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의 바보' 김진민 감독의 새로운 디스토피아 [인터뷰]

김진석 기자 2024. 5. 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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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마이네임'과 '인간 수업'을 연출한 김진민 감독이 새로운 디스토피아를 그려냈다. 종말을 앞두고 영웅이 되는 선택보단, 그들의 일상과 인간의 본성에 더 집중하며 '종말의 바보'를 연출해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종말의 바보'는 지구와 소행성 충돌까지 D-200, 눈앞에 닥친 종말에 아수라장이 된 세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함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로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지난 2023년 4분기 공개 예정이던 '종말의 바보'는 주연 배우 유아인이 마약 파문에 휩싸이며 공개가 잠정 연기됐으나 기다림 끝 세상 밖으로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공개됐지만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에 대해 김진민 감독은 "혼란스러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많이 노력을 했지만 그런 반응이 나오더라"라며 "세계관 자체가 복잡했기에, 충분히 설명하고 가기에는 12부라는 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축약하거나 생략한 부분들로 인해 허들로 작용한 부분이 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종말의 바보'가 원작과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 부분은 시점차이와 구성이었다. 원작은 몇 년 뒤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설정이지만, '종말의 바보'는 지구 일부에 큰 타격을 입는다는 설정이다. 설정을 바꾼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작가님이 지구가 멸망하면 드라마가 없지 않냐. 이 해석이 굉장히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원작 옴니버스 구성에서 12부작으로 풀어낸 이유로는 "3년을 200일로 당긴 건 속도감 때문이다"라며 "200일이면 소행성을 피할 수 없겠더라. 닥친 국면들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라고 전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보다 캐릭터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 감독은 "디스토피아에서 생존 경쟁과 구원을 하는 서사라면, 일종의 영웅담이 됐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그런 방향성은 아니었다"라며 "그 시간을 고스란히 맞이하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제가 뒤로 갈수록 신경 썼던 부분은 '누구도 영웅이 되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라며 드라마가 전하는 낯선 선택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유아인의 일탈로 편집을 하며 골머리를 앓았을 터. 김진민 감독은 "1부에서 아인 씨 부분이 최소화된 건 맞다. 배려를 많이 한 버전이 지금 버전이다. 그 이야기가 빠지면 세경(안은진)의 이야기가 이해가 안될까봐 조절한 부분이 있다"라고 전했다. 심지어 김 감독은 "이런 버전과 저런 버전을 포함해 20가지가 넘는많은 버전이 있었다. 넷플릭스나 제작자나 제 3자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면서 많이 정리한 버전이 지금 버전이다. 드라마의 색깔을 확실히 가져가는 쪽으로 선택했다"라고 덧붙였다.

호불호는 갈렸지만, 원작자에게는 인정받은 '종말의 바보'다. 이사카 코타로는 제작사 (주)아이엠티브이를 통해 "원작과는 다른 스토리 전개로 한국만의 새로운 드라마가 재탄생되었다"라고 감상을 전하며 "원작의 핵심 요소인 '종말 앞에서도 여유로운 분위기'가 잘 살아 있다"라고 호평했다.

이에 김진민 감독은 "처음 들었다. 고타로하고 그렇게 친하지는 않다. 물론 농담이다"라며 웃었다. 그는 "여태껏 디스토피아는 항상 생존 투쟁이었는데, 비로소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장이 열린 게 디스토피아라고 생각하게 됐다"라며 "내가 왜 인간인지를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는 순간이다. 우린 살면서 생각해보지 못하고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게 되는데, 얻게 되는 가장 큰 가치는 그것이다. '이렇게 살래? 저렇게 살래?'를 따져보게 되는게 디스토피아의 특징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종말의 바보' 제작발표회에서 MBC 드라마 '연인'보다 안은진을 먼저 캐스팅했다고 전한 바 있다. 그는 "'연인'의 시청률과 상관없이 은진이는 잘할거라 생각했다. 기본 실력은 어디 안간다. 연기력이라는건 이미 증명이 됐다"라며 "고맙게 저희 작품을 선택해줬다. '연인'도 많이 잘됐다. 실력대로 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마지막 세경은 총을 들고 도박장에 들어간다. 이 장면에 대해 김진민 감독은 "아이들을 위해 비행기도, 살리지도 못했다. 뒷 부분에선 이제 점프가 계속되다 보니 누구의 심정일까 하는 부분에 있어 논쟁이 이어질 것 같았다. 아이들만은 살리고 싶던 남은 사람의 마음을 대변하는게 세경의 마음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도 "어쩔 수 없이 '세경'"이라며 "남은 시간을 두려워하며 도망가지도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김진민 감독은 '마이네임'과 '인간 수업'과 같은 인간 본성이 드러나는 작품을 주로 연출해왔다. 그 부분에 끌리는 점이 있었을까. 그는 "그런 것 같다. 도전적인 가능성이 높다. 도전과 고전적인 것은 똑같다 생각한다. 기본에 충실한 것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런 작품만 들어온다. 풀어낼 거리가 많은 작품들이 들어오는 것 같다"라며 웃어보였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종말의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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