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를 뛰어넘는 레이스

고아라 2024. 5. 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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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 러닝 명소 6

잘 포장된 도로 대신 산이나 숲길 등 자연 그대로의 땅을 딛고 달리는 트레일 러닝. 걷기도 힘든 길을 달리며 한계를 넘길 때마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은 강해진다. 모든 트레일 러너들의 로망, 세계 속 자연 트레일 러닝 명소를 꼽아봤다.

프랑스 몽블랑 MONT-BLANC

트레일 러너들의 꿈의 무대이자 트레일 러닝 대회 중 가장 유명한 UTMBUltra-Trail du Mont-Blanc가 개최되는 곳. 해발 4810m의 몽블랑 산은 서유럽에서 가장 높은 해발 고도를 자랑해 ‘서유럽의 지붕’이라고도 불린다. 350km에 달하는 트레킹 루트와 광활한 스키장을 비롯해 다양한 스포츠를 품고 있어 액티비티 마니아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몽블랑 산 밑자락에 자리한 샤모니 마을에서 출발해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 등 3개국에 걸쳐 있는 산악코스를 구간별로 달리는 트레일은 경이로운 알프스를 배경으로 즐길 수 있어 그야말로 트레일 러닝 천국이다. 선수처럼 달릴 자신이 없더라도 괜찮다. 샤모니 시내에서부터 걸어 올라가는 방법 대신 케이블카를 타고 원하는 지점까지 올라간 후 달리기 시작해 보자. 케이블카에서 내려 땅에 발을 딛자마자 몰려오는 상쾌한 공기와 황홀한 풍경이 힘을 불어넣어 줄 것이다. 보통 트레일 러닝이나 트레킹, 하이킹을 위해 샤모니를 방문하는 이들은 호수가 있는 코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Lac blanc, Lac bleu, Lac vert가 인기다.

스위스 베트머알프 BETTMERALP

스위스는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6만5천km를 훌쩍 넘기는 하이킹 코 스를 갖추고 있다. 그중에서도 베트머알프는 자동차 출입이 금지되어 맨 얼굴 그대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차로 갈 수 없으니 난이도가 높지 않을까 싶겠지만 케이블카로 이동할 수 있어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바이스 호른, 돔, 마테호른 등 4천m가 넘는 고봉에 둘러싸여 있어 경이로운 자연 경관을 품고 있으며 일조량이 가득한 양지바른 곳에 리조트가 여럿 자리해 가족을 위한 최고의 여행지로 꼽히기도 한다. 또한 알프스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알레취 빙하 한복판에 자리해 훌륭한 볼거리도 갖췄다. 알프스에서 가장 크고 가장 힘찬 알레취 빙하에서는 270억 t의 얼음 물을 쏟아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트레일 러닝 코스는 22km로 대부분 고도 2천m 이상을 유지한다. 베텐Betten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베트머알프까지 이동 후 베트머제Bettmersee 호수에서 시작하면 된다. 블라우제Blausee 호수까지 짧은 등반으로 예열한 후 알레취 빙하를 따라 트레일 러닝을 이어가면 거대한 얼음으로 형성된 강의 웅장한 파노라마 전망을 즐길 수 있다. 정상까지 오르면 성취감은 극에 달한다. 알레취호른Aletschhorn, 마테호른Matterhorn, 묀히Mönch, 바이쓰호른Weisshorn, 돔Dom, 바이스미스Weissmies 등 4천m를 웃도는 봉우리들이 한눈에 펼쳐지는 것. 맬 레이엔제Märjelensee 호수를 지나고 나면 탤리그라트Tälligrat 주변을 돌아 숲을 관통해 베트머알프로 돌아간다.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 김지호
©한국관광공사 사진갤러리 김지호

대한민국 한라산 HALLA MOUNTAIN

프랑스에 몽블랑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제주의 한라산이 있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트레일 러닝 대회인 UTMB(울트라 트레일 몽블랑)의 월드 시리즈 이벤트 역시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에서 열린다. 이름하야 ‘트랜스제주 by UTMB’. 한라산과 오름, 둘레길 등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달리는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 트레일 러닝대회로 작년부터 세계대회 자격이 부여됐다. 이제 트랜스제주 by UTMB를 완주하면 본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포인트가 제공된다. 트랜스제주는 2017년에 처음 개최됐으며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트레일 러닝 코스의 빼어난 자연 풍경이 세계 각지의 외국인 참가자들을 끌어들인 것. 특히 경이로운 풍광을 펼쳐내는 한라산의 백록담과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진 숲길과 돌길, 발아래로 펼쳐지는 탁 트인 바다는 화산섬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추천 코스는 한라산 둘레길 1~2구간. 초심자부터 전문가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코스로 달릴수록, 자연 속에 깊이 들어설수록 더욱 아름다운 풍경을 선물한다. 울창한 수풀로 둘러싸인 산길을 지나 현무암이 깔린 자갈길을 건너 하늘 높이 솟은 삼나무가 길을 낸 자연휴양림까지, 온전히 자연의 품속에 안긴 듯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미국 빅 스카이 BIG SKY

