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평가표만, 나머진 채점표도 없어” 공공기관 채용비리 66건 적발

김경필 기자 2024. 5. 8.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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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부문 채용비리 근절 성과를 발표한 뒤 신문고를 울리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공공기관에서 벌어지는 채용 비리에 관해 신고를 받은 결과,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평가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채용 비리가 66건 확인됐다. 특정인이 선발되도록 지원 자격을 맞춤형으로 설계하고, 특정인과 아는 관계인 사람이 시험위원으로 참여해 높은 점수를 주는 등의 수법이 적발됐다. 특정인 채용을 위해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몰래 채용’을 한 경우도 있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월 ‘채용 비리 통합 신고 센터’를 설치해 신고를 받은 뒤로 지난달까지 1년 4개월간 181건이 접수됐고, 이 가운데 66건(36.5%)에서 채용 비리가 확인돼 사건을 수사 기관이나 감독 기관에 넘겼다고 8일 밝혔다. 28건(15.5%)은 조사 중이고, 87건(48.1%)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돼 종결했다.

A초등학교의 기간제 교사 채용에선 ‘합격 내정자’가 3명 있었다. 이 학교 고위 관계자는 교사와 행정직원 등 학교 내부 인사들로 구성된 서류전형 시험위원들에게 이 3명에 대한 평가표만 작성하게 했고, 이마저도 점수란은 비워 두게 했다. 나머지 지원자들에 대해선 아예 평가표를 만들지 못하게 했다. 내정자 3명이 높은 점수로 서류 전형을 통과하고 나머지는 그보다 낮은 순위로 합격하거나 불합격하도록 점수를 맞춰 써넣기 위한 것이었다. 이 채용은 진행 단계에서 권익위에 신고가 접수돼, 권익위 조사를 거쳐 지난해 6월 검찰에 넘겨졌다.

B협회의 경력직 채용에선 고위 간부가 자기가 점찍어 놓은 특정인을 합격시키기 위해 시험위원들에게 특정인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라고 지시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에게는 압력을 가하면서 채용을 강행시켰다가 적발됐다. C연구기관 기관장은 기간제 근로자를 공개 선발한다면서 특정인이 뽑히도록 그 특정인만 뽑힐 수밖에 없는 조건을 내걸게 했다.

D공공기관 사무처장은 특정인이 자기 바로 아래 고위직으로 채용되도록 서류 심사가 진행되도록 하고, 본인이 직접 면접 위원과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가 적발됐다. E대학 학과에선 35년간 사무직으로 근무한 퇴직 예정자를 겸임교수로 채용해주기 위해 심사위원회·인사위원회 등 관련 부서에 알리지 않고 ‘몰래 채용’을 진행하다가 적발됐다.

이런 채용 비리들은 권익위가 지난해 진행한 공공기관 채용 실태 전수 조사에서 적발된 사건들과 별개로 신고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지난해 권익위는 공공기관 1364곳 가운데 불공정 채용 전력이 있는 825곳을 선별해 조사했고, 절반이 넘는 454곳(55.0%)에서 채용 절차 위반 867건이 적발됐다. 44건은 공공기관의 계약직 고위 간부가 채용 공고를 내놓고 퇴사 후 응시해 공공기관 정규직이 되는 ‘셀프 채용’이나, 특정인을 채용하기 위해 점수를 조작하는 등의 ‘채용 비리’로, 임직원 68명이 수사나 징계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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