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은 주 4.5일제·임원은 6일제… 커지는 노동 양극화

임주희 2024. 5. 8.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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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 논의여부 주목
생산성 저하 속 세대 갈등도
현대차 울산 3공장. 현대차 제공

노동계에서 '주 4.5일제' 근무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기아 노조에서 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주 4.5일제 법제화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현대자동차 노조도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에 이에 대한 내용을 담을지 논의하고 있다.

삼성,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이 임원들에 한정했지만 '비상경영'의 일환으로 토요일 근무를 되살려 주 6일제를 시행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과 생활을 철저하게 분리하는 젊은 근로자들의 사고방식과, 회사일을 우선시하는 40대 이상 기성세대들의 간극을 그대로 보여준다.

현대차 노조는 8일 울산 북구 현대차 문화회관에서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올해 임금협상 요구안을 심의 후 확정한다. 요구안에는 기본급 15만98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등이 담긴다. 이와 별도로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 도입 및 국민연금 수급과 연계한 정년 연장(최장 64세) 등도 함께 논의된다.

업계는 현대차 노조가 사실상의 주 4.5일제인 매주 금요일 4시간 근무제 카드를 내세운 것을 주목한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단일 사업장 노조로선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산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기아,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노조도 이 같은 움직임에 동참할 수 있다. 기아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이미 주 4.5일제 도입을 요구한 바 있는 만큼, 올해 역시 같은 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

주 4.5일제는 삼성전자, 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일부 대기업에서 단계적으로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월급날(21일)이 있는 주의 금요일에 연차 소진 없이 쉴 수 있도록 했으며, SK텔레콤, SK스퀘어, 포스코는 격주 금요일, SK하이닉스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을 쉰다.

다만 필수 근무시간인 40시간을 충족해야 하는 조건이 있다. 2주 합산 근로시간 80시간만 지키면 금요일에 쉬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노동시간의 단축이 이뤄지지 않아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없으면 시간 외 수당 증가 방편으로만 쓰이고 실제적인 노동시간 단축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IT 등 특수 산업에서 이뤄지던 제도가 대기업까지 확산되면서 중소기업과의 노동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같은 회사 내에서도 직원과 임원 간 세대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 SK그룹은 실적 악화와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임원들의 토요일 근무를 부활시켰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 비금융 계열사 임원들은 현 경영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주 6일 근무를 하기로 합의했다. 직원은 동원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임원들이 자발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SK그룹도 주요 경영진이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토요일 회의'를 부활시켜 계열사 경영진들과 임원들의 솔선수범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 대·중소기업 간 노동여건 갈등이 이제 같은 조직 내에서도 불거지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일부 대기업 임원들은 실무 직원들 없이는 할 수 있는 업무가 제한적이라며, 결국 사실상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임원들만 보여주기 식 군기잡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3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32위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노동생산성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이날 발표한 200개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고용노동 입법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될 경우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입법으로 '주 4일제 또는 주 4.5일제'(34.3%)가 1위를 차지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임원들이 하루를 반납하고 주 6일제를 하는 분위기에서 노조가 주 4.5일제를 요구한다면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 근로자의 생산성이 선진국가에 비해 나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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