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 ‘당근’ 왜 가능해졌나…중고 거래 금지 물품 살펴보니

조유빈 기자 2024. 5. 8.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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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중고거래 가능…1년간 시범사업 실시
1인당 10회·판매 금액 30만원 제한…무료 나눔도 횟수 포함
개봉 식품·도수 있는 안경·화장품 샘플 등 중고거래 ‘불법’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홍삼과 비타민 등 건강기능식품(건기식)을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명절 이후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선물용 건기식이 대거 올라왔지만, 이는 모두 '불법'의 영역에 있었다. 현행법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도 있었던 건기식 중고거래가 이제부터 1년간 한시적 허용된다. 거래는 당근마켓과 번개장터를 통해 가능하다.

8일부터 식약처의 시범사업을 통해 건기식 중고거래가 허용됐다. ⓒ연합뉴스

판매 가능한 건기식 조건은…미개봉·실온 보관 제품

건기식 중고거래가 허용되는 건 8일부터 시작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건강기능식품 개인 간 거래 시범사업'을 통해서다. 건기식은 사람의 몸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가공한 식품으로, 홍삼이나 비타민, 유산균 등이 그 카테고리에 속한다. 제품 안전성과 유통 건전성 등을 이유로 영업 신고 없이는 판매가 불가하다고 규정돼있어, 그동안 건기식의 개인 간 판매는 법적으로 금지됐다.

그러나 이같은 규제가 국민 생활에 불편함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로 당근마켓 등에 검색해보면 관련 판매 글이 줄을 이을 정도로 개인 간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데다, 법적으로 규정된 처벌이 무거워 국민 권익 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국이나 EU, 일본 등에선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고 있어 글로벌 규제 수준과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지난 1월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건기식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도록 식약처에 권고하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식약처는 시범사업 시행을 통해 규제를 완화하면서 몇 가지 조건을 설정했다. 거래 횟수, 금액, 판매 플랫폼, 거래 제품의 소비기한 등이 그것이다.

우선 제품은 '미개봉' 상태여야 하고, 제품명이나 건기식 도안, 제품 표시 사항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건기식 문구나 인증 도안이 없는 제품은 식약처에서 기능을 입증한 제품이 아니다. 거래 제품의 소비기한은 6개월 이상 남아있어야 하며, '상온'이나 '실온' 보관 제품만 거래가 가능하다. 냉장 보관이 필요한 제품의 경우 실온이나 상온에서 보관했을 때 기능과 성분, 함량 등에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이 소비할 목적으로 해외 직구나 구매대행을 통해 국내에 반입한 식품은 거래 대상에서 제외된다. 영리 목적의 개인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연간 10회 이하, 누적 금액 30만원 이하로 거래 가능 횟수와 총 거래 금액도 제한했다. 무료나눔도 거래 횟수에 포함된다.

8일부터 건강기능식품의 온라인 중고 거래가 한시적 허용됐다.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당근마켓·번개장터서만 가능…'인증' 후 판매

거래는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에서만 가능하다. 규제심판부의 규제개선 검토 단계부터 시범사업 참여 의사를 밝힌 중고거래 플랫폼 중, 시범사업 가이드라인 준수가 가능한 사업자를 선정했다는 것이 식약처 설명이다. 이들 플랫폼은 전용 카테고리를 마련할 수 있고 영업자 필터링 시스템도 구축돼있어 거래의 안전성과 유통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향후 사업 개시 이후 참여를 원하는 플랫폼에 대해서는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추가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4월 식약처는 관련 시스템 구축과 모니터링 관리, 정보 제공‧협조 체계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당근마켓과 번개장터에 제공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모니터링 결과를 식약처에 알려야 한다. 식약처는 이상 사례 발생 여부나 안전성 관련 민원 신고를 주기적으로 확인하기로 했다.

조건에 맞는 상품은 각 플랫폼의 건기식 카테고리를 통해 판매할 수 있다. 당근마켓은 이날부터 건기식 카테고리를 개설하고, 이 카테고리에 판매 글을 작성할 때 거래 불가능한 조건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번개장터는 '건기식(식약처 시범사업)' 카테고리를 따로 마련하고 글 작성 시 팝업을 통해 판매 조건을 안내하고 있다. 최초 판매시에는 본인 인증을 1회 거쳐야 하며, 이를 통해 개인 판매 횟수 등이 통합된다. 가이드라인에 부합하지 않는 게시글은 삭제 및 제재 조치된다.

개인 간 거래한 건기식 제품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할 경우, 각 플랫폼 고객센터를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제품상의 문제라면 제품에 표시된 '이상 사례 신고' 연락처를 통해서도 신고가 가능하다. 식약처는 1년간의 시범사업 운영 결과를 확인한 뒤 정식 제도화 여부를 결정한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의약품 개인 판매 적발 사례 ⓒ식약처 제공

여전히 '금지'된 품목 주의…각 법에 따라 징역·벌금형

이번 시범사업은 중고거래 규제 완화의 측면에서 해석될 가능성이 있지만, 여전히 개인 간 거래가 금지된 품목들은 많다. 식약처가 올해 3월11일부터 29일까지 3주간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과 함께 식품과 의약품 불법 판매 등을 점검한 결과, 3267건(식품 1688건·의약품 1579건)의 불법 판매가 확인됐다.

일단 개봉한 식품, 표시 사항이 훼손된 제품은 판매가 불가하다. 영업 신고를 하지 않은 개인이 만든 식품이나 자체적으로 소분한 식품도 판매할 수 없다. 이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온라인에서 의약품을 거래하는 것은 약사법을 위반하는 행위다. 일반 의약품과 전문 의약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이라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거래하다 적발된 의약품의 대다수는 해외 직접구매(직구)와 구매대행을 통해 유통되는 무허가 의약품이 많다. 해외직구 제품의 경우 성분과 주의사항 등 표시 사항이 없어 안전성과 효과성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식약처 설명이다.

의료기기는 의료기기 판매업을 신고한 영업자만 온라인을 통해 판매할 수 있지만, 전자 체온계나 자동전자혈압계는 중고 거래가 가능하다. 다만 식약처는 개인이 사용하던 의료기기의 경우 세균 감염 등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을 판매하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 안경테 자체는 공산품이지만, 시력 교정 렌즈가 들어가면 '의료기기'가 되기 때문에 도수가 있는 안경, 선글라스 등은 판매가 불가하다. 콘텍트렌즈, 도수가 없는 서클렌즈도 온라인 중고 거래가 금지된 품목이다.

화장품 샘플은 성분이나 제조일자, 사용기한 등이 표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소비자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 2012년부터 판매가 금지됐다. 화장품 샘플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한 샘플 키트나 여행용 세트는 화장품 표시 기준에 해당하는 내용이 명시돼있기 때문에 판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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