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불망' 자식 걱정…어버이날에도 줄지은 기도 행렬[현장]

오정우 기자 2024. 5. 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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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바라는 거요? 다른 건 없고 건강이죠, 돈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칠순을 넘긴 할머니 김모씨는 자식 걱정 '삼매경'이었다.

어버이날인 이날, 종교를 불문하고 김씨처럼 자식 걱정에 여념없는 '어버이'의 기도 행렬이 이어졌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왔다는 후지모토(68) 부부는 "오늘이 어버이날인지 몰랐지만 다들 이렇게 기도하는 거 보니 나도 해야겠다"며 30대 아들 세 명을 위해 복전함 앞에서 합장 자세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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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들 입 모아 "자식들 건강하기만 바라"
종교 불문 자식 걱정하는 어버이들로 북새통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어버이날인 8일 오전 조계사에는 자식을 위해 기도하러 온 어버이들로 북적였다. 2024.05.08. friend@newsis.com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제일 바라는 거요? 다른 건 없고 건강이죠, 돈이고 뭐고 다 필요없어."

칠순을 넘긴 할머니 김모씨는 자식 걱정 '삼매경'이었다. 마흔을 훌쩍 넘긴 아들딸이지만 김씨는 여전히 걱정이 한가득이다.

자녀들이 유치원에 가기도 전부터 불공을 드렸다는 김씨는 어버이날인 8일 오전에도 허리를 숙여 기도한 후 합장한 손으로 기도를 이어나갔다.

종종 조계사에 온다는 그는 올 때마다 오전 6시부터 기도한다고 했다. 자녀들이 대학에 갈 때는 3000배도 드렸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매일 108배 하러 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또 "딸이 미국 미시건주립대 나와서 석사 다니고 귀국해서 교수로 일한다"며 "가정 화목이랑 건강을 바랄 뿐"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다시 촛대에 불을 붙여 기도를 이어갔다.

어버이날인 이날, 종교를 불문하고 김씨처럼 자식 걱정에 여념없는 '어버이'의 기도 행렬이 이어졌다. 형형색색의 연등이 수 놓인 조계사에서 연로한 부모들이 왼손에 갈색 염주를 낀 채 가만히 합장했다. 마음속 염원이 담긴 촛불이 200개가 넘었다.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어버이날인 이날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부모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사진은 복전함에 보시금을 넣고 기도하는 한 부모. 2024.05.08. friend@newsis.com

딸의 성공을 기원하러 온 권명순(65·여)씨는 서울 서초구에서 잰걸음으로 조계사에 왔다. 권씨는 딸이 대기업의 '이중구조'를 직접 겪고는 상법을 공부하겠다며 직장을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더라"라며 "2002년부터 이곳에서 기도를 드렸는데 (오늘 기도로) 아이들이 자기 하고 싶은 거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미 장성한 '어른' 자식을 위해 합장하는 이도 있었다. 이미정(70·여)씨는 "아들이 경기 양평에서 아파트를 짓는 건설업 종사자"라며 "워낙 건설 쪽이 한파라 경기가 잘 풀렸으면 하는 기도를 드렸다"고 했다.

해외에 있는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도 눈에 띄었다. 백발의 박숙자(79·여)씨는 원목색 염주를 쥔 채 베트남에 있는 아들을 위한 기도를 중얼거렸다.

박씨는 "40세인 막내아들이 베트남에서 의류업을 하고 있다"며 "1년에 한 번밖에 못 오는데 베트남에서도 건강하게, 사업도 잘되기를 빌었다"고 했다.

반대로 물 건너 기도를 하러 온 외국인도 있었다. 일본 히로시마에서 왔다는 후지모토(68) 부부는 "오늘이 어버이날인지 몰랐지만 다들 이렇게 기도하는 거 보니 나도 해야겠다"며 30대 아들 세 명을 위해 복전함 앞에서 합장 자세를 취했다.

[서울=뉴시스] 오정우 기자 = 어버이날에 명동성당에서 자식을 위해 기도하는 이들도 있었다. 2024.05.08. friend@newsis.com


천주교 신도들도 자식 걱정은 마찬가지. 이날 오후 명동성당도 성모상을 보고 묵상에 잠기거나 기도문을 외고 십자성호를 그리는 어버이들로 북적였다.

세례명이 안젤라(40)라고 밝힌 한 여성은 기도 후 여덟 살배기 아들이 발달 문제를 겪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3살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기도를 통해 마음의 평화와 건강이 찾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어버이를 기리는 기도 행렬도 있었다. 세례명이 이아녜스(52)인 여성은 "부모님이 눈이 좀 안 좋으시다"라며 "복잡한 일상에 평화가 오기를"이라고 기도했다.

세례명이 임바니아(72)인 할머니는 이미 하늘나라로 떠난 부모를 그렸다. '매듭을 푸시는 성모님께 드리는 기도'를 보며 '부모를 위한 기도문 128번'을 왼 그는 부모가 뇌출혈 등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지 20년이 넘었다고 했다.

그는 부모에게 생전에 드리지 못한 말을 이날 기도로 대신하고 덧붙였다.

"사랑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공감언론 뉴시스 frien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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