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결혼’ 오승아 “롤모델 손예진·박민영 선배님에서 이제 반효정 선생님!”[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4. 5. 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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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드라마 ‘세 번째 결혼’에서 정다정 역을 연기한 배우 오승아. 사진 스타메이커스이엔티



그토록 원하던 주연 그리고 모두가 선망하는 착한 역할. 132부작의 긴 드라마를 어깨에 짊어지고 달린 6개월여였지만, 배우 오승아의 마음속에서는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단지 ‘무엇을 이뤘다’ ‘하고 싶은 연기를 했다’는 만족감이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까’하는 갈증이었다.

2017년 KBS2 ‘그 여자의 바다’ 이후 오승아는 6년 만에 ‘세 번째 결혼’에서 정다정으로 선역으로 돌아왔다. 일일극에서 선역이라 함은 갖은 시련과 모함, 위기를 이겨내고 결국에는 인생의 성취에 이르는 입지전적인 인물을 뜻한다. 그만큼 분량도 많다. 극 초반 ‘스포츠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웃는 시간이 많았다”고 말한 오승아는 이번 인터뷰에서 고생담부터 내놨다.

“극의 중반 이후부터는 다정이가 여러 시련을 겪고 복수를 다짐하는 인물로 등장해요. 그만큼 지켜야 할 것을 위해 한과 아픔을 갖고 연기를 하게 됐죠. 예전에는 뭔가 조건 없는 시기와 질투였다면, 지금은 상대에게 갚아준다는 느낌을 더 갖고 연기했습니다.”

MBC 드라마 ‘세 번째 결혼’에서 정다정 역을 연기한 배우 오승아. 사진 스타메이커스이엔티



극 후반부 다정의 복수가 본격화되면서 오승아의 ‘고생길’도 시작됐다. 모략에 빠져 바닷가 절벽에서 떨어져 물에 빠지는 연기도 해야 했고, 물을 맞거나 따귀를 맞는 장면도 소화해야 했다. 게다가 초반부 추위에 이어 날씨가 풀리면서는 더위와도 맞서야 했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생각보다 높은 곳은 아니었는데, 카메라 앵글 때문에 좀 위험해 보였던 것 같아요. 평소에 스카이다이빙 등 익사이팅한 것을 좋아하거든요. 물에 빠지는 장면은 6.5m 수조에 빠지는 장면이었는데, 다이빙을 안 해봐서 긴장했지만 금방 적응했어요. 원래 드라마를 찍을 때는 감정몰입을 위해 사람을 잘 안 만나요. 자양강장제 충분히 챙겨 먹고, 추울 때는 핫팩도 하의에 세 개, 상의에 네 개 붙이면서 체온유지에도 신경 썼어요. 덕분에 목감기 한 번 빼고는 크게 아프지 않았죠.”

무엇보다 긴 시리즈를 이어가는 체력관리도 체력관리지만, 연기를 일정 수준 이상 해내야 하는 연기력 관리가 크게 중요했다. 극의 주인공이고 아프면 드라마 전체가 멈출 수 있다는 책임감이 그의 몸을 감쌌다. 모성연기도 처음이었고, 아이가 유괴를 당하는 등 괴롭힘을 당하는 연기에서도 처음에는 쉽게 갈피를 잡지 못했다. 이런 과정에서 오승아는 자신의 ‘롤모델’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MBC 드라마 ‘세 번째 결혼’에서 정다정 역을 연기한 배우 오승아 출연장면. 사진 MBC



“사실 모성연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거라 상상을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막상 확신이 없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그럴 때는 할머니 윤보배 역의 반효정 선생님께 찾아가서 준비했어요. ‘더 정신없고 실제로 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해주시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마치고 제게 남은 숙제가 더 많은 것 같았어요.”

사실 아이돌 가수 출신으로 연기를 시작한 오승아에게 그동안의 롤모델은 손예진이나 박민영 같은 비슷한 또래의 배우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오승아는 자신의 롤모델을 ‘반효정 선생님’으로 꼽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대가의 연기를 옆에서 직접 본 감동 때문이기도 하지만 카메라에 보이지 않는 베테랑 연기자의 자기관리를 봤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효정 선생님은 7년 전 ‘그 여자의 바다’ 때도 상대역 최성재씨의 할머니 역할을 하셨는데요.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고 롱런하는 배우가 몇이 될까 싶을 정도로, 대단히 존경하고 닮고 싶은 모습을 갖고 계세요. 오랜 시간 사랑받는 배우가 된다면 직업으로서는 최고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죠. 건강하시고, 쉬지 않으시고, 배울점이 많은 선배님입니다.”

MBC 드라마 ‘세 번째 결혼’에서 정다정 역을 연기한 배우 오승아 촬영현장 이미지. 사진 스타메이커스이엔티



반효정을 롤모델로 품으면서 그의 배우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뀌게 됐다. 사실 오승아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지금까지 일일극이나 주말극을 많이 했으므로 다른 장르에 도전해볼 것을 주문하는 주변의 피드백을 받았다. 그 역시도 젊은 배우로서 당연히 ‘눈물의 여왕’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일을 꿈꿨다. 하지만 긴 작품을 해보니 스스로 채워야 할 부분들이 다시 보였다. ‘다시 한번 해본다면 잘 할 수 있다’는 의지가 샘솟았다.

“연기 천재여서 하는 역할마다 다 잘하면 좋겠지만, 이렇게 많은 분께 배우면서 만들었던 작품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어요. 아쉬움이 남아서, 한 번 더 비슷한 작품을 해본다면 훨씬 풍부하면서도 재밌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영화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일일극은 일주일에 대본이 다섯 권이라 숙지하는 일도 쉽지 않은데, 한 시간 반짜리 대본을 보면서 인물을 시간을 들여 연기해보고 싶습니다.”

MBC 드라마 ‘세 번째 결혼’에서 정다정 역을 연기한 배우 오승아 촬영현장 이미지. 사진 스타메이커스이엔티



이러한 욕심 속에 또한 레인보우의 팬들이 바라는 ‘재결합’에 대한 희망은 조금 더 미뤄졌다. 오승아는 배우로서 더욱 굳건히 설 수 있고, 지금 삶에 바쁜 나머지 멤버들의 상황이 더 좋게 바뀌면 그때 팬들 앞에 다시 서는 일을 고대한다.

“당장 저를 채우는 게 중요해요. 많은 작품을 보고, 연극이나 공연도 보고 그리고 레슨도 받으면서 더욱 풍성한 연기를 준비해야겠어요. 그때는 정말 더 좋은 연기를 선보일 거예요.”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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