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만두·즉석밥, 하와이 구멍가게도 접수했다[글로벌 영토 넓히는 K-푸드]

최준영 기자 2024. 5. 8.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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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영토 넓히는 K-푸드 : CJ제일제당
K-푸드 브랜드 ‘비비고’ 론칭후
한식레스토랑 기반해 경험 넓혀
美기업 슈완스 인수해 도약 성공
작년 4분기 해외매출 > 국내매출
3년뒤 유럽매출 5000억원 목표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 쇼디치에 문을 연 비비고 팝업 매장에서 현지인들이 한식을 즐기고 있다. CJ제일제당 제공

지난해 미국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던 A 씨는 당시 마우이섬의 작은 마을 ‘하나’에 있는 슈퍼마켓을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불과 인구 1500여 명이 거주하는 지역 상점 매대에 국내 기업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가공밥이 가득 진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슈퍼마켓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거의 동네 구멍가게 정도로 작은 매장이었다”며 “그런데도 한국 가공식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고, K-푸드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저력을 인정받으면서, 이웃 국가인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인지도가 크게 떨어졌던 한국 식품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이 수십 년에 걸친 정부 지원 등을 바탕으로 자국 식문화를 해외에 뿌리내린 것과 달리, 한국은 상대적으로 짧은 10여 년 동안 집중적으로 K-푸드 세계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8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에선 CJ제일제당이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개척에 힘을 모으며 오늘날 K-푸드 열풍의 토대를 닦은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11년 CJ푸드빌과 함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 ‘비비고’를 론칭했다. 당시 해외에서 기존 개별 브랜드 단위로 판매하던 모든 K-푸드 상품에 비비고 이름을 붙이며 브랜드 통합을 추진했다. 해외 진출 초기 한식 레스토랑을 기반으로 경험을 넓히면서 가공식품을 함께 선보인 데 이어, 2013년부터는 소비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편하게 K-푸드를 즐길 수 있도록 가공식품 시장 공략에 주력했다.

2022년 미국 한 대형마트에서 현지 소비자가 비비고 만두를 구매하고 있는 모습. CJ제일제당 제공

특히 주력 사업국인 미국에서 한입 크기의 ‘비비고 미니완탕’을 출시해 큰 호응을 받았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제품명을 ‘덤플링’ 대신 ‘만두’로 표기한 제품을 꾸준히 노출시켜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과 친밀도를 확보해 나갔다”며 “특히 2019년 초 미국 2위 냉동식품 기업 ‘슈완스’ 인수를 완료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얻었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슈완스 인수를 계기로 2018년 3649억 원이었던 미국 매출이 지난해엔 4조3807억 원으로 10배 이상 뛰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식품사업 해외 매출이 1조3867억 원으로, 국내 매출(1조3800억 원)을 처음으로 앞지르기도 했다. CJ제일제당 해외 매출은 2018년 6748억 원에서 2020년 4조1297억 원, 지난해 5조3861억 원으로 꾸준히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전체 매출 11조2644억 원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47.8%에 달했다. 슈완스와의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유통망 통합 시스템 구축도 추진했다. 이를 통해 미국 전역 3만 개 이상 점포에서 비비고를 공격적으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슈완스도 미국 내 아시안 푸드 절대 강자였던 일본 ‘아지노모토’를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 자리에 올랐다.

K-푸드 위상이 과거보다 크게 오른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이 2020년 해외 소비자 8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서 섭취 경험과 인지도를 종합한 결과 한식이 일식과 중식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특히 경험 빈도는 미국, 프랑스, 멕시코, 태국 음식보다 많았다.

CJ제일제당은 앞으로 유럽 등 신시장 개척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앞서 2022년 독일에서 ‘유럽 중장기 성장 전략 회의’를 열고 만두와 가공밥, 치킨 등 글로벌 전략제품을 앞세워 2027년까지 유럽 식품사업 매출을 5000억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청사진을 마련했다. 2022년 5월 유럽시장 공략 거점인 영국 법인을 설립했고, 2018년 인수한 독일 냉동식품 기업 ‘마인프로스트’와 글로벌 생산·수출 첫 모델인 베트남 키즈나 공장 등을 확보했다. 그간 진출이 미진했던 태국, 호주 등에도 법인을 설립했으며, 프랑스에도 2024년 파리올림픽을 기점으로 K-푸드 확대를 위한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 1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할랄 인증 치킨·매운치킨·불고기 등 만두 3종을 출시하는 등 전 세계 20억 명의 무슬림 수요 공략도 본격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넥스트 만두’로 치킨, 김치, 김, K-소스 등을 선정해 전략적으로 글로벌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글로벌 진출 초기부터 ‘전 세계인이 적어도 일주일에 1회 이상 한식을 먹게 될 것’이라고 공언한 것처럼, 한식이 세계인의 일상 속에 자리 잡게 될 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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