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품앗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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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령 집들이 때 사용하는 교자상이나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핸드 카트, 자질구레한 공구가 그렇다.
공구 때마다 수십 박스나 되는 토마토를 집으로 올려야 했고, 필자는 입주민 단톡방에서 카트를 빌려줄 이웃을 찾았다.
사용한 물건을 돌려줄 때는 올해 농사는 어떠한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농사 팁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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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령 집들이 때 사용하는 교자상이나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핸드 카트, 자질구레한 공구가 그렇다.
한동안 지인이 재배하는 토마토를 아파트 입주민들과 공동으로 구매한 적이 있었다. 공구 때마다 수십 박스나 되는 토마토를 집으로 올려야 했고, 필자는 입주민 단톡방에서 카트를 빌려줄 이웃을 찾았다. 카트를 가지고 있는 이웃들은 너도 나도 자기 카트를 가져다 쓰라고 했다. 농사지은 분께 일년 치 먹을 쌀을 사왔을 때나 김장 김치를 옮길 때도 카트를 요긴하게 빌려 썼다.
카트를 빌려 쓴 저녁이면 남편은 시무룩하게 우리도 카트를 좀 사면 안 되겠냐고 물었지만, 나는 필요할 때 그냥 빌려 쓰면 된다고 아직은 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뭐든 다 가지고 있으면 편하다.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필요도 없고, 가지러 가는 번거로움이나 갖다 주는 수고도 없이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하면 한결 수월하다. 하지만 번잡한 도시에 살면서 많은 물건을 보관할 곳도 없고, 이고 지고 살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어릴 적 시골에 살 때는 이웃끼리 뭐든 서로 빌려주고 빌려 썼었다. 노동력은 물론이고 농기구, 밭을 가는 황소도 가끔 데려다 쓰고, 예초기나 톱도 필요할 때 빌려서 썼다. 사용한 물건을 돌려줄 때는 올해 농사는 어떠한지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농사 팁을 공유했다. 필자가 이웃에게 빌리는 것은 물건이지만, 어쩌면 이웃은 필자에게 정을 빌려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도시에서도 이런 소소한 품앗이가 성행하길 바라본다. 단지 내 커뮤니티를 활용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것 같다. 각자의 소유물을 줄이고, 그 자리에 이웃을 채우면 어떨까? 이웃과 안면을 트고, 오가며 인사를 나누고, 서로 소통하는 관계로 발전하기를 고대해 본다. 심옥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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