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최초' 기록 작성, 이쯤되면 역사 제조기…'95구 8회 등판→역전 투런' 후회 NO "매우 가치 있었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믿음을 얻어 기뻤다"
시카고 컵스 이마나가 쇼타는 8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2024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홈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투구수 102구, 7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민 이마나가는 이번 겨울 4년 보장 5300만 달러(약 724억원), 컵스가 옵션을 실행할 경우 4+1년 최대 8000만 달러(약 1093억원)으로 규모가 커지는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이마나가는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의 존재로 인해 스토브리그와 시범경기 내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정규시즌이 시작된 후 스포트라이트가 조금씩 이마나가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마나가는 지난달 1일 콜로라도 로키스를 상대로 6이닝 동안 2피안타 무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경기를 펼치더니, 4월 한 달 동안 5경기에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98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그 결과 '이달의 신인'으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그리고 지난 2일 뉴욕 메츠를 상대로는 7이닝 7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퀄리티스타트+(7이닝 3자책 이하)와 함께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공동 1위, 평균자책점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마나가의 세부 지표를 고려했을 때 지금의 성적은 '운'이 많이 따르는 편이다. 하지만 높은 회전수의 직구를 정교한 제구를 통해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를 공략, 메이저리그에서도 드문 편에 속한 좌완 스플리터 등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장점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며 빅리그 무대에 적응해 나가고 있다. 그리고 이날 승리와 연이 닿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의 성적이 결코 '운'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이마나가는 1회 볼넷, 2회 안타를 맞으면서 시작부터 주자를 내보냈다. 하지만 주자가 2루 베이스를 밟는 것을 일절 허용하지 않으며 무실점 투구를 펼쳐나갔다. 안정을 찾은 이마나가는 3회 카일 히가시오카-주릭슨 프로파-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4회 제이크 크로넨워스-매니 마차도-잰더 보가츠로 이어지는 타선을 꽁꽁 묶으며 순항했다. 그리고 5회 도노반 솔라노를 좌익수 뜬공, 김하성을 파울팁 삼진 처리한 뒤 호세 아소카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이닝을 매듭지으며 승리 요건을 갖췄다.
가장 큰 위기도 잘 넘어섰다. 이마나가는 6회 타티스 주니어에게 안타를 맞은 후 크로넨워스에게 기습번트 안타를 내주면서 실점 위기에 몰렸다. 이때 압권의 투구가 나왔다. 이마나가는 마차도의 몸쪽을 공략해 삼진을 솎아내며 한숨을 돌리더니, 후속타자 보가츠에게는 스플리터를 위닝샷으로 구사, 삼진을 뽑아냈다. 큰 위기를 벗어난 이마나가는 포효하며 더그아웃으로 이동했고, 7회에도 위기 없이 샌디에이고 타선을 묶어냈다.
문제는 8회였다. 이마나가는 7회 투구 종료 시점에서 투구수가 95구였는데, 다시 한번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결과 선두타자 루이스 아라에즈에게 안타를 맞은 뒤 최근 타격감이 대폭발하고 있는 주릭슨 프로파에게 5구째 스플리터를 공략당해 역전 투런홈런을 허용했다. 결국 이마나가는 이닝을 매듭짓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0.65까지 낮아졌던 평균자책점은 순식간에 1.08까지 치솟았다.
7이닝 2실점 투구에도 불구하고 패전 위기에 몰렸던 이마나가. 하지만 억울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컵스가 8회말 공격에서 동점을 만들면서 패전 위기에서 벗어난 것. 그리고 9회말 끝내기 홈런까지 나오면서, 이마나가의 등판에서 컵스는 7전 전승을 기록하게 됐다. 일본 '스포츠 호치'에 따르면 이마나가는 등판을 마친 뒤 스트레칭을 하던 중 끝내기 홈런이 나온 것을 보고 황급히 더그아웃으로 몸을 옮겼고, 팀 승리의 기쁨을 함께 만끽했다.
이마나가는 "직구가 타자 벨트 위로 던져졌던 것이 가장 좋았다. 특히 6회 매니 마차도와 잰더 보가츠에게 꼭 삼진을 잡고 싶었는데, 이를 실행할 수 있었다. 역전을 당해서 분했지만, 이겨서 다행이었다"며 "마차도와 세 번째 대결에선느 2개의 실투가 있었는데, 홈런이 돼도 이상하지 않았다. 이후 2스트라이크를 몰아붙이면서 팬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행복했다. 요즘 잠에서 잘 못깨는데 그 함성을 알람으로 사용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7회 종료 시점에서 95구였음에도 불구하고, 8회에도 등판한 배경은 무엇일까. 이마나가는 "(벤치에서) 딱히 말이 없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다는 믿음을 얻은 것이 기뻤고, 내게는 매우 가치가 있었다. 감독님께서 그런 믿음이 있다는 것에서 자신감도 얻었다. 8회 선두타자를 내보낸 후 병살을 잡고 싶었다. 만약 해냈다면 한층 더 신뢰를 얻을 수 있었는데, 이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고 설명했다. 분하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등판이었다고.
끝으로 이마나가는 "매 등판을 돌아보면 '알고보니 잘 됐다'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내게는 좋지 않았다. 우연과 결과가 겹쳐진 느낌"이라며 "앞으로는 잘 던져서 '내가 막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이마나가는 피홈런으로 평균자책점이 치솟았으나, 1912년 이후 첫 7경기에서 필 더글라스(1918년, ERA 0.79), 딕 엘스워스(1963년, 0.91)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게 됐다. 그리고 'MLB.com'의 사라 랭스에 따르면 데뷔 시즌 첫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8과 함께 볼넷이 5개 밖에 없었던 것은 역대 최초, 개막전을 기준으로 본다면 글로버 알렉산더(1920년), 워렌 해커(1952년), 제이크 아리에타(2015년) 이후 컵스 사상 역대 4번째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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