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사면 70년 고생한다” 부모집 다시 들어가는 영국 청년들

김자아 기자 2024. 5. 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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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한 거리에서 성인 남녀가 부동산 매물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영국에서 결혼을 안 한 젊은 층의 주택 구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성인이 된 이후 독립한 청년들이 다시 부모 집으로 돌아가는 이른바 ‘부메랑 세대’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BBC는 최근 영국건축협회(BSA)가 새로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두 명의 고소득자가 필요하며, 첫 주택 구입자들은 70년 동안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고 보도했다.

직장인 제스 워링-휴(32)는 주택 마련을 위해 열심히 저축하고 있지만 싱글을 위한 제도적 지원이 전무한 현실에 결국 부모님의 집으로 다시 들어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어린 시절 쓰던 방으로 돌아가는 기분은 이상하다”고 토로했다.

BBC는 휴의 상황은 예외가 아닌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통계에 따르면 과거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성인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생활 방식은 자녀를 둔 부부로 사는 것이었으나 현재는 ‘부모와의 동거’가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성인이 된 자녀들이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일도 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20대 주택 구입자 중 절반이 부모로부터 평균 2만5000파운드(약 4200만원)를 지원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세대가 노후 자금으로 남겨둔 돈을 자녀의 주택마련 비용으로 사용한다는 분석이다.

BBC는 최근 20년간 임금 상승률이 집값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해 이 같은 ‘암울한’ 현실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임대료 상승과 대출 규제 등까지 더해지면서 좋은 직업을 갖는다고 해도 내집 마련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20개월 동안 영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급격히 올랐다. 한때 2%를 밑돌았던 2년 고정 금리는 지난해 평균 6.86%를 기록했다고 BBC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49세의 한 음악가는 BBC에 “백만장자가 되지 않고도 혼자 살 수 있어야 하는데, 부동산 시장은 마치 모두가 고소득 커플이라고 가정하고 있는 듯하다”고 했다.

BBC는 “주택은 영국 경제 전체의 핵심 요소로 최근 주택 시장이 침체하면서 은행부터 소매업체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업계에 영향을 끼쳤다”며 대출규제 완화 등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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