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읽기] 아버지의 노래

관리자 2024. 5. 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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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기가 진동하는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꽃향기를 맡으며 걸어보는 일,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짜증 내지 않고 상냥하게 대답하는 일, 아버지가 그토록 좋아하시던 노래를 같이 불러보는 일 등등. 부모를 보낸 자식들 마음이 다 그러하겠지만 그리 힘들지 않은 일들을 왜 옆에 계실 때에는 해드리지 못한 것인지 후회가 밀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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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향기가 진동하는 계절의 여왕 5월입니다. 설레는 마음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때문일까요? 평범했던 거리도 사람들의 활기찬 걸음으로 생기가 넘칩니다. 며칠 전 저녁, 밤공기가 아주 따뜻해졌다고 느끼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득 3년 전 세상을 떠나신 아버지가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멋진 계절을 몇번만 더 아버지와 함께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니 잘해드리지 못한 일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팠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아버지와 꼭 해보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상상해 보았습니다. 다정하게 손을 잡고 꽃향기를 맡으며 걸어보는 일,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짜증 내지 않고 상냥하게 대답하는 일, 아버지가 그토록 좋아하시던 노래를 같이 불러보는 일 등등…. 부모를 보낸 자식들 마음이 다 그러하겠지만 그리 힘들지 않은 일들을 왜 옆에 계실 때에는 해드리지 못한 것인지 후회가 밀려옵니다.

항암치료를 하시던 아버지는 힘이 들어도 천천히 산에 올라가 노래를 부르면 가슴이 뻥 뚫린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을 맞이하며 아버지는 어떤 마음으로 산에 오르셨을까요? 당신 역시 태어나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기에 참 두렵고 떨리셨을 텐데, 가족들에게도 미처 말하지 못하고 외로워하셨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아려옵니다. 아버지께서 특히 즐겨 부르시던 노래는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이었는데요. “내가 힘들고 지쳐 영혼이 약해져 있을 때, 고요함 속에 당신이 내 옆에 앉을 때까지 가만히 기다립니다”라고 시작하는 노래를 담담하게 부르시던 아버지의 목소리가 잊히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떠나신 후 가사를 음미해보니 더욱 마음에 와닿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당신은 나를 일으켜 세웁니다. 높은 산 위에 오르게 하고 폭풍 치는 바다도 건너게 합니다.” 무너져 있던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그분이 나에게 어떤 일을 행해서가 아니라 그분의 존재만으로도 용기와 힘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아버지가 옆에 계실 때는 몰랐지만 내 곁을 떠나시고 나니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철이 없었던 시절에는 나에게 부족한 것만 떠올리며 왜 다른 아버지들처럼 해주지 못하느냐고 속상하게 해드린 적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푸념이라도 할 수 있는 아버지를 꿈속에서라도 한번 만나게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요. 힘든 일이 있으면 마음속으로 ‘OOO님의 딸로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아빠, 힘을 주세요’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높은 산과 바다뿐 아니라 저 하늘 꼭대기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깁니다.

어버이날을 맞아 아버지 없이 홀로 계신 어머니를 찾아뵈려고 합니다.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향기로운 카네이션꽃, 두둑한 용돈 봉투, 몸에 좋은 영양제를 드리는 것에 더해 올해는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볼까 합니다. 그 존재만으로도 나를 살게 해주시는 분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드리는 노래 선물 말입니다. 아버지의 마음까지 대신해 담아드리면 더 기뻐하시겠지요. “당신은 더 큰 내가 될 수 있도록 나를 일으켜 주십니다(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이기연 오페라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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