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아닌 ‘응원’도 예능이 될까? 한화팬 야구 예능 ‘찐팬구역’

허진무 기자 2024. 5. 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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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응원 예능 프로그램 <찐팬구역>에서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팬인 배우 차태현(오른쪽)과 한화의 영구결번 선수였던 김태균이 안타가 터지자 환호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십오야 화면 캡처
야구 응원 예능 프로그램 <찐팬구역>에서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팬으로 유명한 배우 차태현이 응원가 ‘나는 행복합니다’를 부르고 있다. 유튜브 채널십오야 화면 캡처

“나는 행복합니다. 이글스라 행복합니다.” 프로야구 만년 하위팀으로 꼽히는 한화 이글스의 응원가다. 야구계에서 한화팬들은 ‘보살’이라고 불린다. 울화가 치미는 경기력에도 좌절하지 않고 응원가를 목이 터져라 부른다. 한화가 1999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지 25년이 지났다. 최근 5년간 성적은 10개팀 중 9위, 10위, 10위, 10위, 9위로 꼴찌 수준이지만 팬들의 응원 열기만큼은 우승을 다툰다.

케이블 채널 ENA와 유튜브 ‘채널십오야’에서 동시 공개하는 예능 프로그램 <찐팬구역>은 바로 한화팬들이 주인공이다. <최강야구> <빽 투 더 그라운드> <청춘야구단> 등 야구 예능은 많지만 ‘야구팀’이 아니라 ‘야구팬’을 보여주는 예능은 <찐팬구역>이 처음이다. 이른바 ‘응원 예능’이란 새 장르를 개척하는 실험인 셈이다. 제작진은 열성 한화팬으로 유명한 배우 차태현과 인교진, 가수 이장원, 방송인 김환, 한화의 영구결번 선수였던 김태균을 고정 멤버로 섭외했다. 균형을 잡는 MC(진행자)는 코미디언 조세호가 맡았다.

‘경기’가 아닌 ‘응원’도 예능 콘텐츠가 될 수 있을까. <찐팬구역>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야구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출연진이 안타 한 번, 스트라이크 한 번에 일희일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각 야구팀의 응원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한화팬들은 독수리 날갯짓 세리머니를 따라하고, ‘최강한화’ 구호를 외친다. 매회마다 게스트로 출연하는 상대 야구팀 팬들과의 신경전도 볼거리다. 1회에선 올 시즌 개막전 상대 LG 트윈스의 팬인 가수 홍경민과 배우 신소율이 나왔다. 김환은 직접 경기 현장을 찾아 팬들을 인터뷰하고, 김태균은 선수 시절 에피소드를 들려줘 재미를 더한다.

야구 응원 예능 프로그램 <찐팬구역>에서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의 팬으로 유명한 배우 차태현이 결정적인 경기 순간에 소파 뒤로 숨어버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십오야 화면 캡처
야구 응원 예능 프로그램 <찐팬구역>에서 방송인 김환이 경기 현장을 찾아 팬들과 함께 응원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십오야 화면 캡처

<찐팬구역>은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매주 월요일에 공개된다. 시청자 입장에선 이미 승패가 가려진 경기를 다시 보는 ‘재방송 응원’인데도 재미를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화팬 시청자 전모씨(36)는 “결과를 아는 경기지만 좋았던 순간, 아쉬웠던 순간을 다시 보면서 ‘함께 응원하는 느낌’이 좋다”며 “저와 같은 장면에서 같은 리액션을 하는 연예인들을 보면 동질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예측이 불가능한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야구의 매력에 빠진 야구팬들에겐 구단을 막론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콘텐츠의 주된 구성요소인 응원하는 ‘찐팬’들의 리액션은 몰입감과 재미의 원천이기도 하지만 자칫 반복에 따른 흥미 반감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시청자 김모씨(40)는 “‘내가 보면 진다’면서 소파 뒤로 숨는 출연자 등 비슷한 장면이 매회 반복되니까 한화팬임에도 점점 재미를 잃어간다”고 토로했다.

야구팬이 아닌 ‘야알못’(야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시청자들의 눈길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건이다. 애초 한화팬을 중심으로 한 야구팬들을 겨냥했기 때문에 야구에 관심이 없는 일반 시청자의 흥미를 끄는 것도 과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는지가 다른 야구팀 팬들을 주인공으로 한 후속시즌 제작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찐팬구역> 연출은 KBS 예능프로그램 <홍김동전>을 연출했던 박인석 PD가 맡았다. 제작진이 공개한 인터뷰에서 박 PD는 “나는 ‘언제든 드라마틱한 역전이 우리의 인생을 기다리고 있다’라는 희망이 야구에 스며들어 있다고 믿는다”며 “한번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예능의 그림이고, 뻔한 소재로 그럴싸하게 만드는 것보다 의미 있고 설레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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