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박스피' 벗어나려면 … 넘쳐나는 주식부터 태워라

2024. 5. 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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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미국 S&P500 지수포함 기업들
16년새 순익 150% 늘어났지만
주식수 되레 4%가량 줄어들어
같은 기간 코스피200 주식수는
2배로 뻥튀기…순익 발목 잡아
상장·메자닌 발행 문턱 높여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결 가능

2024년 청룡의 해 2800 돌파를 목전에 뒀던 코스피는 2600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대외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후퇴, 이스라엘과 이란 간 지정학 위험 돌출이 대내적으로 반도체 업황 둔화 불안감, 그리고 밸류업 프로그램이라는 정책 모멘텀 약화 우려 등에서 비롯됐다. 금년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20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던 외국인은 4·10 총선 이후 매도로 돌아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던 밸류업 프로그램은 지수 개발, ETF 상장 등 아직 갈 길이 멀다.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정책 실망감이 커졌다. 배당소득세 분리 과세, 법인세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세제 지원 정책이 야당 반대로 법제화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실망감을 불러일으켰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있어서 기업과 투자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정책 효과를 배가시키기 위한 인센티브이지 본질은 아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의 핵심은 기업의 본질 가치(이익)와 주주환원,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을 개선시켜야만 한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주가순자산비율(PBR)을 높여 보려는 것이다.

PBR은 자기자본순이익률(ROE=순이익/자본)을 자기자본조달비용(COE)에서 성장률을 차감한 것으로 나눠 계산된다. ROE를 높이거나 COE를 낮추면 PBR은 상승한다. COE는 기업의 수익 및 재무건전성이 중요하나 통화정책을 비롯한 금융시장 자체에 영향을 받는다. 결국 PBR이 높아지려면 ROE가 상승해야 한다. 마진율이 상승하고 자산 효율성을 제고하며 적절한 재무안정성을 도모해 ROE를 개선시킬 수 있다.

현재 코스피 후행 PBR은 1배에도 못 미친다. S&P500지수 PBR이 4배를 초과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참고로 주가순이익비율(PER)은 코스피 10배, S&P500 20배 정도로 격차를 보인다. S&P500을 구성하는 기업들의 평균 ROE는 20%로 높지만 코스피의 ROE는 8% 내외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은 원자재, 중간재를 수입해 자본재, 최종재를 수출하는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업에 주력한다. 반면 미국은 자체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기술력을 활용한 플랫폼에 기반을 둔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업에 비교 우위가 있다.

재무 레버리지(자산/자본)도 중요하다. 타인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경우에는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기업이 존폐를 위협받거나 인수·합병(M&A) 등에 노출될 수 있다. 다만 과도하게 자본을 축적하고 주주환원에 소극적일 시 밸류에이션을 떨어뜨린다. 우리나라 기업의 자본은 2500조원에 육박하며 현금성 자산만 500조원 넘게 보유하고 있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의 경우 미국은 평균적으로 4%, 한국은 2% 수준에 불과하다.

자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주식 수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배경이다. 2023년 S&P500지수에 포함된 500개 기업 순이익은 1조8000억달러로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000억달러에 비해 150% 정도 증가했다. 주식 수는 2007년 87억6000만주에서 2023년 83억9000만주로 4%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200에 포함된 기업의 순이익은 55조9000억원에서 103조6000억원으로 85% 증가했다. 그럼에도 주식 수는 145억7000만주에서 314억8000만주로 116%나 급증해 주당순이익은 14% 감소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정책은 성장에 집중하며 혁신이라는 미명 아래 경쟁력, 수익성이 부족한 기업조차 자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왔다. 상속·증여세를 피해 갈 우회적 수단으로 메자닌 발행도 활용됐다. 이익보다 주식 수가 빠르게 증가한 배경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일환으로 정부는 주요 재무지표 비교 공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외형에서 수익 중심으로 기업 경영 방식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주주환원을 유도하려고 한다. 특히 누적된 잉여금을 바탕으로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환원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 분할을 통한 지주회사와 사업회사의 중복 상장, 증자 및 메자닌 발행 등 주식 수 증가와 관련된 제도적 보완 장치도 필요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내수시장 크기 등 경제구조에서 비롯된 마진율, 자산회전율 격차는 단기간 내 해결할 수 없다. 산업구조 재편과 효율적 자원 배분을 통해 지속가능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일관되며 구체적인 거시경제 정책의 대전환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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