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복으로 가늠한 노동좌표[신간]
당신의 작업복 이야기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 지음·오월의봄·1만9800원
작업복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경향신문 작업복 기획팀이 쓰레기 소각장, 건설 현장, 산불 현장 등 10곳의 일터를 찾아 기록한 이야기는 작업복이 노동환경과 안전, 차별과 깊이 얽혀 있음을 알려 준다. 작업복은 사고 위험에서 노동자를 보호해주고, 작업 편의를 높여주는 것이어야 하는 데 오히려 불편하고 위험하게 하고, 심지어 차별적이다. 서울의 한 자원순환센터의 경우 재활용품 선별위원들이 뜨겁고, 날카로운 물건이 섞인 쓰레기 더미를 뒤져야 하는데 회사는 용도에 맞지도 않는 장갑을 턱없이 적은 수량을 지급했다. 피복비로 책정된 예산을 가로채는 회사도 있었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남성 신체를 기준으로 제작된 작업복을 스스로 수선해 입어야 한다. 그나마 용접 장갑이나 보호구는 수선도 불가능하다. 여객기 여성 승무원의 몸에 꽉 끼는 유니폼은 성 상품화된 이미지를 강요할 뿐만 아니라 업무에도 큰 지장을 초래한다. 책은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좋은 작업복이라고 말한다.
탄소 기술관료주의
빅터 샤우 지음·이종식 옮김·빨간소금·3만2000원
동아시아 최대 탄광 도시인 중국 푸순의 역사를 돌아보며 우리의 화석 연료 중독이 어떻게 시작됐는지 살펴본다. 20세기 전반기 일제의 남만주 철도주식회사의 등장과 더불어 푸순에서 석탄 채굴 산업이 발전했다. 1933년 만주 석탄 생산량의 5분의 4를 책임지며 푸순은 일본 제국의 심장이 됐다. 자원 자립에 대한 국가적 집착 속에서 석탄 중심 개발주의가 등장했고, 이는 공산 중국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책은 탄소 문명이 기술관료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채 폭력과 파괴로 자신의 토대를 허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팔레스타인 1936
오렌 케슬러 지음·정영은 옮김·위즈덤하우스·2만8000원
중동분쟁의 뿌리이자 그 최초의 폭발이었던 1936~1939년의 ‘아랍 대봉기’를 다룬다. 아랍인들이 유대국가 건설에 반대하고 독립을 요구하며 일어난 대봉기 당시 주요 행위자들의 행동과 판단을 통해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점령 과정을 돌아본다.
새로 쓴 미국 종교사
류대영 지음·푸른역사·3만원
종교를 통해 미국의 실체를 살핀다. 스페인 선교사들이 진출하기 이전, 원주민들의 토템 신앙이 깃든 흙 구조물부터 노예제에 대한 보상으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요구한 엘리아 무함마드, 신의 죽음을 거론한 사신 신학 등 미 대륙의 600년 종교사를 다룬다.
붉은 인간의 최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김하은 옮김·이야기장수·2만2000원
작가가 2015년 노벨문학상을 받는 데 기여한 대표작이다. 소련 몰락 후 자본주의 이행기를 살았던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다룬다. 평등과 집단을 우선하고, 배급 때문에 움직였던 소련인이 자본주의의 냉혹한 얼굴을 마주하며 겪은 절망과 분노가 담겼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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