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어버이날? 자식 안 만나 몰랐어" 탑골공원서 카네이션 단 노인들

김예원 기자 2024. 5. 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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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당일인 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 급식소 인근에는 배식 1시간 전부터 인근에 마련된 10여개의 의자에 앉아 배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1시간 전부터 지팡이를 짚고 무료 급식소를 찾아 인근 그늘막에서 대기하던 80대 이 모 씨는 "매일 점심을 여기서 먹는데 여기가 그늘이라 좋다"며 "어버이날이라고 별다를 건 없다. 자식들은 안 만난 지 오래"라고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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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도 탑골공원 찾은 노인들 "자식들 안 본 지 오래돼"
봉사자들 "행복하세요" 덕담에 카네이션 만지작거리며 '방긋'
8일 어버이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을 찾은 노인들이 카네이션을 가슴팍에 달고 있다. 2024.05.08 ⓒ 뉴스1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어버이날 당일인 8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원각사 무료 급식소 인근에는 배식 1시간 전부터 인근에 마련된 10여개의 의자에 앉아 배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오전부터 차차 날이 개자 자리에 앉아있던 일부 노인들은 모자를 쓰고 얇은 점퍼를 걸치며 따가운 햇볕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오전 7시부터 와 대기하고 있다는 70대 김 모 씨는 "인근에서 쉬다가 점심까지 먹고 가려고 지금 미리 기다리고 있다"며 "자식들을 못 봐 오늘이 어버이날인 줄도 몰랐다. 맛있는 한 끼 잘하고 가야겠다"며 웃었다.

1시간 전부터 지팡이를 짚고 무료 급식소를 찾아 인근 그늘막에서 대기하던 80대 이 모 씨는 "매일 점심을 여기서 먹는데 여기가 그늘이라 좋다"며 "어버이날이라고 별다를 건 없다. 자식들은 안 만난 지 오래"라고 손을 내저었다.

오전 11시. 배식 시작 시각이 가까워져 오자 배식소 인근엔 50여명의 노인이 줄지어 서기 시작했다. 의자 등 앉을 곳이 꽉 차자 편편하게 접은 상자 박스나 방석을 들고 급식소 문만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했다. 오전 11시 30분. 10명이 조금 넘는 봉사자들이 카네이션이 가득 든 푸른 소쿠리를 들고 내려왔다. 300인분의 카레도 함께였다.

자원봉사자들은 일렬로 줄을 선 노인들을 향해 "축하드려요", "고맙습니다" 등 덕담을 나누며 카네이션을 직접 가슴팍에 달아드렸다. 노인들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배식을 위해 줄을 서는 내내 카네이션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인근 복지관에 매일 방문한다는 박 모 씨(82)는 "근처에서 카네이션을 나눠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번 와 봤다"며 "오랜만에 카네이션을 받으니 어버이날 기분도 나고 행복하다"고 웃어 보였다.

8년 전 한국에 왔다는 베트남 국적의 직장인 20대 A 씨는 "주말 근무가 있어 평일 하루를 쉴 수 있는데 오랜만에 봉사하러 왔다"며 "베트남에도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문화가 있는데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니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4월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독거노인 가구 수는 199만3000만 가구로 지난 10년간 80% 가까이 급증했다. 지난해 OECD 통계에 따르면 노인 빈곤율은 40.4%로 OECD 38개 국가 중 1위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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