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추종매매"… 해외주식 종토방 시끌

김제림 기자(jaelim@mk.co.kr), 김대은 기자(dan@mk.co.kr) 2024. 5. 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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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가 개설한 종토방서
검증 안된 종목 추천 속출
나스닥 전체 3411개 종목중
1달러 미만 동전주가 464개
시세조종 펌프질행위 빈발
증권사는 수익때문에 운영

나스닥 다수 종목에 대해 한국 리딩방(주식 종목 추천 채팅방)이 시세 조종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증권사의 해외 주식 종목 토론방(종토방)까지 무분별한 추종 매매를 부추길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원격의료 회사 모바일헬스네트워크솔루션이 나스닥 시장에서 85% 폭락한 것을 계기로 종목 토론방이 도마에 올랐다.

종목 토론방은 개인투자자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이나 텔레그램 같은 폐쇄된 공간에서 사기 권유에 노출되는 것을 막는다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다른 종목 추천, 검증되지 않은 정보 흘리기, 단타 부추기기 등의 역기능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증권사가 운영하는 종목 토론방의 인플루언서 배지 제도는 종목 토론방에 활발하게 글을 남기고 팔로어가 많은 투자자의 투자 의견과 거래 내역을 추종하는 매매가 발생할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인플루언서가 확인되지 않은 호재성 뉴스를 올리는 경우도 다반사이며, 특정 종목에 대해 예상 주가를 제시하기도 한다.

인플루언서가 등장하고 게시글이 많이 올라오는 종목이라면 거래량이 많고 주가 변동성이 크다고 판단돼 단타 수요가 더 몰리는 부작용도 나타난다. 증권사에서 리딩방 링크나 게시글 삭제 등으로 관리하려 하지만 아예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이름이나 검색 내역 캡처본을 올리는 방식으로 필터링을 우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종목 토론방이 주식 회전율을 높이고 거래대금을 늘려 증권사 수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증권사들 대부분이 해외 주식 종목 토론방을 유지하거나 신설하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은 일부 대형주에 종목 토론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KB증권, 키움증권, 토스증권, 카카오페이증권은 전 종목에 대해 종목 토론방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주식의 경우는 증권사들보다는 네이버 증권 페이지가 종목 토론방을 주도하고 있는 데 반해 네이버 해외 주식 종목 토론방은 PC에서는 접근할 수 없어 증권사들의 해외 종목 토론방이 크게 활성화된 상황이다.

특히 해외 주식 종목 토론방의 문제가 더 심각한 이유는 나스닥은 국내 주식에 비해 훨씬 더 적은 자금으로 움직일 수 있는 '동전주'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수가 적은 자금으로도 하루 만에 주가를 크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시세 조종 유인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나스닥에는 시가총액이 700조원을 넘는 주식이 9개나 되지만, 1달러 미만의 동전주도 500여 개가 있어 극단적으로 양극화돼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말 나스닥에 상장된 주식 중 1달러 미만 주가 주식은 464개에 달했다. 나스닥은 1달러 미만 주식에 대해 상폐시킨다는 규정이 있으나 180일의 유예기간을 부여받고 만약 액면분할을 하겠다고 하면 추가적으로 180일이 더 주어진다.

이후에도 의견 소명 등을 하면 추가로 180일의 유예기간을 부여받는 방식으로, 2021년 기업공개(IPO) 붐이 일었을 때 대거 상장된 기업들이 여전히 나스닥에 남아 있다. 지난 7일 나스닥에서 가장 거래가 많은 종목은 파인애플에너지였는데 이 종목 주가는 전일 대비 42% 올랐지만 0.0757달러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하우스 종목방은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있다 보니 지워지지 않는 글은 검증된 내용이라고 투자자들이 착각할 위험도 있다"고 했다. 이러한 리스크 때문에 증권사들도 종목 토론방에 시세 조종 세력들의 글이 올라오지 않게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유저가 게시글을 업로드하는 시점에 알고리즘을 통한 분류 작업이 진행돼 광고성 메시지나 리딩방 홍보글, 연락처를 필터링해 삭제하고 있다"면서 "불법 리딩방으로 유인될 수 있는 링크는 머신러닝과 추가 필터링 로직을 통해 차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제림 기자 /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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