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공세에 쿠팡 영업익 급감…'한국산'에 22조 쏟아붓는다

안혜원 2024. 5. 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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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1분기 영업이익 61% 감소
순손실 319억원…7분기 만에 적자 전환
글로벌 명품플랫폼 '파페치' 손실 영향도
쿠팡 본사 전경. 사진=뉴스1

쿠팡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순이익은 7분기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커머스의 한국 시장 진출로 경쟁이 치열해진 데다 쿠팡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인수한 글로벌 명품 플랫폼 '파페치'에서 손실이 난 게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1분기 영업익 61% 급감 '어닝쇼크'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 쿠팡은 8일(한국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 531억원(약 40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약 1362억원)와 비교하면 61%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9조4505억원(약 71억1400만달러)으로 28% 늘었다. 사상 첫 9조원대 분기 매출 기록이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해 318억원(약 2400만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순손실을 낸 건 지난 2022년 2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시장에선 쿠팡 실적을 '어닝 쇼크'로 받아 들이고 있다. 미국 월가에선 쿠팡 실적에 대해 "당분간 영업익과 당기순이익 호조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앞서 JP모건은 쿠팡이 로켓배송과 로켓그로스 등 견고한 성장세에 1분기 영업익 2060억원, 순이익 1380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했었다.

사진=로이터


쿠팡이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을 낸 데에는 파페치 인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파페치 실적이 반영된 성장사업 분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2470억원 적자로 전년 1분기보다 4배가량 커졌다. 이중 파페치가 411억원의 손실을 냈다. 세금을 제외한 파페치 손실 규모는 1501억원에 달한다. 성장사업 매출은 8236억원을 기록했다.

로켓배송, 로켓프레시 등 상품 커머스 분야 매출은 8조6269억원으로 20% 증가했다. 

쿠팡에서 한 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활성 고객은 2150만명이었다. 지난해(1860만명)보다 16% 증가했다. 쿠팡이츠만 쓰는 고객을 제외한 상품(프로덕트) 커머스 기준이다. 상품 커머스 기준 활성 고객 1인당 매출도 41만8460원으로 3% 늘었다.

 야심찬 파페치 인수, 오히려 독됐나

쿠팡은 파페치 인수에 6500억원을 들였다. 패션과 화장품 유통 강화에 공들여 온 쿠팡이 명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파페치는 1400개 럭셔리 브랜드를 190개국에서 파는 세계 최대 럭셔리 온라인 플랫폼이다. 세계 3대 브랜드인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의 중고품과 세계 각국의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23억1668만 달러(약 3조원)의 매출을 거뒀다. 

하지만 유통업계에선 최근 경기 불황과 명품 시장 성장 정체로 인수 효과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기업 가치가 크게 떨어져 부도 위기를 겪던 회사에 무리한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2018년 뉴욕증시에 상장한 파페치의 시가총액은 2021년만 해도 230억달러에 이르렀지만 쿠팡 인수 당시에는 2억5000만 달러까지로 쪼그라들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쿠팡Inc 대표)는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파페치의 여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연말까지 연간 조정 EBITDA가 흑자에 근접하도록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알리·테무 공세도 '골칫거리'

중국 이커머스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의 한국 시장 공세도 수익성 악화 요인이다. 알리와 테무의 국내 월간 사용자 수는 1700만명으로 쿠팡의 절반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들 기업의 최근 1년 매출은 약 3조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이는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쿠팡의 2017년 매출(2조6846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고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 이커머스들의 극단적 최저가 전략이 국내 소비자들을 파고들었다. 김 창업자는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들의 진출은 유통시장 진입 장벽이 낮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 어떤 산업보다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몇 초 만에 다른 쇼핑 옵션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최고의 상품군과 가격, 서비스를 제공해 고객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쿠팡은 한국 시장 점유율을 수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무료배송을 확대하고 한국산 제품 판매를 늘리는 식이다. 한국 제조업에 대한 지원금은 지난해 17조원 수준에서 올해 22조원으로 확대한다. 무료배송과 반품, 전용 할인 등에는 5조5000억원을 투자해 와우 멤버십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창업자는 “향후 몇 년간 수십억 달러의 자본 투자를 지속해 풀필먼트 및 물류 인프라를 강화, 배송 속도를 높이면서 도서산간 지역 등 오지까지 무료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쿠팡은 2026년까지 3년간 3조원 이상 투자해 경북 김천, 광주 등 신규 물류센터 8곳을 운영하고 2027년까지 전국민 5000만명 대상으로 로켓배송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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