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위협 또 증폭…러 이어 벨라루스도 전술핵 훈련 전격 발표

송현서 2024. 5. 8.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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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나우뉴스]

훈련 중인 벨라루스군 자료사진

러시아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인 벨라루스가 자국에서 전술핵무기 훈련을 한다고 7일(이하 현지시간) 밝혔다.

국영 벨타 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전술핵무기 사용 준비 태세에 관해 불시 점검을 명령했다.

빅토르 흐레닌 벨라루스 국방부장관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명령을 전하며 “이번 훈련에서 전술핵무기에 대한 계획과 준비, 사용 등 모든 활동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 AP 연합뉴스

현재 벨라루스에는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수십 기가 배치돼 있다. 이번 벨라루스 전술핵훈련에는 이스칸데르 미사일 사단과 수호이(Su)-25 전투기 비행 중대가 참여해 벨라루스군의 핵탄두 이송 및 탑재 능력 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의 전술핵훈련 소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술핵무기 사용 훈련을 지시했다는 러시아 국방부의 발표 직후에 나왔다.

양국은 동일한 시기에 전술핵훈련을 실시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황에서 우위를 차지함과 동시에,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대응력 강화를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알렉산드르 볼보비치 벨라루스 안전보장위원회 사무총장은 7일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이번 점검(훈련)은 러시아 동료들이 수행하는 비전략 핵탄두 사용 활동 속에서 계획됐고, 그들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술핵훈련, 프랑스·영국 등 서방국가 때문”

러시아의 전략 핵군은 정기적으로 훈련을 실시해 왔지만, 전술핵무기와 관련한 훈련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이번 전술핵훈련이 프랑스와 영국 등 서방국가의 도발 때문이라고 규정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지난 6일 “이번 훈련은 일부 서방 당국자들의 제안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이들(서방국가)은 우크라이나에 지원된 서방 무기의 사용 제한을 철회하자고 주장해 러시아를 자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방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더 깊숙이 관여하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긴장을 완전히 새로운 단계로 고조시키는 짓”이라고 덧붙였다.

2022년 4월 20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 아르한겔스크 지역 플레세츠크 우주기지에서 러시아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RS-28 ‘사르맛’이 시험발사되고 있다. EPA 연합뉴스

페스코프 대변인의 이번 발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를 약속하며 우크라이나 파병설을 다시 한 번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더불어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방문한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이자 현 외교장관의 발언도 문제 삼았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 등은 서방이 지원한 무기가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데 사용될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러시아의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 자국의 무기가 러시아 본토 공격에 사용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캐머런 장관은 키이우 방문 일정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영국이 지원한 무기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우크라이나가 정할 권리가 있다”면서 사실상 러시아 본토 공격이 가능한 장거리 미사일 등의 사용에 대한 허가를 암시했다.

이에 페스코프 대변인은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패배하기 직전이라면 지상전 파병도 검토해야 한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러시아의 이번 전술핵 훈련을 촉발했다”고 밝혔다.

캐머런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서는 6일 모스크바주재 영국 대사를 초치해 “우크라이나가 영국제 무기로 러시아를 공격하면, 러시아가 영국 기지들과 군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르 대관식’ 하루 앞두고 나온 핵 위협 발언

지난 7일 ‘황제 대관식’을 통해 집권 5기 시대를 연 푸틴 대통령은 ‘더 강한 러시아’를 대내외에 알리기 위한 전략으로 전술핵훈련 공개를 선택했다고 보여진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7일 취임식을 통해 집권 5기를 시작했다. 사진=자료사진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외로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의 대내외 상황은 푸틴 4기 시절보다 훨씬 불안해졌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집권 5기의 시작과 함께 내부 결집 강화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길어지는 전쟁에 대한 회의론을 잠재우고, 서방이라는 ‘공동의 적’을 통해 내부 결집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전보다 더욱 강한 러시아를 각인시키기 위해서라도 전술핵 사용 등의 ‘강한 자극’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푸틴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에 전술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함에 따라, 서방도 우크라이나에 전술핵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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