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명품은 향도 다르다… '니치 향수'에 빠진 MZ

김인영 기자 2024. 5. 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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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MZ세대 중심으로 명품 브랜드의 니치 향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 백화점 향수 코너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구경하는 모습. /사진=김인영 기자
"이제 대세는 니치 향수죠."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 뷰티 코너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 A씨는 향수 구매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어려운 경제 시기일수록 오히려 작은 명품인 립스틱이 잘 팔리는 효과를 뜻하는 '립스틱 효과'가 이제는 과거가 됐다. 최근 MZ세대는 립스틱 대신 니치 향수 소비로 눈길을 돌렸다. MZ세대가 립스틱 대신 니치 향수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MZ세대, 니치 향수 주요 고객층으로 자리매김


소수를 위해 만들어진 프리미엄 향수를 뜻하는 니치 향수는 독특한 향을 자랑한다. 사진은 아닉구딸의 '구딸 쁘띠 쉐리 오드퍼퓸'의 모습. /사진=아닉구딸 홈페이지
니치 향수란 소수를 위해 만들어진 프리미엄 향수를 의미한다. 대중적인 향보단 독특한 향을 지니는 것이 특징이다. 자신만의 개성과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특성과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니치 향수에 대한 인기는 명품 향수 신장률로 이어지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 기준 향수 신장률은 지난해 상반기(1~6월) 대비 하반기(7~12월)에 약 20% 올랐다. 특히 이 기간에 향수를 제일 많이 구매한 연령대는 25~35세로 대표적인 MZ세대다.

MZ세대의 니치 향수 사랑은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열린 '메모 파리' 향수 팝업 스토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평일 낮임에도 2시간은 기다려야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메모 파리' 팝업 스토어는 다양한 니치 향수 시향을 위해 방문한 고객들로 가득했다.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열린 '메모파리' 팝업 스토어에는 20~30대 고객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사진은 '메모파리' 팝업 스토어에서 제품을 살펴보는 고객들의 모습. /사진=김인영 기자
'메모 파리' 팝업 스토어 관계자는 방문객 중 제일 많은 연령대에 대해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이 방문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특히 20~30대 여성들의 방문이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대학생 B씨는 방문 사유에 대해 "다른 유명한 명품 향수에 비해 '메모 파리' 향수는 좀 더 특이한 것 같다"며 "팝업 스토어가 호텔 콘셉트라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메모 파리' 향수 시향 체험도 가능해 오게 됐다"고 밝혔다.

B씨는 니치 향수를 선호하는 이유에 대해 "다른 곳에서 흔히 쓰이는 향이 아니라서 나만의 향수라는 생각이 든다"며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나를 표현하기 위한 구매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 향수 코너에서 만난 A씨 역시 니치 향수를 구매한 이유에 대해 "평소에 자주 맡아볼 수 있는 향이 아니라는 점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A씨는 "명품 향수만의 향수병도 예뻐 비싸지만 소장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MZ세대의 향수 사랑… 앞으로도 계속될까?


명품 브랜드는 MZ세대가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게 향수 제품을 엔트리 상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MZ세대 중심으로 명품 브랜드의 니치 향수의 인기가 확산되는 것에 대해 전미영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럭셔리 브랜드에서는 니치 향수를 MZ세대가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브랜드 입문 제품(엔트리 상품)으로 포지셔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럭셔리 브랜드의 가방, 의류, 액세서리 등에 비해 가격이 싸기 때문에 MZ세대를 타깃으로 자사의 브랜드 경험을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품 브랜드가 니치 향수 가격을 올려도 판매량이 상승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가 대중화되지 않도록 브랜드의 희소성 유지 전략으로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과 상관없이 브랜드에 대한 경험을 희망하는 사람들이라면 계속해서 구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수로 표현하는 '나만을 위한 가치'


니치 향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향수 원데이 클래스를 참여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위치한 향수 공방의 모습. /사진=김유림 기자
명품 브랜드의 니치 향수가 MZ세대를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직접 향수를 만들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도 인기다.

자신만의 향수 만들기를 경험해본 정다은씨(34세·여)는 자신만의 향수를 만든 이유에 대해 "누구에게나 다 있는 것이 아니라 나만 가질 수 있는 향수라는 점이 매력"이라며 "명품 브랜드 향수도 좋지만 나만의 취향이 담긴 니치 향수가 좀 더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이어 "향수 공방에서 만든 향수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고 나만의 정체성도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어 한 번씩 체험한다"고 덧붙였다.

성수동에 위치한 향수 공방 '레트르 향수' 관계자는 주 고객층에 대해 "20~30대가 제일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10대 고객들도 많이 찾고 있다"며 "연령대에 상관없이 향수 원데이 클래스는 고객이 꾸준히 찾는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원데이 클래스를 찾는 고객이 꾸준히 많은 것에 대해 "자신만의 특별한 향을 갖고 싶어 공방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 공방에선 브랜드 향수를 흉내내기보단 자신만의 향을 만드는 것을 중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인만 쓸 수 있는 특별한 니치 향수를 원하는 고객층이 두꺼운 편"이라고 덧붙였다.

김인영 기자 young9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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