 개정의 문제인 만큼, 거기에 따라서 움직일 것이다. 그러면 나중에 도출될 결과물에 대해 당원들도 공감을 하고, 당의 단결도 유지될 것이다."

전당대회 룰의 '당심 100%'와 '당심+민심 혼합형' 방식에 대한 양비론도 주장했는데.

"현행 '당심 100%' 방식도 정치 철학적 배경이 있고, 국민 여론을 듣겠다는 것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각각 효율성이나 당원 가입 문제 등에서 딜레마가 있다. 일단 현행 방식도 말이 많은 만큼, 당 차원 논의를 통해 바꿀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저는 제 생각을 무조건 관철시키지 않는 스타일인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접근할 것이다."

한 전 위원장의 이번 전당대회 등판은 과하다고 보는지.

"한 전 위원장 본인이 생각할 문제다. 한 전 위원장의 등판 여부에 대해선 우리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만약 한 전 위원장을 염두에 두려면, 공평하게 전당대회 후보군 모두를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5·18 기념식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광주 현장에 참석할 예정인가.

"당연히 갈 것이다. 국가 차원의 행사지 않은가. 저도 아픈 다리를 이끌고 기념식 당일에 광주로 갈 것이다. 관련 세부적인 내용은 곧 인선될 비대위원들과도 더 논의해야 할 것이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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