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정신건강에 문제야"…그렇긴 한데 다른 이유가 더 있다면? [스프]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최근 펴낸 책 "불안한 세대(The Anxious Generation)"가 다시 한번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에 쓴 책 "
[ https://www.penguinrandomhouse.com/books/729231/the-anxious-generation-by-jonathan-haidt/ ]나쁜 교육(*번역자 주: 원서의 영어 제목은
[ https://m.yes24.com/Goods/Detail/83531817 ]"The Coddling of the American Mind"로, "오냐오냐하며 키운 미국인"에 가깝다)"까지 함께 놓고 보면, 하이트는 어린 시절 경험하는 문화가 바뀌면서 미국의 청소년들이 이전 세대와 달리 정서적 불안을 겪고, 이게 우울증으로 이어져 자살률이 높아지는 등 정신건강 위기를 초래했다고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하이트는 문제의
[ https://www.thecoddling.com/ ]주요 원인 중 하나로
[ https://newspeppermint.com/2020/04/02/m-social1/ ]소셜미디어와 소셜미디어의 폭발적인 보급을 가능하게 한 스마트폰을 꼽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NrUf38snLE ]
하이트는 청소년의 정신건강 문제에 주목하기 전부터 이미 소셜미디어의 해악을 꿰뚫어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해 왔습니다. 소셜미디어가 인간의 의사소통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고, 자극적인 험담과 배제, 혐오의 언어를 여과 없이 배설하는 "분노 생산 기계"에 불과하다는 그의 지적은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 밖에도 소셜미디어의 해악이 여러 가지 사건을 통해 워낙 많이 드러난 터라 사람들은 청소년들의 정신건강 위기가 소셜미디어 때문이라는 주장을 별 비판 없이 수용했습니다. "소셜미디어가 문제"라는 주장은 어느덧 통념이 됐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kCBl1OLtZ2q ]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월러스웰스가 쓴 칼럼은 분량이 매우 길지만, 자세히 보면 계속 같은 구조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논리를 짚어보면 이렇습니다.
- 미국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나빠졌다는 데이터가 계속 나온다.
- 조너선 하이트를 비롯해 그 원인을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서 찾는 학자들이 있고, 이들의 주장이 거의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 그러나 복잡한 사회 현상의 원인을 하나로 추려내 단정짓는 건 매우 어렵고, 때론 위험한 일이다.
- 다른 이유가 더 있을 수 있다. 진단 기준이 느슨해져 과거보다 문제가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도 있고, 정신건강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다소 싱거운 이야기일 수 있지만, 진실은 하이트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의 중간쯤에 있을 겁니다. 오늘은 하이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경제학 논문을 한 편 소개하고, 그에 대한 반론을 같이 살펴보겠습니다. 이어 하이트의 주장을 좀 더 자세히 짚어보면서 하이트를 위한 변론을 덧붙여보려 합니다.
자연 실험으로 살펴본 소셜미디어와 정신건강
[ https://www.aeaweb.org/articles?id=10.1257/aer.20211218 ]
사회 현상에 관해서도 물론 설계를 잘 하면 의미 있는 실험을 할 수 있지만, 보통 사회 현상은 실험이 잘 맞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실제 사회가 실험실처럼 수많은 변인이 통제된 채 굴러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사회 현상을 기록한 데이터는 반대로 여러 가지 변수가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으므로, 읽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엉뚱한 요인을 원인으로 짚을 수도 있고,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 오인할 수도 있죠. 그래서 요즘 사회과학에서는 마치 실험실에서 실험한 것처럼 사회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난 경우 그 데이터를 가지고 연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히 발생한 실험(natural experiment)을 기회로 삼는 거죠.
소셜미디어와 정신건강의 관계를 살펴본 브라기에리, 레비, 마카린의 연구도 그렇습니다. 이들은 페이스북이 대학교별로 단계적으로 도입됐다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페이스북은 2004년 2월 하버드대학교에서 처음 만들어졌지만,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건 2006년 9월이었습니다. 그때까지 약 2년 7개월간 페이스북은 대학교별로 무작위로 시차를 두고 공개됐죠. 페이스북이 열린 대학에서는 가입자가 빠르게 늘어났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학들을 선정한 과정이 '무작위'였다는 겁니다. 자연 실험의 중요한 요건 중 하나로, 페이스북을 이용하게 된 대학생들과 아직 페이스북을 써본 적 없는 대학생들의 차이를 비교하기에 좋은 환경이 마련된 겁니다.
연구진이 내린 결론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페이스북이 도입된 대학교 학생들은 전국대학건강평가의 정신건강 지표에서 아직 페이스북을 써보지 않은 대학교 학생들보다 점수가 낮았습니다. 학업 성취도도 하락했습니다. 부정적 영향은 주로 학생들 사이에서 사회적 비교가 늘어난 데서 비롯됐습니다. 아직 '좋아요' 기능이 도입되기 전이지만, 이미 다른 이의 삶을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 보니 남을 부러워하거나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연구진은 페이스북에 노출된 기간도 조사했는데, 노출 기간이 길수록 정신건강에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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