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풍` 그친 인증중고차 반년, KGM 가세로 시장 살아나나

임주희 2024. 5. 8.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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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조건으로 적은 매물
할부 구매 시 신차 값과 큰 차이 없어
KGM 가세로 시장 확대 가능성 열려
현대차 인증중고차 양산센터 치장장.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시장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진 못하고 있는 가운데, KG 모빌리티(이하 KGM) 등 후발주자들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본격적인 판세 변화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당초 인증중고차는 제조사에서 직접 인증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량이 적은데다 가격이 거의 신차급이라 지금까지는 기존 중고차 시장 판세를 흔들 정도로 힘을 발휘하진 못했다. 하지만 KG 모빌리티 등 후발주자들은 좀 더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인증중고차 사업을 론칭하면서 당해 5000대 판매 목표를 세웠으나, 해를 넘기고 출범 100일이 되기까지 1555대만을 팔았다. 이 같은 추세면 올해 1만5000대 목표 달성도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적은 매물과 비싼 가격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날 현재 현대차에서 판매 중인 인증중고차는 총 361대뿐이다. 전기차의 경우 0대인 모델도 있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다는 뜻이다.

현대차가 취급하는 매물은 5년·10만㎞ 이내 무사고 자사 브랜드 차량으로 한정돼 있다. 일반 고객 대상으로 매물을 구하기엔 까다로운 조건일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초기 현대차 매물의 대다수는 전시 및 시승·업무용으로 운영되던 차량 또는 직원에게 매입한 차량이었다.

신차 구매와 중고차 판매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일반 고객 대상으로 매입하는 차량이 늘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는 보상금 지급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중고차 판매 고객에게 신차를 더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게 해주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비싼 가격 또한 구매의 큰 장벽이다. 중고차 딱지가 붙는 순간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건 바로 가격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괜찮은 매물을 사기 위해 중고차 구매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인증중고차의 경우 완성차 업체에서 성능 검사와 상품화를 거친 뒤 품질인증을 해 판매하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국내 최다 수준인 272개 항목, 제네시스는 287개 항목에 걸쳐 진단 및 검사를 진행한다.

현대차는 인증중고차 플랫폼에서 2023년식 그랜저 GN7 가솔린 3.5 2WD 캘리그래피 모델에 대해 신차 가격 대비 1000만원가량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수금 없이 36개월 할부로 산다고 하면 달에 2만원꼴을 아끼는 셈이다.

그러나 할부 구매가 대다수인 자동차 시장에서 2만원을 아껴 리스크가 있는 중고차를 구매할 바엔 신차를 사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가격을 낮춰야 판매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당장 가격을 낮추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완성차 업체가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한 데에는 신차 구매 고객을 위한 '중고차 가격 방어' 효과도 고려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고차를 구매하는 것은 대부분 저렴한 가격 때문이거나, 브랜드 가치 때문인데 수입차보다 상대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는 국산차를 시중 중고차 대비 비싼 가격을 주고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 KGM이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경우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KGM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중고차 매매단지 서서울모터리움 8층에 인증중고차 센터 개설을 위한 공사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르노코리아도 지난달 정관 사업목적에 자동차관리사업(자동차매매업)을 추가하며 진출 가능성을 열어놨다.

여기에 인증중고차 사업에 나서는 완성차 업체가 늘어나면 현재 현대차·기아에 쏠린 기존 영세 중고차 업계의 압박도 줄어들 수 있다. 기존 중고차 업계의 반발로 현대차·기아는 시장점유율을 이달부터 내년 4월까지 각각 4.1%, 2.9% 이상 끌어올릴 수 없지만, 이후에 규제가 풀리면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

르노코리아와 한국GM 등 국내 완성차 업체에 이어 기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외에 다른 수입차 업체까지도 추가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만큼, 인증 중고차 시장이 완성차 업계에는 경기침체에 따른 신차 내수 판매 부진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완성차 업체 인증중고차 사업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져야 음지에 있던 중고차 업계도 반면교사 삼아 양지로 나올 수 있겠지만, 아직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해 전반적인 시스템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행정적인 절차를 축소시키는 등 가격을 감소시킬 다른 대안을 찾아 인증중고차 사업을 활성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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