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서 K뷰티 배워 고국서 창업” 미용학원 외국인 1년새 10배

김도연 기자 2024. 5. 8.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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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대구 수성대 메디뷰티선도센터에서 다문화가정 여성을 위한 'K-뷰티 셀프 메이크업' 특강이 열리고 있다. 기사와 무관한 사진. /수성대 제공

지난달 말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메이크업 숍. 10평 남짓한 강의 공간에 인도인과 호주인 등 외국인 5명이 화장 수업을 듣고 있었다. 이날 강의는 ‘퍼스널 컬러 진단’. 각자의 피부 톤을 진단해 이에 맞는 화장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강사가 한국어로 설명하자 통역사가 이를 영어로 수강생들에게 전달했다. 인도 출신 수강생은 “어떤 화장법이 인도인에게 잘 어울리냐”고 묻기도 했다.

K뷰티가 인기를 끌면서, 메이크업과 미용 관련 자격증과 수료증을 따려는 외국인들이 국내로 몰리고 있다. 한 메이크업 숍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한 달에 100명도 안 되던 수강생이 지난달 1000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1년 새 수강생이 10배로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자격증을 딴 뒤 자기 나라로 돌아가 K뷰티 창업을 하거나 관련 업계에 취업한다고 한다.

대만인 마기분(22)씨는 지난 3월 창신대 미용예술학과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다. 마씨는 “한국에 메이크업 전공 수료증을 받으러 왔다”며 “대만에서는 한국식 화장과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을 선호해 취업에 유리하다”고 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직업 교육 센터인 ‘중부·남부 기술교육원’은 지난해 인도네시아와 카자흐스탄 등 자매결연을 맺은 나라의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K뷰티학과’를 신설했다. 교육원 관계자는 “첫 수강생 20명 모두 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해 각자 나라로 귀국했다”며 “콜롬비아, 몽골 등에서도 수업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붐을 타고 일부 업체가 ‘민간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어 혼선을 주기도 한다. 한 업체는 ‘국제 자격증을 취득하고 공인 미용사가 되어보세요’라는 광고를 걸고 피부 관리, 속눈썹 연장, 왁싱 등의 수업을 홍보하고 있다. 2년 전 이곳에서 피부 관리 과정을 마치고 자격증을 딴 프랑스인 생드린 페날리(39)씨는 “한국에서 민간 자격증을 땄는데, 프랑스에 가니 별도 교육을 받아야 했다. 쓸모없는 자격증을 딴 것이었다”고 했다.

수강료가 턱없이 비싼 것도 문제다. 한국에서 퍼스널 컬러 진단 수료증을 딴 인도인 리티카 렐레(31)씨는 “영국 학원의 수강료는 500파운드(약 85만원)인데, 한국 학원은 5배 정도 비싸다”고 했다. 외국인 대상 수업을 주로 하는 서울 용산구의 한 미용 학원에서는 속눈썹 연장 수업 하루 수강료로 1400달러(약 190만원)를 받고 있다. 심재숙 가천대 뷰티경영전공 교수는 “세계의 뷰티 꿈나무들이 한국을 찾고 있는데, 과대 광고나 고액 강의료 등이 K뷰티 산업의 신뢰를 떨어뜨릴까 걱정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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