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쓰림에 무턱대고 약 먹다가…항생제 내성균 활개친다

김명지 기자 2024. 5. 8.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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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생제는 위산억제제와 같이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항생제와 위산억제제를 함께 복용하다가 오히려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내성균(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될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위산억제제 과다 사용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항생제 내성균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항생제와 동시 처방하는 일은 주의해야 함은 물론 적정 사용 전략을 마련해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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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보건연구원, 연구결과 학술지 발표
“항생제, 위산억제제 동시 처방엔 주의 필요”
항생제와 위산억제제를 함께 복용할 경우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될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일러스트=조선DB

항생제는 위산억제제와 같이 처방하는 경우가 많다. 위염이나 속쓰림 같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항생제와 위산억제제를 함께 복용하다가 오히려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내성균(슈퍼박테리아)에 감염될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병원균을 잡으려다 더 센 병원균을 부른다는 말이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8일 “항생제와 양성자펌프억제제(PPI) 계열의 위산억제제를 동시에 복용한 환자의 장내 미생물 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를 관찰한 결과, ‘카파베넴 항생제 내성 장내세균(CRE)’에 감염될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인 ‘장내 미생물(Gut Microbes)’에 실렸다.

연구진은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282명 가운데 대변 시료 수집에 동의한 환자 98명의 분변 DNA를 분석했다. 그중 47명은 슈퍼박테리아인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에 감염돼 있었다.

다음은 환자들이 대변 수집 3개월 안에 처방 받은 약을 조사했다. 그 결과 항생제와 PPI 계열의 위산억제제를 동시에 처방받은 환자의 장에서는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가진 미생물들이 많은 것을 확인했다. 이는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PPI 계열 위산억제제를 복용한 환자는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PPI를 처방받은 환자는 장내 폐렴막대균과 장내알구균은 여럿 발견됐지만, 대장균은 적게 발견됐다.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가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건강을 망친 것이다.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 감염과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의 연관관계. 카바페넴 저항성 유전자(CRG)의 전달. 바깥쪽 원은 종을 나타내고, 안쪽 원은 PPI 치료를 뜻한다. 원 안의 선은 전달 과정을 나타낸다. 빨간색 선은 tnp 유전자를 포함하는 플라스미드를 통해 유전자가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고, 파란색 선은 플라스미드를 통해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회색 선은 알려지지 않은 메커니즘을 통해 전달이 발생할 수 있음을 나타낸다./연구 보고서

PPI 위산억제제는 위벽에서 위산을 분비하는 양성자(프로톤) 펌프를 차단해 위산 분비를 막는다. 국내에서 널리 쓰이는 PPI 계열 위산억제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넥시움’(성분명 에스오메프라졸), 한미약품의 ‘에소메졸’(에스오메프라졸) 일양약품 ‘놀텍’(성분명 일라프라졸) 등이 있다. 연구진은 PPI계열 위산억제제만 복용한 경우에는 장내 미생물에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슈퍼박테리아인 항생제 내성균은 면역력 약한 고령층이나 영유아에 감염돼 폐렴이나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120만명이 항생제 내성균으로 사망한다. 특히 5세 미만 아동 사망의 약 20%는 항생제 내성균과 연관된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연구진은 “위산억제제 과다 사용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에 항생제 내성균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항생제와 동시 처방하는 일은 주의해야 함은 물론 적정 사용 전략을 마련해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참고 자료

Gut Microbes(2024), DOI: https://doi.org/10.1080/19490976.2024.234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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