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니 KF-21 분담금 6000억’ 수용할 듯… 정부·KAI가 나머지 부담

양지호 기자 2024. 5. 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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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 분담금을 1조600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깎아달라는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보라매'/방위사업청

방위사업청은 8일 국방부 기자단에 배포한 자료를 통해 “인도네시아 측은 KF-21 체계개발 종료 시점인 2026년까지 6000억원으로 분담금 조정을 제안했다”며 “인도네시아 측이 납부할 수 있는 6000억원으로 조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르면 이달 말 열리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서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KF-21 개발이 완료되는 2026년 이후인 2034년까지 매년 1000억원을 납부해 총 1조6000억원을 납부하는 방안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방사청은 “체계개발 시기 및 전력화 임박 시점에서 인도네시아 측의 분담금 미납 지속으로 개발 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분담금 관련 의사결정이 지연되면 KF-21 전력화에도 영향이 예상된다”며 6000억원만 받는 방향을 추진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노지만 방사청 한국형전투기사업단장은 “조정된 분담금 규모에 맞춰 인도네시아로의 (기술 관련) 이전 가치의 규모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전까지 납부했던 약 2천800억원에 더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매년 1000억원씩 추가로 납부하게 된다. 올해분 1000억원은 지난달 말 한국 측에 들어왔다고 한다.

앞서 인도네시아는 올해부터 2034년까지 매년 1000억원, 총 1조6000억원을 완납하겠다는 계획을 작년 말에 제안한 바 있다. 이 경우에도 2026년까지 3000억원이 추가로 들어오는 것은 동일하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2016년 계약 이후 미납금이 1조원에 달할 정도로 미래 납부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확실히 받고, 기술이전도 그만큼 덜 해주는 방향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네시아가 부담하기로 한 금액이 줄어들면서 당초 예산에서 1조원 가량이 부족해지게 됐다. 방사청은 “개발 과정에서 비용 절감이 이뤄져 5000억원만 우리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나눠 부담하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인도네시아가 1조원을 덜 내게 되면 우리 정부와 방산기업이 이를 대신 내야 할 상황이다. 현재 KF-21 개발비(총 8조1000억원) 분담 비율은 한국 정부 60%, 제작사인 KAI 20%, 인도네시아 20%다.

인도네시아가 ‘6000억원만 내고 1조 6000억원어치 기술을 가져가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방사청은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방사청 관계자는 “기술 이전은 2026년 개발 완료 이후에 해주는 것으로 처음부터 논의가 됐다”며 “현재까지는 인도네시아 기술진이 개발에 참여하면서 얻은 ‘무형의 기술 이전’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8년 동안 인도네시아 기술자 200여명이 KAI에서 KF-21 개발에 참여하며 관련 기술을 습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애초 분담금 납부의 대가였던 KF-21 시제기 제공 또한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6대의 KF-21 시제기 중 1대를 인도네시아에 제공하기로 했는데 분담금 대폭 삭감에 따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공하기로 했던 KF-21 기술자료도 약식으로만 제공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와의 KF-21 공동개발을 중단해야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방사청은 선을 그었다. 방사청 관계자는 “중단이 가장 쉽고 깔끔하기는 하다”면서도 “국가 이익, (추후) 양산, 수출 파급 효과 등을 볼 때 (중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국 협력 관계 등을 고려할 때 공동개발 구도가 유리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KF-21 48대를 현지 조립 생산을 통해 도입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가 도입 계획을 포기하면 대당 생산 단가가 상승하고,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의 KF-21 48대 도입 계획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전했다.

인니측의 ‘덜 내고 덜 받겠다’ 제안은 방사청이 “2026년까지 납부 가능한 총액을 알려달라”고 압박하면서 이뤄졌다고 한다. 방사청 관계자는 이번 인니 측 제안에 대해 “협상에서 100대 0은 없고 51대 49만 돼도 성공이라고 한다”며 “이번 협상은 우리측에 80점은 줄 수 있다”고 했다.

첫 국산전투기 KF-21에서 최대 사거리 200km에 달하는 미티어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모습. 방위사업청은 8일 "KF-21 미티어 사격이 성공했다"며 "관련 영상을 추후 공개하겠다"고 했다. /방위사업청

한편 방사청은 이날 KF-21 시제기가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 첫 실사격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유로파이터, 라팔, 그리펜에 이어 미티어 실사격에 성공한 세계 4번째 전투기가 된 것이다. 미티어 실사격 성공으로 KF-21은 원거리 탐지 및 격추 능력을 증명하게 됐다. 특히 한국산 AESA 레이더와 5세대 공대공 미사일 체계통합을 완성해 향후 KF-21 수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실사격은 실사격은 기체에 장착된 AESA(능동전자주사배열) 레이더로 87㎞ 밖에 있는 무인기를 추적, 미티어를 발사해 무인기 옆을 1m 이내로 스쳐 지나치게 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미티어는 마하 4(음속 4배) 이상의 속도로 날아가 200㎞ 밖의 상공에 떠 있는 적 전투기를 격추할 수 있는 정밀성을 갖춰, 현존 최고의 공대공 미사일로 평가된다. KF-21 1대당 4발을 장착할 수 있고, 다음달부터 도입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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