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아닌 전동킥보드에 왜 '오토바이 법'을… [질문+]

김필수 교수, 김정덕 기자 2024. 5. 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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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원초적 질문
오토바이도 자전거도 아닌
전동킥보드 제멋대로 규제
별도의 법과 제도 마련할 때
사고 시 책임지는 규정 필요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일까 자전거일까. 둘 다 아니다. 생김새도 다르고, 운행 방법도 다르다. 전동킥보드를 법적으로 '개인형 이동장치'로 분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전동킥보드를 통제ㆍ관리하는 규정을 오토바이나 자전거 관련 법에 끼워맞추려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법과 현실이 맞아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나 자전거와는 완전히 다른 이동수단이다.[사진=뉴시스]

전동킥보드는 대표적인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다.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란 일반적인 자동차로 가기에는 가깝고, 걸어서 가기에는 좀 먼 거리를 잇는 이동수단을 뜻한다. '마지막 1마일을 이어주는 이동수단'이란 얘기다. 크기는 작고, 기동성을 갖추고 있으면서, 조작은 간편한 게 특징이다. 작동 방식도 친환경적이다. 따라서 전동킥보드는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유용한 이동수단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전동킥보드 규정은 이 유용한 이동수단의 이용을 되레 어지럽게 만들었다. 규정이 오락가락하면서다. 2020년 4월 이전만 해도 전동킥보드는 규정 자체가 없어 말 그대로 '아무나 타고 다니던' 이동수단이었다. 그러던 그해 4월 이후 전동킥보드를 사실상 오토바이인 '원동기장치 자전거'로 분류하면서 만 16세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만 탈 수 있도록 했다.

몇달 지나지 않아 규정은 또 바뀌었다. 2020년 12월 전동킥보드를 '개인형 이동장치'로 변경하고, 사실상 자전거의 지위를 부여했다. 이로써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 탈 수 있게 됐지만 이 규정도 오래가지 못했다. 2021년 5월 전동킥보드를 다시 오토바이로 간주해 16세 이상의 원동기 운전면허 소지자만 탈 수 있도록 했다. 이 규정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전동킥보드를 둘러싼 문제점들이 크게 부각된 측면이 없지 않다. 전동킥보드 교통사고나 공유 전동킥보드의 관리 미흡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국내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주민투표를 통해 공유 전동킥보드를 퇴출한 프랑스 파리시는 올해 올림픽 개최 기간에 전동킥보드 운행을 금지하는 방법까지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파리시처럼 무작정 규제하는 것만이 정답인지는 의문이다. 언급했듯 전동킥보드는 다양한 장점을 가진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로서 유용한 면이 많아서다. 이런 측면에서 전동킥보드가 교통사고를 유발한다면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게, 공유 전동킥보드가 관리되지 않는다면 잘 관리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더구나 새로운 이동수단이 등장하면 새로운 규정을 만드는 게 이치다.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나 자전거와 생김새부터 타는 방법까지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도 전동킥보드를 기존에 존재하던 규정에 끼워넣어 규제ㆍ관리하려다 보니 말썽이 생기는 거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현행과 같은 운전면허 규정은 전동킥보드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제도가 필요하다면 싱가포르 사례를 벤치마킹해도 좋을 듯하다. 싱가포르에선 별도의 간단한 전동킥보드 시험을 통과하면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16세 이상이라는 제한만 두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헬멧 착용 문제다. 현재 선진국 가운데 전동킥보드를 탑승할 때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국가는 매우 적다. 물론 헬멧을 착용하면 더욱 안전하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다. 다만 이런 논리라면 자전거 헬멧도 의무화해야 한다. 자동차 내에서도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면 더욱 안전할 수 있다.

무조건 안전만을 강조해 안전장비 착용을 의무화하는 건 곤란하다는 거다.[※참고: 현재 자전거는 헬멧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 하지만 벌칙조항이 없기 때문에 진정한 의무화는 아니다. 현실에선 전문 라이더를 제외하고는 헬멧을 착용하는 자전거 운전자는 거의 없다.]

대신 이 문제는 전동킥보드 속도제한을 통해 풀 수 있다. 현재 25㎞ 미만인 속도제한을 조금 더 낮출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다. 속도가 줄면 당연히 안전성은 올라간다. 이때도 16~18세 청소년의 경우는 헬멧 착용을 의무화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셋째, 운행 방법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동킥보드는 일반 도로와 자전거 전용도로에서만 탈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전동킥보드를 도로에서 타 보면 굉장한 공포감이 들어 도로 운행이 쉽지 않다. 자동차 운전자들도 공포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인도로 올라오는 이유다.

이럴 때는 도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는 것처럼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전동킥보드 운전자가 책임을 지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무조건 인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게 아니라 출구전략이 필요하다는 거다.

규제 일변도의 법체계가 아니더라도 전동킥보드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사진=뉴시스]

끝으로 주차 문제다. 현재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견인과 같은 강력한 단속만 강조하고 있다. 단속업체에 단속권을 주다 보니 단속업체가 애매모호한 주차를 불법으로 간주해 단속비용을 챙기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다.

이런 방법보다는 주차하면 안 되는 구역을 정해 놓고 그 외에는 주차금지를 풀어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주차금지 구역에 주차를 하면 불법주차로 보고 강력하게 단속하는 거다. 불법 주차 벌금도 지금처럼 공유 전동킥보드 업체가 아니라 마지막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불법주차가 일어나지 않는다.

전동킥보드는 전에 없던 미래형 이동수단이다. 우리는 그 이점과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무조건적인 규제로 인해 그 이점과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그래선 안 된다. 제대로 된 전동킥보드 제도만 있다면 선진형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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