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국경 봉쇄에 ‘3도 화상’ 10대 환자 이집트행 좌절…“검문소 열어라” 비판 쇄도

손우성 기자 2024. 5. 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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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이집트 치료 예정 환자 46명 갇힌 신세”
이스라엘군 대피 명령에 라파 병원 아수라장
유엔 “검문소 폐쇄, 인도주의 위기에 더 큰 해”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크게 다친 팔레스타인 남성이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라파 난민촌 쿠웨이트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구호물자의 반입 통로였던 라파 검문소와 케렘 샬롬 검문소를 봉쇄하면서 극심한 인도주의 위기를 겪는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더욱더 사지에 내몰리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보건부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라파 국경을 폐쇄하면서 이집트에서 치료를 받을 예정이던 부상자 46명이 가자지구에 갇힌 신세가 됐다”며 “이들은 여러 형태의 암을 포함해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3년 전 3도 화상을 입고 지금까지 이집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온 16세 소녀 아실 와르쉬 아가의 사연을 소개했다.

아가의 삼촌인 아흐메드는 NYT 인터뷰에서 “화요일(7일) 아침 이스라엘군이 라파 남부로 침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조카는 수술을 위해 이집트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NYT에 따르면 아가는 애초 지난해 가을 수술이 예정돼 있었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로 이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흐메드는 “아가가 언제 수술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스라엘군 대피 명령이 떨어진 라파 동부 지역의 병원들도 아수라장이 됐다. NYT에 따르면 알나자르 병원은 이날 200명 이상의 입원 환자 가운데 경상자는 가족에게 돌려보내고 중환자 일부를 칸유니스 유럽병원 등으로 이송했다. 알나자르 병원에서 근무하는 마르완 알함스는 “이스라엘군 공습이 시작된 지난 5일부터 지금까지 58구의 시신이 병원에 들어왔다”며 “피해자 가족에게 시신을 직접 묻어달라고 요청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라파 검문소를 즉시 개방하라는 국제사회 요구가 쏟아졌다. 옌스 라에르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구호품 진입로가 폐쇄되면서 가자지구에 대한 외부 원조가 차단됐다”며 “연료 재고는 하루분밖에 남지 않았고 다른 물품도 즉시 소비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마거릿 해리스 세계보건기구(WHO) 대변인도 “라파에 있는 병원 3곳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며 “이스라엘군의 라파 진입 작전으로 병원 운영은 중단될 것이고, 이는 환자에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라파와 케렘 샬롬 검문소 폐쇄는 이미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더 큰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고, 커린 잔피에어 미 백악관 대변인 또한 브리핑에서 “닫힌 검문소들은 열려야 한다”며 “봉쇄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8일 케렘 샬롬 검문소 점거는 해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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