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센트 없고 문 안 닫히고… '시공 후' 사전점검하면 달라질까

최아름 기자 2024. 5. 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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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사전점검 개정안 효과 분석
7월 사전점검 새 기준 적용
하자보수 기간 정해졌지만
하자 막을 근본 대책일까
감리 유난히 느슨한 마감공종
벌점조차 없는 상황 개선해야

내집 마련을 꿈꾸던 사람들에게 사전점검은 꿈이 실현되기 '직전의 순간'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공사와 갈등을 겪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지하주차장에서 물이 새거나 창문과 창문틀이 맞지 않는 등 하자가 발생해서다. 논란이 확산하자 국토부는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해 사전점검의 시점과 하자조치 계획에 변화를 줬고, 이를 담은 시행령 개정안이 7월에 시행된다. 이제 건설사와 입주예정자의 갈등은 줄어들까.

아파트 사전점검에서 드러난 하자 때문에 건설사와 갈등을 겪는 입주자들이 많다.[사진=펙셀]

"준공승인 불허不許하라". 시공이 끝난 아파트의 승인을 막아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인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에 "준공승인을 허가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한다. 이런 요구를 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입주예정자들이다. 누구보다 입주를 기다려온 사람들이다. 이들에겐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최근 준공을 앞둔 아파트 단지에서 시공사와 입주예정자가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준공승인 전 사전점검에서 문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은 2021년 7686건에서 2022년 3017건으로 줄어들었지만, 지난해 3313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하자의 사례는 다양하다. 가령, 지하주차장에서 물이 새거나 콘센트가 엉뚱한 곳에 붙어 있는 식이다. 어떤 단지에선 현관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고, 창문과 창문틀의 크기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입주예정자들은 지자체에 '준공승인 불허'를 요청했다. 준공승인을 받지 못하면, 건설사는 문제의 지점들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입주자에게 소유권 이전도 이뤄지지 않는다.

준공승인을 받기 전 아파트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전점검은 1999년에 시작했다. 다만, 도입 후 20년 동안은 의무사항이 아니었다. 건설사의 뜻에 따라 사전점검 절차를 생략할 수 있었다. 곳곳에서 문제점이 속출하자 국토교통부는 2019년 주택법 제48조의2를 신설했고, 2년 후인 2021년 사전점검이 의무화했다.

사전점검은 원래 입주예정자들이 직접 해왔지만 최근엔 한집당 30만원가량의 비용을 주고 외주업체를 부르기도 한다. 도배 오염이나 곰팡이 등 단순한 하자는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내밀한 부분을 점검할 땐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욕실 바닥높이, 환기장치 작동불량 등이 대표적이다.

입주자를 대신해 사전점검을 진행하는 외주업체 관계자는 "최근 고객 10명 중 8명이 사전점검을 의뢰한다"면서 "건설사의 시공을 신뢰하지 않거나 사전점검 후 갈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었다는 방증이다"고 말했다.

[자료 | 국토교통부]

사전점검 후 하자 문제가 갈수록 늘어나자 정부도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 국토부는 주택법을 일부 개정해 사전점검 시점(주택법 시행령 제20조의2제4항), 하자조치 계획(주택법 시행령 53조의2제3항), 하자조치 시점(주택법 시행령 53조의2제3항) 등을 바꿨다.

개정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행 사전점검의 원칙은 '입주일 45일 전에 이틀 이상 진행하는' 것이다. 개정안을 적용하는 7월부터는 주택 전유 부분과 주거 공용부분의 시공을 완료한 후에 사전점검을 실시한다. 시공이 끝난 상태에서 입주자들이 집을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 거다.

7월에 달라지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건설사가 하자조치 계획를 보고하는 대상도 현행 지자체에서 '지자체와 입주자'로 넓어졌다. 하자조치 시점에도 변화가 생긴다. 지금은 건설사가 입주자와 협의해 하자조치 기한을 결정할 수 있지만, 7월 이후엔 달라진다. 누수ㆍ균열ㆍ결로 등 중대 하자는 지자체의 사용검사 후 90일 이내, 다른 하자는 180일 이내에 조치를 끝내야 한다.

그렇다면 시공이 끝난 후 사전점검을 실시하면 '준공승인을 불허하라'는 입주예정자의 외침이 사라질까. 긍정적인 측면은 분명히 있다. '시공 후' 사전점검을 실시해 건설사에 하자의 책임을 분명하게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생겼다. '지자체만 보고 받던 하자조치 계획을 입주예정자가 알 수 있다'는 점도 의미 있는 변화다. 하자 보수 기일을 못 박은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건설사의 행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계추를 국토부가 사전점검 의무화를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2019년으로 돌려보자. 이때도 '사전점검 의무화'를 넘어서는 좀 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박근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은 '공동주택 하자예방을 위한 입주자 사전점검 추진 방식에 관한 연구'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시공 과정에서의 문제를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마감공종工種에서 감리 인원을 늘리거나 마감공종 하자와 관련한 벌점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

[사진 | 뉴시스]

마감공종은 도배, 타일, 빌트인 가구 등 실내 인테리어를 완성하는 단계다. 사전점검이란 형식에 집착할 게 아니라 '크고 작은' 하자를 모조리 막을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단 거다.

벌써 5년 전에 제기된 지적이지만, 이를 수용한 제도적 개선은 아직까지 없다. 마감공종에 투입하는 감리인원엔 큰 변화가 없다. 마감공종에서 하자 발생 시 건설사에 부과할 벌점 항목도 신설되지 않았다. 건설사에 부과하는 벌점은 여전히 '주요 구조부'가 핵심이다.

이번 개정안을 향해 일부에서는 "법을 바꿀 필요도 없이 감리자 실태점검만 잘했어도 사전방문 시 공사를 마치지 못해 입주예정자가 피해를 볼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사전점검을 시공이 끝난 후에 하더라도 감리를 제대로 보는 것보다는 효과가 덜할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법 개정이 전부가 아니란 얘기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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