미국 몬태나 주의 빅 스카이는 로키산맥 아래 한적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평화롭고 아름답기만 한 마을처럼 보이지만 자연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액티비티는 거의 모두 있을 정도로 액티비티 천국이다. 차로 조금만 이동하면 옐로스톤 국립공원Yellowstone National Park에 닿을 수 있어 아웃도어 마니아들에겐 최고의 휴양지로 꼽힌다. 트레일 러너들에겐 특히 업랜즈 트레일Uplands Trail이 인기다. 구불거리는 트레일을 따라 트레일 러닝을 즐길 수 있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러닝에 재미를 더한다. 210만 년 전 옐로스톤 칼데라 분출로 생겨난 화산암 더 허클베리 리지 터프The Huckleberry Ridge Tuff를 비롯해 광활한 사시나무숲, 형형색색의 야생화로 뒤덮인 초원, 구릉 지대에 자리한 들판의 아름다운 모습이 연이어 펼쳐져 감탄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 트레일은 왕복 3.2km이며 흙으로 덮여 있어 초심자도 가능하다. 보통 겨울 트레일, 여름 트레일 등 추천하는 계절이 나뉘지만 빅 스카이는 연중 내내 즐길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다만 겨울에는 스노슈즈를 신는 것이 좋다. 완전 한 초심자라면 보다 쉬운 난이도의 오셀 폴스 트레일Ousel Falls Trail도 좋은 선택지다. 2.6km의 이 트레일에서는 갤러틴 강을 따라 천천히 달리며 세 개의 다리를 건너 오셀 폭포Ousel waterfall에 닿게 된다. 쉬어갈 수 있는 피크닉 장소가 있어 허기진 배를 채우거나 자연 풀장에 발을 담그며 피로를 풀기도 좋다.

이탈리아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TRE CHIME DI LAVAREDO

이탈리아 돌로미티에는 천상의 트레일이라 불리는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구간이 있다. 돌로미티에서 가장 유명한 봉우리이자 돌로미티 지역의 상징으로 꼽히는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를 중심으로 한 바퀴 도는 트레일로, 각도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봉우리의 장관이 묘미다. 트레는 ‘셋’, 치메는 ‘봉우리’를 의미해 ‘라바레도의 세 봉우리’라는 뜻. 형제처럼 나란히 붙어 있는 거대한 바위산과 주변을 둘러싼 아름다운 경관 덕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현지에서는 오래전부터 산악 스포츠 명소로 유명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트레킹과 트레일 러닝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곳이다. 트레일의 길이는 총 10.3km지만 난이도는 중상이니 출발 전 채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 좋다. 전반부는 넓고 평탄한 편이지만 갈수록 바위로 뒤덮인 길과 가파른 오르막이 펼쳐져 만만히 보아서는 안 된다. 봉우리를 두르는 길이라 어느 방향으로 달려도 상관없지만 보통 시계 반대 방향으로 향한다.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를 왼쪽에 두고 걸을 때의 뷰가 더 아름답기 때문. 트레일은 아우론조 산장에서 시작해 3개의 알파인 대피소를 포함한 순환 코스를 따라가면 된다. 중간중간 각기 다른 매력의 전망을 비롯해 작은 연못, 예배당 등 소소한 볼거리까지 있어 러닝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일본 후지산 FUJI MOUNTAIN

일본의 상징이자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인 후지산 역시 트레일 러닝 명소로 정평이 나있다. 후지산은 정상 부근에 마치 크림을 얹어 놓은 듯 1년 내 내 눈이 쌓여 있으며 주변에 높은 산이 없어 100km 떨어진 지역에서도 눈에 띈다. 일본의 대표적인 명소인 만큼 즐길 거리도 다양하다. 후지산을 조망하는 온천 리조트와 료칸이 여럿 자리하며 다양한 하이킹 루트와 호반 레포츠까지 품고 있다. 트레일 러닝과 함께 다양한 방법으로 후지산을 즐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이지만 특히 우리나라 트레일 러너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제주도의 한라산과 비슷한 화산지형인데다 거리가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갈 수 있기 때문. 총 4개의 코스가 있는데, 가장 인기가 많은 코스는 요시다 트레일이다. 야마나시 현에 자리한 요시다 트레일은 높은 인기만큼 산장과 편의시설이 많아 편리하며 도쿄에서 등산로 입구까지 운행하는 직행버스가 있어 접근성도 뛰어나다. 다른 코스에 비해 경사가 완만한 편이고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어 트레일 러닝을 즐기기에 제격. 다만 올라가는데 6시간, 내려가는데 4시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보통 1박 2일에 걸쳐 완주하는 경우가 많다.

고아라 / kar@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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