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원 참배하며 “민족 화합”…북 김기남 전 노동당 비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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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화합을 위해 앞으로 일들을 많이 합시다."
해방·광복 60돌이던 2005년 8월1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참배'한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민족대축전' 북쪽 당국·민간 대표단장인 김기남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차에 오르며 남쪽 기자들한테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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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화합을 위해 앞으로 일들을 많이 합시다.”
해방·광복 60돌이던 2005년 8월15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 ‘참배’한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민족대축전’ 북쪽 당국·민간 대표단장인 김기남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차에 오르며 남쪽 기자들한테 한 말이다. 김기남 단장을 포함한 32인의 북쪽 대표단이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민족해방과 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들이 잠들어 있는 현충원을 5분간 방문해 ‘10초 묵념’을 한 직후다. 김 단장과 함께 참배한 북쪽의 대표적 ‘회담 일꾼’ 임동옥은 당시 남쪽 인사들을 만나 “현충원 (참배) 결정은 어려운 것이었고 언젠가는 넘어야 할 관문”이라며 “6·15(남북공동선언)시대에는 모든 것을 초월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09년 8월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8월18일)하자 김기남은 북쪽의 ‘조의방문단’ 단장 자격으로 서울에 와 조문하고 청와대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예방한 뒤 북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전쟁과 적대를 뒤로 하고 ‘화합’의 새 시대를 열자는 북쪽의 정치적 의지를 서울에서 밝히는 구심 구실을 한 김기남 전 조선노동당 중앙위 선전 담당 비서 겸 국무위원이 지난 7일 오전 10시 94살을 일기로 숨졌다고 노동신문이 8일 보도했다. 김 전 비서는 2022년 4월부터 노환과 다장기 기능부전으로 병상에서 치료를 받아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은 8일 새벽 2시 빈소가 차려진 평양 보통강구역 서장회관을 찾아 “깊은 애도의 뜻”을 표했으며, 국장을 이끌 국가장의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고 신문이 보도했다.
김기남 전 비서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원, 노동신문 책임주필 등을 거쳐 노동당 선전(선동) 부문 고위 인사로 일한 북쪽의 사상·이론·선전 분야 전문가다. 현철해 국방성 고문과 함께 ‘김정은 체제’의 안착을 이끈 대표적 노동당 원로 인사로 알려져 있다. 노동신문은 그를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충실성을 제일생명으로 간직한 노세대 혁명가”라고 평가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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